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에 사는 직장인 김모씨(32)는 최근 비대면으로 페퍼저축은행의 ‘페퍼스 파킹통장’에 가입했다가 낭패를 봤다. 수시입출금 통장에 연 3.2% 고금리를 준다는 말에 무심코 가입했지만 ‘20일 신규계좌 개설 제한’에 걸려 다른 중요한 계좌를 열지 못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부랴부랴 페퍼스 파킹통장을 다시 해지하려고 봤더니 고객센터에서 “상품 해지는 영업점 방문이나 저축은행중앙회 앱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저축은행 업계 5위권인 호주계 페퍼저축은행이 불편한 상품 해지 절차로 빈축을 사고 있다. 자체 모바일 앱인 ‘디지털페퍼’에서만 가입할 수 있는 비대면 전용 예금에 대해 해지를 해당 앱에서 할 수 없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2일 현재 페퍼저축은행의 비대면 전용 예금은 총 8개로 전체(18개)의 44%에 달한다. 페퍼저축은행은 자체 뱅킹 앱 이용자 확대를 위해 비대면 전용 상품을 늘리는 추세다.

이처럼 ‘들어올 땐 마음대로지만 나갈 때는 아닌’ 뱅킹 앱 경험에 불만이 커지고 있다. 예금 해지를 원하는 고객은 전국에 단 여섯 곳뿐인 영업점을 직접 방문하거나, 저축은행 통합 앱 ‘SB톡톡플러스’에 추가로 가입해야 한다. 해지 방법에 대한 안내조차 찾기 쉽지 않다 보니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페퍼저축은행 파킹통장 해지 방법을 묻는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앱 하나로 모든 금융 거래가 다 되는 시대에 이런 꼼수로 고객을 붙잡아두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며 “오히려 회사에 대한 반감만 키워 영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