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 전 겁없던 청춘 김창완, 똑바로 노래하라고 날 꾸짖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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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45주년 산울림 리마스터 프로젝트
정규 13집, 동요 4집, 김창완 솔로 3집 등
10월부터 순차적으로 발매 예정
정규 13집, 동요 4집, 김창완 솔로 3집 등
10월부터 순차적으로 발매 예정
“45년 전 나의 목소리를 다시 들으니 슬펐다. 잊고 있던 청춘 김창완이 내게 질책하더라, 멋부리지 말고 똑바로 노래하라고.”
대한민국 대표 록밴드 산울림이 데뷔 45주년을 맞아 지금까지 발매한 모든 앨범을 고음질 음원으로 재발매한다. 산울림의 리더 김창완(사진)은 6일 서울 망원동에서 간담회를 열고 ‘리마스터 프로젝트’ 청음회를 진행했다.
산울림은 김창완이 동생 창훈, 창익과 결성한 3인조 록밴드로 1977년 1집 앨범 ‘아니벌써’ 발매후 1997년까지 13장의 정규 앨범을 발매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동요 앨범 4장과 김창완의 솔로 앨범 3장을 포함해 총 20여장의 앨범을 순차적으로 고음질로 리마스터해 LP와 디지털 음원으로 재발매할 예정이다.
이번 리마스터 프로젝트는 김창완이 데뷔초부터 소장한 마스터 릴 테이프를 통해 진행됐다. 마스터 릴 테이프는 ‘음악의 블랙박스’와 같다. 40여년전 그때의 산울림이 내고 싶었지만 기술 부족으로 못한 음악을 디지털 기술을 통해 의도했던 사운드를 그대로 되살렸다. 리마스터 작업에는 대한민국 국적 최초로 그래미 레코딩 엔지니어상을 받은 황병준 감독이 참여했다.
이날 진행한 청음회에서는 1977년 발매한 데뷔앨범 수록곡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 거야’ 등을 원곡과 비교하는 시간을 가졌다. 김창완은 “나 조차 잊고 있던 겁 없던 청춘시절 만든 노래를 들으니 뭉클했다”며 “산울림의 음악은 내 손을 떠났지만 팬들에게서 새로운 생명력을 얻게 됐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산울림 리마스터 앨범은 이달 중 정규 1~3집부터 발매하며, 이후 2개월 마다 순차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안타깝지만, 어떤 음악 문화든 타고난 환경 있다. 당장 방책 내놓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모든 문화가 스포트라이트가 아닌 작은 빛이라도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교육의 책임자는 선생이다. 예술장르에서는 앞서가는 예술가들이 나서야 한다. 그들도 힘들겠지만, 그 고난을 뚫어야 한다. 척박한 환경도 환경이다. 산울림 태어나던 시절도 어려웠다. 요즘만큼 좋은 시절은 없다고 생각한다. 시가 안읽히는 시절이지만, 시를 계속 쓰듯. 꿋꿋하게 살아가는 이들에게 갈채를 보낸다."
Q. 산울림이 지금껏 생명력 얻게 된 이유는.
"생명력은 적응력이다. 산울림 음악은 이미 형제 손을 떠났지만 여전히 생명력을 얻고 있다. 막내가 2008년에 세상을 떠났다. 그렇게 10여년간 산울림의 음악은 단절됐지만, 지금도 여전히 젊은 팬이 생기고 있다. 시대의 변화에 잘 적응 하고 있지 않나."
Q. 리마스터 작업을 내키지 않았지만 한 이유는.
"잊혀지는 것은 잊혀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처음에는 단순히 복각판을 만들자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거 아니라고 하더라. 대한민국에는 제대로 된 리마스터 앨범이 없다. 물자가 비싸던 시절 마스터 릴 테이프를 재사용하던 곳이 많았다. 가요사에 남을 일이라고 하더라. 산울림 노래는 이제 형제들 것만이 아니다. 남겨 놓는 것도 좋겠다 판단했다." Q. 릴테이프를 지금까지 소장한 이유는.
