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는 부실후 수습 위주…정상금융사 유동성 지원 가능해져
예보, 일시적 자금난 금융사 선제적 지원…위기 예방 기능 강화
26일 금융위원회가 금융안정계정(가칭) 도입을 예고하면서 앞으로는 예금보험공사(예보)가 시장 충격 등으로 일시적으로 자금난에 처한 금융회사에 선제적으로 자금 지원에 나서게 될 전망이다.

금융안정계정이 도입되면 과거 금융위기 때 일시적으로 운영한 금융안정기금과 같은 제도를 예보가 상시로 운영하게 된다.

예보 기능이 부실 금융회사 정리뿐 아니라 부실 발생 전 선제적·예방적 지원으로 확대되는 셈이다.

◇ 일시적 자금난 금융회사 '긴급 구조'…선제대응 기능 강화
2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는 이날 열린 금융리스크 대응 태스크포스(TF)에서 예보기금에 금융안정계정(가칭)을 설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금융회사 부실예방을 위한 금융안정계정 도입안'을 논의했다.

금융위는 "금융환경의 변화에 따라 금융회사의 부실을 방지하고 사전적으로 리스크 확산을 차단하는 제도의 도입 필요성이 제기되어 왔다"며 "이에 금융안정계정을 도입해 금융회사 부실 예방 차원에서 적기에 유동성 공급 및 자본확충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관계부처 및 유관기관 협의 및 전문가 세미나 등 의견수렴을 거쳐 세부 내용을 마련하고 예금자보호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안정계정은 그동안 금융위기 발생 시 한시적으로 운영된 긴급 자금지원제도를 상설화하는 성격을 띨 전망이다.

과거에도 금융위기 당시 설치된 은행자본확충펀드나 금융안정기금, 코로나19 사태 직후 도입된 금융안정특별대출 등이 긴급 자금지원제도가 있었지만, 이들 제도는 지원대상이 일부 업권에 한정된 데다 상시로 부실 발생 가능성을 차단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고 금융위는 설명했다.

2020년 3월 주가 폭락 여파로 유동성이 부족해진 국내 일부 대형 증권사가 원화·외화 현금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채권·외환시장에 혼란이 발생했는데, 앞으로는 금융안정계정이 이 같은 일시적 유동성 경색 상황에 대처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예보, 일시적 자금난 금융사 선제적 지원…위기 예방 기능 강화
◇ 일시적 자금위기 정상 금융회사가 대상…부실 금융사는 예보기금이
이날 금융위가 발표한 도입안에 따르면 금융안정계정은 금융시장 및 금융제도의 위기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금융위가 판단했을 때 사용할 수 있다.

지원대상은 일시적으로 어려움에 부닥친 정상 금융회사이며, 부실 금융회사나 부실이 우려되는 금융회사는 제외된다.

부실 또는 부실 우려 금융사는 현재도 예보기금으로 자금지원이 가능하다는 게 금융위의 설명이다.

자금지원은 위기 형태에 따라 유동성 공급 또는 자본확충 형태로 이뤄진다.

예보가 금융회사의 채권 발행에 보증 지원을 하는 방식으로 유동성 공급을 하며, 시장 경색으로 채권 발행이 어려워지면 해당 금융회사에 직접 대출을 해준다.

자본확충은 금융회사의 우선주 매입 등을 통해 이뤄진다.

구체적인 지원 방식은 회사 규모나 시장 및 실물경제 영향을 고려해 결정한다.

예보, 일시적 자금난 금융사 선제적 지원…위기 예방 기능 강화
◇ "재원조달, 정부출연·보증 없어…현재 상황 위기 아니다"
계정 운용은 기존 예보기금 내 별도 계정을 분리해 설치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재원 조달은 국민 부담 최소화를 위해 수익자 부담 원칙을 지킨다는 방침이다.

금융위는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민간의 자체 부담으로 제도를 운영할 계획이므로 재원 조달을 위한 정부 출연이나 정부 보증 채권발행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회사의 도덕적 해이 방지책도 마련했다.

이를 위해 자체적인 위기 해소 능력이 있는지를 사전에 엄격히 심사하고 지원 시 경영건전성 제고 계획을 제출받아 이행 상황을 점검할 방침이다.

특히 자본확충 지원 시엔 일정 비율 이상의 자본건전성 확보를 전제로 하고 배당·임원성과급 제한, 자사주 매입금지, 불이행 시 주주권리 행사 장치 마련 등 상대적으로 엄격한 지원 요건을 부과할 계획이라고 금융위는 밝혔다.

한편 금융위는 현재 국내 금융회사의 부실화 우려가 있어서 금융안정계정 제도를 도입하려는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신진창 금융위 구조개선정책관은 "금융안정계정은 현재 금융시장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우리나라 금융시장 위기 대응체계를 완비하려는 제도적 노력의 일환"이라며 "유사한 선제적·예방적 금융안정 수단이 미국이나 유럽연합(EU), 일본 등에서 이미 도입돼 시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위기대응 수단 중 하나를 미리 갖춰놓는 것일 뿐 금융안정기금으로 위기대응 제도를 단일화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금융위는 8월 중 예보법 개정안을 입법예고 할 예정이다.

이르면 내년 하반기 이후 금융안정계정이 시행될 것으로 금융위는 예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