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킬레스건 찾아 일반 용해제로 분해…아직 1만2천여종 중 10종 불과
'사라지지 않는 화학물질' 과불화화합물 '쉬운' 분해 첫 발 뗐다
눌어붙지 않는 프라이팬이나 일회용 컵의 방수코팅제 등으로 일상 용품 속에 깊이 침투해 있는 '과불화화합물'(PFAS)은 환경과 생체 내에서 분해되지 않고 축적돼 '사라지지 않는 화학물질'(forever chemical)로 불린다.

초고온에서 소각해도 연기에 섞여 대기로 유출되고 물로도 희석이 안 되는 데다 땅에 묻어도 시간이 흐른 뒤에는 침출되는 등 뾰족한 처리 방법 없이 심각한 건강상의 위협을 제기해왔는데, 이를 저비용으로 쉽게 분해하는 방법이 개발돼 주목을 받고있다.

AFP 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노스웨스턴대학의 윌리엄 딕텔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과불화화합물의 '아킬레스건'을 찾아 일반 용해제로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에서 분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했다.

과불화화합물은 탄화수소의 기본 골격 중 수소가 불소로 치환된 형태의 화학 물질로, 물과 기름에 쉽게 오염되지 않고 열에 강한 특징을 갖고있다.

1940년대에 개발된 뒤 다양한 일상 용품에 적용돼 왔다.

하지만 쉽게 분해 되지 않고 70년 이상 대기와 토양, 하천과 지하수 등 주변 환경에 축적되면서 먹는 물까지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스톡홀름대학 연구진이 지난주 내놓은 연구 결과에서는 과불화화합물 오염으로 빗물을 식수로 삼기에는 안전하지 않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과불화화합물은 적은 양이라도 체내에 쌓이면 간을 손상하고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며 면역력을 약화하고 각종 암을 유발하는 등 납만큼 위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행히 물속의 과불화화합물은 걸러내는 정수 방법은 개발돼 있지만 이를 분해하려면 400℃의 고온·고압에서 소각하거나 상당한 에너지가 투입돼야 하는 등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나마 소각 과정에서 일부가 연기를 통해 대기로 유출되고, 매립을 해도 30년쯤 뒤에는 다시 침출되는 등의 문제를 안고있다.

이처럼 분해가 어려운 것은 주기율표의 원소 중 전자를 끌어당기는 전기음성도가 가장 강한 불소와 전자를 밀어내려는 탄소가 강하게 결합하고 있는데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연구팀은 과불화화합물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여러 개의 탄소와 불소가 강하게 결합한 부분의 반대쪽 끝에 전하를 띤 산소 원자 그룹이 존재해 80∼120℃의 일반 용해제와 시약으로 떼어낼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산소 원자 그룹이 분리된 뒤에는 복잡한 반응을 거쳐 전체 분자를 분해하는 방법에 접근할 수 있게 되는 것으로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이 분해 가능성을 확인한 과불화화합물은 'Gen X'를 비롯해 10종밖에 안 돼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과불화화합물로 분류한 1만2천여 종과 비교하면 아직은 극히 일부에 불과한 상황이다.

딕텔 교수는 이와 관련 "똑같은 아킬레스건을 갖지 않는 과불화화합물이 있겠지만, 그것들도 나름의 약점을 갖고 있을 것"이라면서 "그런 약점을 파악해 낸다면 분해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