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진건의 바이오 산책] 바이오오케스트라의 연주를 감상하고 기립 박수를 치다
중추신경계통(CNS) 분야에서도 바이오마커로 환자를 선별해 임상을 진행하려는 시도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 정확한 타깃 환자를 찾고 빠르게 승인을 받기 위해서다. 국내 기업인 바이오오케스트라는 마이크로RNA를 이용해 알츠하이머의 바이오마커를 찾고, 증상이 나타나기 전 알츠하이머를 예방할 수 있는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Neuroscience is the next Oncology(신경과학은 차세대 항암 영역이다)”는 화이자를 거쳐 2010년부터 바이오젠의 중추신경계(CNS)를 이끌었던 마이클 엘러스 박사의 말이다. 신경과학 분야 신약 개발도 결국 항암제 개발과 마찬가지로 바이오마커와 유전자 분석을 통한 타깃 환자를 선별해서 임상시험을 진행하면 성공률이 더 높아진다.CNS 분야, 바이오마커 기반의 임상 개발이 추세바이오오케스트라의 기업설명회(IR) 자료를 처음 본 것은 2019년 6월이었다. 바이오오케스트라는 작명부터 잘했다고 생각한다. 신약 개발을 흔히 오케스트라에 비유한다. 오케스트라가 현악기·목관악기·금관악기·타악기 군 등 크게 네 파트로 나눌 수 있는 것처럼 신약 개발도 기초연구·합성연구·물성연구·임상연구 등 크게 네 가지 군으로 나눌 수 있다.오케스트라에선 연주가 화음을 이뤄야 하고, 연주 끝까지 흠결이 있어서는 안 된다. 이처럼 신약 개발도 개별 연구원의 최선을 다한 연구가 조합된다. 규제당국의 허가를 받을 때까지 각각의 연구는 소중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더욱 유사하다. 오케스트라에서 지휘자가 온몸과 힘을 다해 움직이는 지휘에 따라 개인 연주자와 각 파트가 화음을 만들어가듯 신약 개발도 최고책임자가 전체 그림을 하나하나 이어가듯 지휘하고 조화하는 막중한 책임을 지닌다.이후 2019년 10월 8일 대전에서 열린 엔테로지노믹스의 4번째 포럼에서 바이오오케스트라의 류진협 대표를 처음 만났다. 바이오오케스트라는 일본 도쿄대에서 병리면역미생물학 박사학위를 받은 류 대표 지휘 아래 뇌질환 치료 신약 개발에 매진하고 있었다.현재 처방되는 치매 치료제는 남은 신경세포의 활성을 유지하도록 신경전달물질을 조절하는 약물이 주를 이룬다. 또 치매에 동반하는 이상행동 및 심리증상 등의 조절을 위해서는 환경요인이나 정서적 지지 등의 비약물적 치료법을 적용하거나 증상의 중증도에 따라 기존 향정신성 약물 치료법 등이 적용되고 있는 정도다.최근엔 축적된 연구를 바탕으로 치매 조기진단이 효과적인 치매 치료의 출발점으로 제시되고 있다. 따라서 조기 진단으로 적절한 치료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면 치료효과의 효율성은 물론 궁극적으로 치매 유병률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초기단계에서 얼마나 진단이 가능한가. 치매가 시작되기 전에 미리 막는 전략이 필요하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18년 2월 15일 알츠하이머 신약 개발의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바이오마커 기반의 임상 개발을 인정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개정안의 핵심은 아주 초기 증상의 치매를 스테이지 1로 정의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한 약물 효능을 대변하는 바이오마커 기반의 임상효능을 평가하는 충족점(endpoint)으로 인정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실제 바이오마커가 충족점으로 선정되기 위해서 충분한 과학적 근거가 요구될 것으로 예상한다. 2016년 설립된 바이오오케스트라는 이러한 추세에 맞춰 마이크로RNA(miRNA)에 주목했으며 새로운 알츠하이머 유발인자로 ‘miRNA-485-3p’를 발견했다.바이오오케스트라가 주목한 miRNA는 무엇인가. miRNA는 약 22개의 뉴클레오티드로 구성되며 단백질 발현을 하향 또는 상향 조절하는 작은 비암호화 단일가닥 RNA로, 메신저 RNA(mRNA)의 중요한 전사 후 조절인자다. 유전자 조절 외에도 miRNA는 세포 간 신호 전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대부분의 miRNA는 세포 내부에서 발견되지만, 외부로 이동할 수도 있어 이를 ‘순환하는 miRNA’라고 표현한다. BBB 통과하는 BDDS 기술최근 다양한 신경 장애 및 신경 퇴행에 miRNA가 잠재적으로 관여함을 시사하며 CNS의 기능 및 병리학에서 miRNA의 중요성이 확인되고 있다. 특히 뇌 발달, 정상적인 뇌 노화 과정 및 다양한 신경 장애에서 miRNA의 역할에 관한 많은 연구가 존재한다. 