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비명계 반발 "獨 나치식 제도"…비명계 의원 25명, 중앙위 결정 연기 요청
이재명, 당원투표 논란에 거리두기…중진협의체엔 "당을 대표하는 수준까지 가면 안돼" 경계
더불어민주당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8·28 전당대회가 이제 결승점(경기·서울 경선)만 남겨두면서 당권을 둘러싼 계파간 신경전도 절정에 달하고 있다.

특히 당 대표는 이재명 후보, 5개 최고위원직도 친명(친이재명)계 후보들이 쓸어 담는 분위기로 흐르자 비이재명계에선 '이재명 힘 빼기'에 막판 주력하는 모습이다.

사실상 승부 자체를 뒤집기는 힘들다는 판단하에 적어도 '이재명 친정체제' 구축은 막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당장 박용진 당 대표 후보를 중심으로 비이재명계는 '당헌 80조 논란'에 이어 '권리당원 전원투표' 문제를 막판 쟁점화하며 '이재명 지도부'를 향한 견제전을 이어갔다.

박 후보는 23일 밤 이 후보와 맞붙은 'MBC 100분 토론'에서 당 중앙위원회 의결을 앞둔 '권리당원 투표 우선제' 조항을 언급하며 "(권리당원 전원 투표가) 전당대회보다 높은 우리 당의 최고 의결기구로 된다.

최고 의결방식을 바꾸는데 논의 절차가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후보는 앞서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도 "산술적으로는 16.7%의 강경한 목소리만 있으면 어떤 의결이든 다 가능하게 된다"며 "민주당이 개딸(이 후보를 지지하는 지지층) 정당이 될까 봐 무섭다"고 했다.

박 후보는 최고위원 후보직에서 사퇴한 친문(친문재인) 윤영찬 의원 등과 함께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긴급 토론회도 했다.

'586, 친문, 이재명의 민주당을 넘어 국민의 민주당으로'를 주제로 한 이날 토론회는 사실상 이 후보를 겨냥한 행사였다.

이원욱(3선)·강병원·김종민(재선), 정태호(초선) 등 비이재명계 의원들도 대거 자리했다.

박 후보는 토론회에서 "33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은 3당 합당을 의결한 당시 통일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이게 회의입니까'라고 외쳤다"며 "마찬가지로 권리당원 투표를 전대 의결보다 우선하도록 한 것이 민주주의냐"고 비판했다.

친문 김종민 의원은 "콜로세움에서 저사람을 죽일까 말까를 다수결로 물었다.

그래서 로마가 살아났느냐"며 "민주적 절차가 깨지면 국민의 민주당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지적했다.

비이재명계 조응천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1933년 히틀러와 나치는 독일의 국제연맹 탈퇴안을 국민투표로 통과시켰다"며 24일 중앙위 의결을 앞둔 '권리당원 투표 우선제'를 독일 나치식 제도에 빗대기도 했다.

민주당 당무위는 지난 19일 회의에서 권리당원 전원 투표를 전국 대의원 대회 의결보다 우선하는 최고 당법이라고 규정했다.

이를 반영한 당헌 개정안은 24일 중앙위원회를 거쳐 확정된다.

이와 관련, 박 후보 등 비명계 의원 25명은 '권리당원 전원 투표' 신설 조항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없었다며 하루 앞으로 다가온 중앙위 온라인 투표를 연기해달라는 의견을 중앙위와 비대위에 전달했다.

비이재명계는 친명계의 최고위 독식을 막기 위한 '작업'에도 사활을 걸고 있다.

친문 윤영찬 의원이 전날 후보직에서 물러나면서 송갑석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 사실상 단일화한 것은 비이재명계 후보 1명이라도 최고위에 진출시키려는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현재 6위인 송 후보의 누적 득표율은 9.09%로, 친명 주자인 박찬대 후보(9.47%)와 박빙 양상이다.

현재 당선권(1∼5위) 주자들에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 대변인 출신인 고민정 의원(2위)도 포함돼 있지만 당내에선 고 의원을 비이재명계로 분류하지 않는 시각이 많다.

친문 핵심인 전해철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의원 표까지 다 합산한다면, 윤영찬 의원의 사퇴가 전대 과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며 '단일화 효과'에 힘을 실었다.

반면 이 후보는 전대 분수령이었던 호남 경선에서 대세론에 쐐기를 박은 만큼 여세를 몰아 역대 최고 득표율을 찍고 '강한 리더십'의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후보 측에서는 비이재명계의 우세가 점쳐지는 대의원 투표(투표 반영 비율 30%)에서 득표율이 다소 조정되더라도, 민주당 전대 최고 득표율인 70%대는 가뿐히 넘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관리 모드'에 돌입한 이 후보로선 앞서 '당헌 개정' 논란 때와 마찬가지로 '전 당원 투표' 논쟁에도 굳이 발을 담그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이 후보는 이날 박 후보와의 토론회에서 당원 투표 문제와 관련해 "제가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최종안을 보지 못했다"고 전제하면서 "기본적으로 주요한 안들에 대해 당원의 의사를 묻는 당원 투표는 많이 할수록 좋다.

다만 강제력, 구속력 있는 의결로 만들지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친명계이자 최고위원 경선 1위를 달리고 있는 정청래 후보는 페이스북에서 "전 당원 투표가 문제면 국민투표도 문제냐. 말은 바로 하자"며 당원투표 우선제 도입을 주장했다.

한편 김진표 국회의장이 밝힌 '여야 중진협의체 구상'을 두고 친명계 최고위 주자들은 물론 강성 지지층에서 강한 반대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재명 체제 힘 싣기'라는 해석이 나온다.

중진협의체가 여야 지도부 위에 위치한 '옥상옥'으로 기능하면서 당 대표 리더십의 공간을 축소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이 후보도 토론회에서 "중진협의체는 일종의 국회의장 자문기구 역할이라면 괜찮다"며 "그런데 당을 대표하는 수준까지 가는 것은 당 체제와는 반하는 (것으로),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못박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