"판권, 저작권, 소유권을 놓고 아주 긴 분쟁을 겪었다. 10여년 만에 대법 판결받았다. 그 이후 마스터링 작업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Q. 산울림 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무대를 설 예정이 있나.
"불가능한 일이다. 얼마전 분당 중앙공원에서 김창완 밴드로 공연을 했다. 공연을 본 이들이 산울림 공연 봤다고 말하더라. 다시 산울림으로 공연하는 일은 없다. 이번 앨범으로 다시 부활 했다고들 한다. 하지만 그 시절과 소리 너무나 다르다. 당시 서울 스튜디오라는 최고의 시설에서 레코딩을 했다. 그 시절에는 레코딩만 해도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나중에 LP판으로 들으니, 왠지 사운드가 쪼그라 들어 불만이 많았다. 왜 이러지 궁금했는데, 이번에 리마스터링 작업을 하면서 모든 궁금증이 풀렸다. 1977년 그 시절 막내 생각이 너무 많이 났다. 얘가 이렇게 연주를 잘했는데, LP판에서는 숟가락통 두드리는 것같은 소리를 만들더라. 이제야 후련하다. 상업적인 것 떠나 산울림 지켜준 모든이에게 드리는 선물이다."
Q. 최근 개인 전시회를 냈다.
이별이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다. 전시 시작도 안했는데, 누군가 그림을 걸기도 전에 사갔다고 하더라. 음악은 팔리면 기쁜데, 그림은 왜 팔리면 생이별 하는 것 같은지 이상했다. 한 화백이 위로해주더라. '그림이 팔리는 것이, 그림이 오래 사는 방법'이라고. 이별과 적응하는 중이다."
Q. 리마스터 앨범 들었을때 왜 '쥬라기 공원 같다'는 생각을 했나.
"그 시절에 내가 만든 사운드를 잊고 살고 있었다. 청춘 김창완의 목소리를 들으니 뭉클했다. 마치 영화속 호박에 갖힌 벌 안에 있던, 그 피 안에 있던 산울림의 DNA가 다시 깨어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Q. 산울림의 소중한 가치는 무엇인가.
"산울림의 가사에는 8집까지는 '사랑'이라는 말이 없다. 겨우겨우 넣긴했는데, '사랑은 너무 써'라는 가사를 통해 부끄럽게 사랑 이야기 꺼내기 시작했다. 그 이후에는 왕왕 하고 있다. 산울림 음악 재발견 했다면 그것은 '순수'다. 내가 그림을 그리는 이유는 '순수'에 더 다가갈 수는 없을까하는 생각 때문이다. 캔버스 앞에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선채 내게 묻는다. '나는 왜그리지, 뭘그리지, 혹시 나 욕심 있는 것 아냐' 발가벗은 듯한 기분으로 작업을 한다. 리마스터링 작업 들으면서 그 시절의 나의 부끄럼이 고스란히 담겨 있더라. 그런 솔직함이 갖고 있는 힘. 그런 부끄러운 사랑이 갖고 있는 힘. 요란하고 뜨거운것만 사랑이 아니라 차마 말못하는 사랑. 어머니들이 겪었을 인내와 아이를 키우는 느끼는 사랑 같은 감정이 '순수'다."
Q. 어떤 마음으로 리마스터링 했나.
"황병준 감독은 '원본에서 손을 대지 않았다. 아무것도 안 하듯이 했다'는 의미라고 한다. 애를 키우는 마음으로 리마스터링을 했다. 엘레베이터에서 한 아이를 봤다. 그 아이가 자신이 직접 층수 버튼을 누르려 발버둥 치는 모습을 본 어른들이 끝까지 기다려 주는 마음. 버튼을 누르는데 성공하니 함께 박수쳐 주고 칭찬하는 마음. 털 끝 하나 손 안대고 키우고 싶은 부모의 마음이 었다."
이날 청음회는 김창완이 '시간'을 부르며 끝이 났다. 그가 말하듯 노래한다.
"시간은 동화속 처럼 뒤 엉키고, 앞으로도 가고, 뒤로도 간다. 멈춰 서 있기도 한다. 더 늦기전에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모든 생명은 아름답다."
