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우려였다"…유럽 결속·대러 공동대응 지킬지 주목
"유럽 넘어 미·세계시장 위협"…독일 원전 수명연장 설득할 듯
미, 러 '에너지무기' 본격대응 착수…백악관 조정관 유럽 급파
러시아가 유럽행 가스 공급을 재차 줄이며에너지무기화 전략을 더 뚜렷하게 드러내자 미국이 황급히 대응에 나섰다.

미국 CNN방송은 26일(현지시간) 백악관이 에이머스 후크스타인 글로벌에너지조정관을 유럽으로 급파했다고 보도했다.

후크스타인 조정관은 유럽연합(EU)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 등에서 '미국-유럽 에너지안보 공동 태스크포스'와 함께 올겨울 미국·유럽의 에너지 관련 비상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 조직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약 한 달 뒤인 3월 하순,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겠다면서 미국과 유럽이 공동으로 설치했다.

에너지 위기로 우크라이나전 장기대응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보고 대러시아 공동대응 체제를 지키기 위해 본격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정부 관계자는 천연가스 공급 조절을 앞세운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가 "우리의 가장 큰 우려였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러시아의 조치에 따른 유럽의 충격이 천연가스와 전력 가격 상승으로 미국까지 번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럽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철수할 조짐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대러시아 저항력과 결속력이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판단했다.

미국과 EU는 그동안 소비를 줄이고 겨울용 비축량을 늘리는 등 가스 부족 사태에 대비한 나름의 준비를 해왔다.

이날 EU 회원국들은 8월부터 내년 3월까지 가스 수요를 15% 줄이기로 합의했다.

미국 정부와 EU 집행위원회는 그간 EU 27개 회원국에 겨울용 비축량을 늘리라고 거듭 당부해왔다.

그러나 러시아는 유럽행 가스 공급 상당량을 책임지던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 공급량을 전체 용량의 40%로 줄였고, 이달 11∼21일에는 정기점검을 이유로 아예 공급 끊었다.

21일 공급을 재개하긴 했지만 27일부터 다시 공급을 전체 용량의 20%로 낮추겠다고 지난 25일 예고했다.

미 당국자들은 가스 수요 15% 감축이나 액화천연가스(LNG) 대체 방안 등으로는 유럽의 가스 부족분을 채우기 역부족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이번 겨울을 날 가스비축 목표치로 설정한 80%를 달성할 수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미국과 EU는 유럽 전역에서 원자력 발전 비율을 높이는 방안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CNN은 전했다.

2022년 '탈원전'을 선언했던 독일에서는 올 연말 가동을 중단하려던 원자력 발전소 3곳의 수명을 연장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미국도 독일에 해당 원전의 수명 연장을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고 CNN은 덧붙였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대변인 성명에서 "천연가스를 정치·경제적 무기로 사용하려는 또다른 시도"라고 러시아를 비판했다.

NSC는 "러시아의 에너지 겁박 때문에 에너지시장이 압박을 받고 소비자 물가가 오르며 글로벌 에너지 안보가 위협받는다"며 "러시아의 저런 행동 때문에 러시아 에너지에 대한 의존을 끝내려는 미국과 EU 집행위의 노력이 중요하다는 점만 부각될 뿐"이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