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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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증자를 요구하겠다며 특정 기업의 주가를 끌어올린 후 정작 뒤에서는 지분을 팔아치운 한 개인투자자가 이번엔 양지사 지분을 취득했다. 이번에도 무상증자를 요구하겠다고 나서면서 양지사 주가는 80% 넘게 폭등했다. 무상증자라는 키워드로 소액 투자자를 현혹시키는 김씨의 매매 수법에 넘어가 섣불리 추격 매수했다가 오히려 큰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 김대용(39)씨는 양지사 지분 83만9100주(5.25%)를 취득했다고 전날 공시했다. 총 100억5186만원어치를 차입금 없이 사들였다.

김씨는 양지사 지분 보유 목적으로 "무상증자 및 주식 거래 활성화를 위한 기타 주주 가치 제고"라고 적었다. '자진 상장폐지'도 요구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액 주주의 피해를 막기 위해 오는 12월 말까지는 매도하지 않겠다"며 "무상증자가 결정되면 권리락 이후는 매도할 수 있다"고 했다.

김씨가 주식을 매집하기 시작한 지난 18일부터 양지사 주가는 2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지난 18일 이후 양지사 주가는 약 88% 급등했다. 한국거래소는 이날 양지사를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했다.

증권가에서는 섣불리 김씨가 매집한 종목을 추격매수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김씨는 최근에도 신진에스엠을 통해 동일한 방법으로 주가를 끌어올린 뒤 차익을 실현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지난 7일 신진에스엠의 주식 12.09%를 취득하면서 "무상증자를 요구하겠다"고 나섰다. 무상증자 공시와 함께 주가가 급등하는 최근 상황을 이용한 것이다.

소액주주들이 신진에스엠을 매수하기 시작하면서 주가가 치솟자 김씨는 지분 취득 공시 당일 주식을 처분한 것으로 밝혀졌다. 3주만에 벌어들인 차액만 약 11억원에 달했다. 김씨의 지분 매각 공시 이후 주가는 폭락했다. 뒤늦게 올라탄 개미는 큰 손실을 봤다. 당시 김씨는 신진에스엠 측에 무상증자를 적극적으로 요구한 적도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에도 사정은 비슷하다. 김씨는 양지사 측에 무상증자 등을 요구한 적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양지사 관계자는 "김씨는 회사 측에 전화나 방문을 통해 무상증자를 요구한 적이 전혀 없다"며 "회사는 무상증자 단행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씨가 양지사 지분을 취득한 것은 유통주식수가 현저히 적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최대주주 지분(75.53%)과 자기주식(14.04%)를 제외하면 양지사의 실질적인 유통 주식은 10.43% 뿐인 '품절주'다.

금융당국은 무상증자 요구 등을 앞세워 주가를 끌어올린 뒤 시세차익을 얻는 행위가 부정거래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김씨의 매매 행태는 무상증자라는 키워드로 소액 투자자들을 꼬득여 이용하는 치사한 수법"이라며 "섣불리 단기 차익을 노리고 올라탔다가 큰 손실을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심성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