말하면서 읊는 시와 같은 그의 가삿말은 산울림이 지나온 45년을 압축해 놓은 것만 같았다.
방준식 기자 silv0000@hankyung.com
대한민국 대표 록밴드 산울림이 데뷔 45주년을 맞아 지금까지 발매한 모든 앨범을 고음질 음원으로 재발매한다. 산울림의 리더 김창완(사진)은 6일 서울 망원동에서 간담회를 열고 ‘리마스터 프로젝트’ 청음회를 진행했다.
산울림은 김창완이 동생 창훈, 창익과 결성한 3인조 록밴드로 1977년 1집 앨범 ‘아니벌써’ 발매후 1997년까지 13장의 정규 앨범을 발매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동요 앨범 4장과 김창완의 솔로 앨범 3장을 포함해 총 20여장의 앨범을 순차적으로 고음질로 리마스터해 LP와 디지털 음원으로 재발매할 예정이다.
이번 리마스터 프로젝트는 김창완이 데뷔초부터 소장한 마스터 릴 테이프를 통해 진행됐다. 마스터 릴 테이프는 ‘음악의 블랙박스’와 같다. 40여년전 그때의 산울림이 내고 싶었지만 기술 부족으로 못한 음악을 디지털 기술을 통해 의도했던 사운드를 그대로 되살렸다. 리마스터 작업에는 대한민국 국적 최초로 그래미 레코딩 엔지니어상을 받은 황병준 감독이 참여했다.
이날 진행한 청음회에서는 1977년 발매한 데뷔앨범 수록곡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 거야’ 등을 원곡과 비교하는 시간을 가졌다. 김창완은 “나 조차 잊고 있던 겁 없던 청춘시절 만든 노래를 들으니 뭉클했다”며 “산울림의 음악은 내 손을 떠났지만 팬들에게서 새로운 생명력을 얻게 됐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산울림 리마스터 앨범은 이달 중 정규 1~3집부터 발매하며, 이후 2개월 마다 순차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다음은 6일 김창완 기자 간담회 전문
Q. 대중음악 아이돌 장르 집중돼 있다."안타깝지만, 어떤 음악 문화든 타고난 환경 있다. 당장 방책 내놓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모든 문화가 스포트라이트가 아닌 작은 빛이라도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교육의 책임자는 선생이다. 예술장르에서는 앞서가는 예술가들이 나서야 한다. 그들도 힘들겠지만, 그 고난을 뚫어야 한다. 척박한 환경도 환경이다. 산울림 태어나던 시절도 어려웠다. 요즘만큼 좋은 시절은 없다고 생각한다. 시가 안읽히는 시절이지만, 시를 계속 쓰듯. 꿋꿋하게 살아가는 이들에게 갈채를 보낸다."
Q. 산울림이 지금껏 생명력 얻게 된 이유는.
"생명력은 적응력이다. 산울림 음악은 이미 형제 손을 떠났지만 여전히 생명력을 얻고 있다. 막내가 2008년에 세상을 떠났다. 그렇게 10여년간 산울림의 음악은 단절됐지만, 지금도 여전히 젊은 팬이 생기고 있다. 시대의 변화에 잘 적응 하고 있지 않나."
Q. 리마스터 작업을 내키지 않았지만 한 이유는.
"잊혀지는 것은 잊혀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처음에는 단순히 복각판을 만들자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거 아니라고 하더라. 대한민국에는 제대로 된 리마스터 앨범이 없다. 물자가 비싸던 시절 마스터 릴 테이프를 재사용하던 곳이 많았다. 가요사에 남을 일이라고 하더라. 산울림 노래는 이제 형제들 것만이 아니다. 남겨 놓는 것도 좋겠다 판단했다." Q. 릴테이프를 지금까지 소장한 이유는.
"판권, 저작권, 소유권을 놓고 아주 긴 분쟁을 겪었다. 10여년 만에 대법 판결받았다. 그 이후 마스터링 작업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Q. 산울림 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무대를 설 예정이 있나.