이들은 조직 손상, 세포사멸(apoptosis) 및 괴사(necrosis) 반응 시 혈액 및 기타 체액으로 방출되면서 질환의 상태를 알려주는 중요한 물질이 될 수 있다.더욱이 miRNA는 신경세포 분화 및 시냅스 가소성과 같은 생리적 과정을 조절할 수 있는 신경계에서도 많이 발견되기 때문에 알츠하이머와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의 병리학적 상태를 진단하는 바이오마커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알려졌다. 토머스 루와 마크 로덴버그가 2018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단일 miRNA는 수백 개의 mRNA를 표적으로 하며, 기능적으로 상호연결되어 있는 많은 유전자의 발현에 영향을 미친다. miRNA 발현의 변화는 병태생리학적 변화와 관련이 있어, 최근 많은 질병에서 관련 연구가 수행되고 있다.바이오오케스트라는 자체적으로 발견한 miRNA조절을 통해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 단백질을 억제하는 miRNA 분자 탐색을 통한 조기 치매 진단과 이를 치료하는 알츠하이머 치매 신약 개발을 진행하고 있었다. 항암제 개발에서 조기 진단 및 신약 개발을 동시에 갖추는 전략과 똑같이 따라가는 것이다.그러나 miRNA 자체가 가지는 단점이 분명히 존재한다. 첫째는 miRNA 자체가 너무 불안정하다. miRNA의 안정성을 높이려면 변형(modification)이 필요하다. 그런데 문제는 변형된 miRNA의 타깃으로서의 유용성과 독성 존재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점이다. 둘째는 타깃 사이트인 뇌, 뇌혈관장벽(BBB)을 방어막으로 가진 뇌에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다. 셋째는 어떤 방법으로 뇌에 들어간 miRNA를 정량 측정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작은 RNA 파편은 아직도 새로운 핵심원료(API)이기 때문이다.그러나 이런 문제점들을 지녔지만 해결 방안을 찾는다면 유전자나 단백질을 이용한 치료제보다도 효과적이고 유용한 방법이다. 바이오오케스트라는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혈장과 뇌척수액, 뇌 조직 등을 분석해 알츠하이머를 유발하는 miR-485-3p를 발견했다. 그러기에 miR-485-3p가 알츠하이머의 선행 바이오마커임을 확인한 것이다. 치매 조기 진단은 타액 등 구강 유래 샘플을 통해 바이오마커로 삼은 miRNA를 검출하는 비침습적 방식으로 90% 이상 정확도를 보이고 있다.현재 빅파마들이 개발 중인 알츠하이머 치료제가 축적된 아밀로이드 베타 혹은 타우 단백질을 타깃으로 하는 반면, 바이오오케스트라는 두 단백질을 모두 관장하는 원인 단백질인 miRNA 조절을 통해 두 독성물질이 축적되기 전에 먼저 제거하는 개념이다. 즉 아밀로이드 베타 축적과 타우 과인산화를 동시에 차단할 수 있다면 조기 치료로 차단 효과를 더욱 높일 수 있다는 생각이다.바이오오케스트라의 알츠하이머 치료제 후보물질인 BMD-001의 약 형태(modality)는 안티센스 올리고뉴클레오티드(ASO·Antisense oligonucleotides)에 속하고 무증상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원인 물질을 조기에 억제해 치료 효과를 높이는 방식이다. 단일가닥 ASO는 화학적 또는 결합 부위 및 타깃에 따라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거나 여러 메커니즘을 통해 mRNA 스플라이싱(splicing)에 영향을 줄 수 있기에 RNA(RNAi )치료제와 함께 개인 맞춤 의학을 실현시킬 수 있는 잠재적인 능력을 가졌다.BMD-001에 결합된 약물전달체로 약물을 뇌 안까지 안전하게 전달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바이오오케스트라는 BBB를 투과해 전달하는 ‘바이오오케스트라 약물전달체(BDDS)’를 독자 개발했다. 독자 개발한 BDDS는 세 가지 요소가 연결됐다. △BBB에 다량 발현된 특정 수용체를 인식할 수 있는 부분 △PEG 블록(block) △음전하를 띤 RNA 후보물질 등이다. 이들은 결합해 안정적인 고분자 나노입자를 형성한다. 이 회사는 동물실험에서 약물이 효과적으로 BBB를 투과해 뇌 심부와 척수까지 안전하게 전달되는 것을 확인했다.막혀 있던 알츠하이머 치료제, 국내 기업이 뚫을 수 있을까또 바이오오케스트라는 지난 1월 SK바이오팜과 miRNA 협약을 통해 뇌전증 질환에서 miRNA를 타깃하는 새로운 접근법의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할 계획이다. CNS 질환인 뇌전증 치료제를 보유한 SK바이오팜과 miRNA를 찾아내는 기술을 지닌 바이오오케스트라의 협업은 각각 회사의 경험과 장점을 공유하고 서로 보완할 수 있는 협업이기에 성공 가능성을 높인다. 