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즈상 수상자' 등장에 150명 몰려

"저는 어려운 문제는 풀지 않습니다.

"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을 수상한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겸 한국 고등과학원(KIAS) 수학부 석학교수가 모교인 서울대 강단에 섰다.

허 교수는 27일 오후 서울대 수리과학부 상산수리과학관에서 서울대 학생들과 교수를 상대로 '조합론과 호지이론(Hodge theory)', 자신의 학문적 성과를 소개하는 강연을 했다.

이날 강연에는 약 150명이 몰렸다.

허 교수가 서는 강단과 가까운 자리부터 빈틈없이 사람들로 채워졌다.

허 교수가 강단에 오르자 강의석에 앉아있던 학생들은 휴대전화를 꺼내 허 교수의 모습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담았다.

학생들은 난해한 수학 이론 이야기에도 눈을 반짝이며 집중했다.

허 교수는 학생·교수들과 전공 지식·연구 내용에 관한 질의응답도 약 20분간 이어갔다.

간간이 '인생 상담'도 이뤄졌다.

한 학생은 "교수님은 시인도 되고 싶었고 물리학을 하시다 수학을 하게 되셨는데 길을 선택하면서 불안함을 어떻게 대처했냐"고 조언을 구했다.

이에 허 교수는 "포괄적 인생 조언을 드릴 정도로 스스로 훌륭한 사람이라 생각하진 않지만 근거 없는 자신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전공과목을 에이플러스(A+) 받는다고, 필즈 메달을 받는다고 재능에 확신이 생기는 건 아니다"라며 "근거 있는 자신감은 언제든 부서질 수 있지만, 근거 없는 자신감은 유연성을 길러준다.

주변에 행복한 사람들을 보면 근거 없는 자신감이 강하더라"고 덧붙였다.

허 교수는 강연 후 기자들과도 만나서도 "운이 좋은 사람도 살면서 세 번 정도는 힘든 과정에 놓이곤 하는데, 근거 없는 자신감이 목표를 변경하게 도와주거나 기존에 있던 목표를 향해 더 나아갈 큰 힘이 되어주곤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김대환(24)씨는 "본인의 생각과 학문적 업적에 자신감 있는 모습이 멋지게 느껴졌다"며 "(자신도) 나중에 성취를 나누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느꼈다"고 감회를 전했다.

수리과학부 신입생인 주정원(18)씨는 전공책에 허 교수의 사인을 받으며 "교수님이 근거 없는 자신감이 중요한 것 같다고 말씀하셨는데 공감했다"며 "수학은 분야 자체가 어렵고 나보다 잘하는 사람도 엄청 많기 때문에 이 말을 계속 생각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