"불가능한 일이다. 얼마전 분당 중앙공원에서 김창완 밴드로 공연을 했다. 공연을 본 이들이 산울림 공연 봤다고 말하더라. 다시 산울림으로 공연하는 일은 없다. 이번 앨범으로 다시 부활 했다고들 한다. 하지만 그 시절과 소리 너무나 다르다. 당시 서울 스튜디오라는 최고의 시설에서 레코딩을 했다. 그 시절에는 레코딩만 해도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나중에 LP판으로 들으니, 왠지 사운드가 쪼그라 들어 불만이 많았다. 왜 이러지 궁금했는데, 이번에 리마스터링 작업을 하면서 모든 궁금증이 풀렸다. 1977년 그 시절 막내 생각이 너무 많이 났다. 얘가 이렇게 연주를 잘했는데, LP판에서는 숟가락통 두드리는 것같은 소리를 만들더라. 이제야 후련하다. 상업적인 것 떠나 산울림 지켜준 모든이에게 드리는 선물이다."
Q. 최근 개인 전시회를 냈다.
이별이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다. 전시 시작도 안했는데, 누군가 그림을 걸기도 전에 사갔다고 하더라. 음악은 팔리면 기쁜데, 그림은 왜 팔리면 생이별 하는 것 같은지 이상했다. 한 화백이 위로해주더라. '그림이 팔리는 것이, 그림이 오래 사는 방법'이라고. 이별과 적응하는 중이다."
Q. 리마스터 앨범 들었을때 왜 '쥬라기 공원 같다'는 생각을 했나.
"그 시절에 내가 만든 사운드를 잊고 살고 있었다. 청춘 김창완의 목소리를 들으니 뭉클했다. 마치 영화속 호박에 갖힌 벌 안에 있던, 그 피 안에 있던 산울림의 DNA가 다시 깨어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Q. 산울림의 소중한 가치는 무엇인가.
"산울림의 가사에는 8집까지는 '사랑'이라는 말이 없다. 겨우겨우 넣긴했는데, '사랑은 너무 써'라는 가사를 통해 부끄럽게 사랑 이야기 꺼내기 시작했다. 그 이후에는 왕왕 하고 있다. 산울림 음악 재발견 했다면 그것은 '순수'다. 내가 그림을 그리는 이유는 '순수'에 더 다가갈 수는 없을까하는 생각 때문이다. 캔버스 앞에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선채 내게 묻는다. '나는 왜그리지, 뭘그리지, 혹시 나 욕심 있는 것 아냐' 발가벗은 듯한 기분으로 작업을 한다. 리마스터링 작업 들으면서 그 시절의 나의 부끄럼이 고스란히 담겨 있더라. 그런 솔직함이 갖고 있는 힘. 그런 부끄러운 사랑이 갖고 있는 힘. 요란하고 뜨거운것만 사랑이 아니라 차마 말못하는 사랑. 어머니들이 겪었을 인내와 아이를 키우는 느끼는 사랑 같은 감정이 '순수'다."
Q. 어떤 마음으로 리마스터링 했나.
"황병준 감독은 '원본에서 손을 대지 않았다. 아무것도 안 하듯이 했다'는 의미라고 한다. 애를 키우는 마음으로 리마스터링을 했다. 엘레베이터에서 한 아이를 봤다. 그 아이가 자신이 직접 층수 버튼을 누르려 발버둥 치는 모습을 본 어른들이 끝까지 기다려 주는 마음. 버튼을 누르는데 성공하니 함께 박수쳐 주고 칭찬하는 마음. 털 끝 하나 손 안대고 키우고 싶은 부모의 마음이 었다."
이날 청음회는 김창완이 '시간'을 부르며 끝이 났다. 그가 말하듯 노래한다.
"시간은 동화속 처럼 뒤 엉키고, 앞으로도 가고, 뒤로도 간다. 멈춰 서 있기도 한다. 더 늦기전에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모든 생명은 아름답다."
말하면서 읊는 시와 같은 그의 가삿말은 산울림이 지나온 45년을 압축해 놓은 것만 같았다.
방준식 기자 silv00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