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도르트문트청소년합창단 정나래 지휘자…"문화는 국력"

"아리랑이 가지고 있는 그 한의 멜로디 덕분에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여서 1등을 한 게 아닐까 저는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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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독일 노스르트라인베스트팔렌(NRW)주 합창협회가 주관한 '2022 젊음의 노래' 경연대회에서 아리랑을 불러 1등을 차지한 도르트문트청소년합창단의 지휘자인 정나래(34) 씨는 수상에 대해 이같이 자평했다.

정씨는 "공연이 끝나고 나서 심사위원들이 저에게 와서 '아리랑을 듣고 나서 한국의 역사가 궁금해졌다.

왜 신나는 아리랑도 있고 슬픈 아리랑도 있고 여러 감정의 아리랑이 있냐'고 물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제가 생각하는 아리랑은 즐거움, 행복함, 보고 싶음, 억울함 등이 섞여 있는 우리의 삶이 아닐까 한다고 답변했다"며 환하게 웃었다.

독일 NRW주 에센시 지역 청소년들로 구성된 도르트문트청소년합창단은 5일 오후 7시 30분 제주도문예회관에서 열리는 제61회 탐라문화제 사전 음악제에 출연하기 위해 제주를 찾았다.

정 씨가 이끄는 도르트문트청소년합창단은 지난 9월에는 독일 최고 권위 아카펠라 합창대회에서도 한국인 국현 작곡가의 '수수리 마수리' 등을 불러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4일 제주에서 단원들과 함께 연습 중인 정 씨를 만나 그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독일 학생들이 한국어로 노래를 부르게 되는 과정은 절대 쉽지 않았다고 한다.

정씨는 "합창단 전체 친구들하고도 발음 연습을 했지만 제가 아이들을 1대 1로 만나서 발음을 연습했고, 아이들하고 도르트문트에 있는 한글학교의 도움을 받아 한글은 물론 한국 문화와 역사까지 공부하게 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어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이 노래의 의미를 알고 부르는 게 더 중요한데 어떻게 하면 아리랑이라는 이 한의 감정을 설명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하면서 아이들이랑 한국 영화와 드라마를 보기도 했다"며 "아이들이 감정을 넣어 한국어로 노래를 잘하기까지 1년 정도 걸린 것 같다"고 회상했다.

그는 "우리 친구들이 아리랑과 수리수리 마수리를 불러서 우승한 것도 물론 기쁘고, 한국 노래를 좋아해 주는 것도 기쁘다"며 "이 친구들이 한국 노래를 통해서 한국과 친근함을 느끼게 되었고, 한글을 꾸준히 배우는 친구들이 있다.

그들이 한국으로 유학을 하고 싶다고 말할 때 더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이 어떤 제품을 살 때도 엄마에게 한국 제품은 신뢰할 수 있으니 한국 제품을 사라고 한다"며 "저는 문화는 국력이라고 생각한다.

음악에서 시작해서 아이들이 제품까지 사게 됐으므로 우리나라의 경제력도 올라가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씨는 한국은 입시 때문에 어린이 합창단이 없어지는 추세에 있다며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그는 "독일 학부모들은 '아이가 합창단 활동을 한 뒤 음악가가 되면 좋겠지만 정말 원하는 것은 합창을 통해 인내와 협력하는 공동체 생활을 배우고 성인이 되었을 때 많은 사람과 더불어 사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그는 "유럽에 있는 초·중·고에서는 합창 교육을 의무화한 곳이 많다.

인성 교육에 가장 중요한 걸 합창으로 보고 있고, 합창이나 오케스트라 등으로 공동체 음악 교육을 꼭 해야 하는 학교들이 많이 있다"고 강조했다.

도르트문트청소년합창단은 이날 독일의 로맨틱 가곡과 홀로 아리랑, 고향의 봄, 새타령, 수리수리 마수리, 달아 달아 밝은 달아 등 한국 노래도 부른다.

제주어로 노래하는 제라진소년소녀합창단과도 협연한다.

이어 8일에는 경기도 용인시 포은 아트홀에서, 9일에는 서울 용산 국립한글박물관에서, 11일에는 경남 진주문화예술회관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정씨는 2012년 연세대 성악과를 졸업하고 나서 공부를 더 하고 싶은 욕심에 2016년 독일 NRW주에 있는 폴크방국립음대에 진학했다.

졸업할 때쯤 우연히 어린이합창단 부지휘자 보조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응모했고, 어느덧 부지휘자까지 올랐다.

합창단원과 학부모들의 신뢰를 쌓기 위해 섬으로 음악캠프를 가기도 하고, 중요한 대회가 있을 때마다 집에서 재우면서 노래를 가르쳤다.

그 결과 어린이 합창단원과 학부모들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2020년 'NRW주 합창 아카데미'라는 합창학교 소속 도르트문트청소년합창단의 초대 지휘자가 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