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두현 코넥티브 대표 "엑스레이 읽는 AI 개발…'의료계 애플' 꿈꾸죠"
“손을 박박 닦고 수술방에 들어가 새하얀 무영등(無影燈) 아래 서는 것. 의사로서 가장 가슴 뛰는 일입니다. 그런데 환자들은 여전히 ‘아날로그’인 의료 현장에 놓여 있죠.”

노두현 코넥티브 대표(사진)는 28일 “의료 현장도 디지털 전환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서울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다. 지난해 의료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코넥티브를 창업했다. 코넥티브는 관절 엑스레이 사진 판독을 도와주고 관절 수술 후 부작용을 예측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 중이다. 최근 카카오벤처스와 전문투자사 슈미트로부터 시드(설립 단계 투자)도 유치했다.

노 대표는 의료 현장이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비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매일 50명 넘는 환자에게 엑스레이 진단 결과를 일일이 설명하느라 시간에 쫓긴다”고 말했다. 코넥티브가 개발한 엑스레이 사진 판독 솔루션을 활용하면 기존 7~8분 걸리는 진료 시간이 3~4분으로 줄어든다.

노 대표의 ‘창업 DNA’는 대학 시절부터 꿈틀댔다. 의대 본과 4학년이던 2008년 의료 경영 동아리 MD위너스를 만들었다. 국내 의대 본과에 의료 경영 동아리가 생긴 건 처음이었다. 그는 “국내 의료계가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려면 예비 의사들이 단순히 의학적 지식을 아는 것을 넘어서 ‘숲’을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10여 명의 학과 동기와 의기투합해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동아리는 15년째 이어지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의료 스타트업이나 벤처캐피털(VC)을 방문한다. AI나 주식 투자 등 특정 주제 전문가를 초빙해 세미나를 열기도 한다. 유전체 빅데이터 회사인 지놈인사이트의 유정석 부사장, 멘털케어 스타트업 포티파이의 문우리 대표가 MD위너스 출신이다.

노 대표는 수술 로봇 시장에도 뛰어들 계획이다. 현재 5% 수준인 로봇의 인공 관절 수술 비중이 10년 뒤엔 50%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그는 “애플이 신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세상이 깜짝 놀랐고 몇 년 뒤에는 그 제품들이 자연스럽게 일상에 스며들었다”며 “코넥티브는 ‘의료계의 애플’을 꿈꾼다”고 말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