지난 3월 4일 바이오오케스트라 사무실을 방문한 필자는 ‘사람을 살리는 신약 개발,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강의를 했다. 음악회의 간단한 전반부였다. 인터미션 후에 류 대표의 전위적인 연주가 시작됐다. 점심시간에 도시락을 즐기면서 계속 듣는 연주였다.류 대표는 “우리가 타깃하는 단백질과 아밀로이드 베타 및 타우와의 연관성은 논문을 통해 잘 알려져 있으며, 우리가 지닌 플랫폼으로 타깃 단백질을 조절하는 miRNA를 발견, 실제 치매와 유의하게 연관돼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인간뿐 아니라 동물의 뇌에서도 발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miRNA-485-3p는 정상일 때는 brain-enriched miRNA이며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의 뇌와 말초조직에 2배 이상, 많게는 5배 이상 과발현이 되어 있다. 이것은 miRNA-485-3p의 대표적인 타깃인 PGC-1 알파 단백질의 결핍으로 이어진다. 이 현상은 알츠하이머 발병 등과 연관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실제로 이 회사는 miRNA-485-3p 과발현이 단백질 병리, 신경염증, 인지능력 감소 등의 증상이 생기는 것을 증명해 miRNA-485-3p가 알츠하이머의 선행 바이오마커임을 확인했다. 나아가 치매 조기 진단은 혈액·액 등 말초조직 샘플을 통해 바이오마커로 삼은 miRNA를 검출하는 비침습적인 방식으로 90% 이상 정확도를 보이고 있다.PGC-1 알파 감소는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근위축성 측색 경화증 발병, TBI 등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PGC-1 알파 단백질은 세포의 공장으로 불리는 미토콘드리아 신생성(mitochondria biogenesis)에 주조절자로서 지휘자 역할을 하고 있고 세포가 정상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아데노신삼인산(ATP)을 공급하고 있다. 단백질 병리 축적, 신경염증, 신경세포 사멸 등이 이 단백질의 결핍과 관련되어 있는 것은 이미 알려져 있다. 이 단백질의 효율적인 조절은 퇴행성 뇌질환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바이오오케스트라는 miRNA 조절 물질을 쥐 모델에 투여한 결과, 효과적으로 타우 및 아밀로이드 베타 독성 물질을 차단하며 인지 능력을 유지하는 실험결과를 보여줬다. 형광물질을 붙여서 투여한 결과, BBB를 안전하게 투과해 miRNA 조절 물질이 동물모델에서 인지기능을 개선할 수 있는 수율로 뇌 안으로 들어간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어떻게 음성을 지닌 RNA가 뇌 안으로 들어가 작용할 수 있을까 하는 커다란 의문을 필자의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3개월간 약물 투여 시 식욕 저하 등에서 안전성을 확인했으며, 또한 자체 개발한 치매 동물모델은 현재 많이 쓰이는 아밀로이드 베타를 주입한 동물 혹은 유전자 TG 모델보다 더 많은 표현형을 커버할 수 있다고 류 대표는 설명했다.또 그는 “치매의 9가지 표현형 중 유전자 TG 마우스가 4가지, 아밀로이드 베타 주입 마우스가 2가지를 커버하는 것에 그치는 데 비해 바이오오케스트라의 동물모델은 최소한 6가지 이상을 커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류 대표가 지휘하는 바이오오케스트라의 연주를 감상하고 필자는 박수를 쳤다.대전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즐거운 연주를 다시 기억하며 음미하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가자! 가자! 세계를 향하여! 넘자, 넘자, 글로벌 장벽을! ‘Avant-garde of RNA Therapeutics!’. <저자 소개> 배진건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박사과정을 마쳤다. 2008년 JW중외제약에서 연구총괄 전무를 지냈고 C&C신약연구소 대표를 역임했다. 한국아브노바 연구소장과 한독 상임고문을 거쳐 현재 이노큐어테라퓨틱스 부사장(Science intelligence advisor)이자 우정바이오 신약 클러스터 기술평가단장을 맡고 있다. 국내외 신약개발 분야의 석학으로, 저서로는 <사람을 살리는 신약개발(Back to BASIC)>이 있다.*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2년 5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