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화 오너 3세 박준경, 합성고무에 '역발상 투자'
금호석유화학의 100% 자회사인 금호폴리켐이 기능성합성고무(EPDM) 설비 증설에 3000억원을 투자한다. 박찬구 회장의 장남이자 오너 3세인 박준경 금호폴리켐 사내이사(금호석유화학 부사장·사진)가 경영 일선에 나선 뒤 내린 첫 번째 투자 결정이어서 주목받는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호폴리켐은 최근 EPDM 생산능력을 확장하기 위해 294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증설로 여수 금호폴리켐 EPDM 설비 생산능력은 24만t에서 31만t으로 확대된다. 투자 기간은 올해부터 2024년 10월까지다.

EPDM은 강도와 내구성이 우수한 합성고무로 범퍼 등 자동차 부품과 전선 절연 피복 소재, 타이어 튜브 등 산업 전반에 폭넓게 쓰이고 있다. 금호폴리켐은 EPDM 세계 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10% 안팎 수준으로 아시아 1위 업체다. 세계 시장에서는 네덜란드 아란세오, 다우, 엑슨모빌에 이은 4위 기업이다. 이번 증설로 점유율 12% 수준인 엑슨모빌을 넘어서 세계 3위로 올라설 전망이다. 금호석유화학은 EPDM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일본 화학사 JSR로부터 금호폴리켐 지분 50%를 1510억원에 사들였다.

이번 증설 결정은 전기차와 수소차의 내부 소음을 줄이는 자동차용 부품으로 수요가 늘고 있는 것과 맞물린다. 올해 자동차 관련 EPDM 시장은 17억8710만달러(약 2조41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반면 EPDM 설비를 폐쇄하는 기업이 늘어나는 등 공급량은 줄고 있다. 2020년부터 SK지오센트릭(옛 SK종합화학) 3만5000t을 비롯해 엑슨모빌(9만t) 아란세오(6만t) 등이 EPDM 일부 설비를 폐쇄했다.

이번 투자는 고금리·고환율 등으로 투자 여건은 녹록지 않지만 미래 성장 가능성을 보고 박준경 부사장이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 과감한 역발상 투자라는 분석이다. 박 부사장은 지난달 21일 금호석유화학 사내이사로 선임되기도 했다. 그가 이사회로 들어오면서 ‘오너 3세’ 경영이 본격화됐다는 해석이 나왔다.

1978년생인 박 부사장은 2007년 금호타이어 차장으로 입사해 2010년 금호석유화학에 합류했다. 2020년 위생장갑 원료로 주력 제품인 NB라텍스 설비 증설을 비롯해 금호석유화학의 주요한 투자를 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