'순수 정유업체' 에쓰오일 영업익, 시장 예상치 큰폭 하회 전망
유가·정제마진 급락…정유업계 3분기 실적 눈높이 낮아져
정유사 수익을 좌우하는 정제마진이 급락한 가운데 올해 3분기 정유업계 실적을 내다보는 눈높이가 낮아지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증권가에서는 에쓰오일의 3분기 실적이 시장 전망치를 큰 폭으로 밑돌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라 나왔다.

에쓰오일은 순수 정유업체인 만큼 배터리 사업도 병행하는 SK이노베이션 등에 비해 실적이 정유 업황에 더 민감하다고 볼 수 있다.

이날 기준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S-Oil(에쓰오일)의 3분기 영업이익 증권사 전망치(컨센서스)는 작년 동기보다 32.6% 증가한 7천285억원이다.

고유가와 정제마진 초강세에 힘입어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거둔 지난 2분기 영업이익 1조7천220억원과 비교하면 57.7% 감소한 수준이다.

그런데 최근 증권사에서 제시한 에쓰오일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 하이투자증권 3천888억원 ▲ NH투자증권 4천601억원 ▲ 신한투자증권 4천783억원 ▲ 유안타증권 5천181억원 등으로 낮아졌다.

4개 증권사의 영업이익 전망치 모두 에쓰오일의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 5천494억원보다 낮은 수치다.

실적 눈높이가 급격히 낮아진 배경으로는 유가 하락에 따른 정제마진 급락이 꼽힌다.

정제마진은 최종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를 포함한 원료비를 뺀 마진이다.

정유사는 원유를 수입해 정제한 뒤 이를 휘발유·경유 등으로 만들어 팔기에 정제마진은 수익의 핵심 지표다.

보통 배럴당 4∼5달러가 이익의 마지노선으로 통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등의 여파로 6월 넷째 주 29.5달러까지 치솟았던 정제마진은 경기 침체 우려에 국제유가 급등세가 진정되면서 빠르게 하락했다.

3분기 평균 싱가포르 정제마진은 7.1달러로 전 분기 대비 66.9% 내렸다.

특히 중국의 석유 수출 쿼터(할당량) 확대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정제마진은 9월 13일 7.3달러에서 9월 30일 -0.5달러로 곤두박질쳤다.

마이너스 정제마진은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이 원유 가격보다도 낮다는 뜻이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윤활유의 실적 호조 지속에도 유가 및 정제마진 하락으로 정유 부문 영업이익이 811억원으로 작년 3분기보다 94.4%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정제마진이 대폭 조정되고, 8월 이후 급락한 유가로 재고 평가손실도 약 2천억 안팎으로 발생해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에쓰오일을 포함해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는 지난 2분기에 나란히 분기 기준 역대 최대 흑자를 거둔 바 있다.

그러나 경기 침체 우려 확산에 따른 수요 위축으로 국제유가 하락과 정제마진 약세가 겹치면서 2분기만큼의 실적을 기대하긴 어렵게 됐다.

이진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역대급 초호황 이후 국제유가와 정제마진은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였다"며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둔화, 중국 수출 쿼터 확대에 따른 공급 증가 등 하방 요인이 강하게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 정제마진 흐름은 2분기 급등 이후 시황이 정상화하는 구간으로 판단한다"며 "연말로 갈수록 OPEC 플러스(OPEC+)의 감산, 미국 전략비축유 방출 종료, 동절기 수요 등 상방 요인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