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본격화 조짐에 경색 가능성…與대표 부재 등 변수 많아 '안갯속'
일각선 '대통령 대 거야 대표' 구도 부각 분석도
李측 "선제 공세 없다.

중도 확장 필요"…민생입법 협력도 시사
대선 패배로 쓴맛을 봤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8일 제1야당 당수로 화려하게 복귀하며 이제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는 대목 중 하나가 여당과의 관계 설정이다.

불과 반년 전만 해도 윤석열 대통령과 맞대결한 대선주자급 거물 정치인인 만큼 여야 관계 자체도 다른 양상으로 흘러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의 대여(對與) 관계를 규정할 첫 번째 변수로는 대선을 거쳐 전당대회 기간 내내 발목을 잡아 온 '사법 리스크'가 꼽힌다.

검찰과 경찰은 그간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비롯해 성남FC 후원금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의 수사로 이 대표를 겨냥해 왔다.

여기에 최근 법인카드 유용 의혹이 제기된 부인 김혜경 씨가 지난 23일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자 당내에서는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했다'는 우려가 나왔다.

실제로 여소야대 정국에서 거대 야당의 수장이 된 이 대표와 관련해 각종 수사가 본격화한다면 여야 관계는 경색될 가능성이 크다.

주요 지지 기반이 강성 당원인 이 대표로서는 자신과 전임 문재인 정권 수사가 등에 대해 '야당 탄압' 내지 '표적 수사' 프레임 등으로 강경하게 대응할 공산이 적지 않아 보인다.

여기에 고비마다 선명성을 강조해온 이 대표 특유의 캐릭터까지 더해진다면 여야 관계는 강대강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법원의 가처분 결정으로 여당인 국민의힘이 리더십 공백 상태로 대변되는 대혼돈에 빠졌다는 점이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국민의힘이 극심한 내분 국면을 돌파하기 위해 외부의 적인 민주당에 화살을 돌리며 대치 전선이 더 가팔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동시에 주호영 비대위원장의 직무가 정지된 가운데 여당이 당헌·당규를 정비해 새 비상대책위를 꾸리기로 했지만, 여당의 임시 지도부가 이 대표의 카운터파트가 되기는 쉽지는 않아 보인다는 분석도 있다.

이 대표가 구심점을 잃은 여당 보다는 윤 대통령을 대여 투쟁의 직접 타깃으로 삼을 것이라는 관측인 셈이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당분간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간 대립 구도가 부각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정식으로 선출돼 확실한 권한을 쥔 여당 대표가 없는 상태에서 이 대표가 굳이 국민의힘과 싸울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이 대통령실로 향하는 이 대표의 공세를 막기가 여의치 않다"며 "오늘부터는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2라운드'가 시작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 대표가 마냥 선명한 노선으로 임기 초반부터 직접 대통령실을 비롯해 여권을 향한 공세에 나서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지나친 강경 노선 일변도의 행보로 정국의 혼란이 이어지면 거대 야당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에서 유연성을 내세운 실용 노선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당대회 기간 내내 이 대표가 강조했던 '유능한 야당'의 모습과도 거리가 멀다.

실제 이 대표 측에서도 여권과 정면으로 대립하는 각을 세우기보다는 당분간 어려움에 빠진 민생문제를 해결하는 역량을 보이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알려졌다.

친명(친이재명)계 핵심인 한 의원은 통화에서 "이 대표가 먼저 여당을 공격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민생을 위해 협력할 것은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민주당이 다시 집권하려면 중도로 확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라며 "그러려면 노골적으로 대통령을 공격하는 행태 등은 자제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부인 김 씨가 경찰에 출석했을 때 이 대표가 "깊이 사죄드린다"며 고개를 숙인 것도 사법 리스크를 둘러싼 여권과의 정면 대결은 피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실제로 여권이 수사로 이 대표를 압박하면 법적인 대응과 야당의 민생 행보는 분리해서 추진해 나가겠다는 게 내부의 전략으로 알려졌다.

이런 맥락에서 다음 달 7일로 예정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비롯해 9월 정기국회가 이 대표의 대여 관계 기조를 살필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야당이 전향적 태도로 종부세법 개정안 등 민생입법 처리에 임한다면 향후 여야 관계에 중요한 시그널이 될 전망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