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선거법 일부 조항 위헌·헌법불합치 결정에 시민단체 "환영"
선거 기간 집회나 모임을 금지한 공직선거법 조항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21일 나오자 시민단체들이 일제히 "의미 있는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용산참사진상규명위, 천주교인권위원회, 참여연대 등은 이날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결과가 기대에 다소 못 미친다"면서도 "다수의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림으로써 입법자들에게 개정을 권고했으니 나름대로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헌재는 앞서 이날 공직선거법 제103조 3항 '선거기간 중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집회나 모임을 개최할 수 없다'는 부분과 관련 처벌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180일 전부터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현수막, 그 밖의 광고물의 게시를 금지하고 처벌하는 공직선거법 조항과 광고, 문서·도화의 첩부·게시를 금지하고 처벌하는 조항 등은 헌법에 합치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재근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선거 기간 후보자에 대해 '나는 반대한다', '나는 찬성한다' 등을 얘기했다는 이유로 처벌받는다는 것은 부당하다"며 "황당한 법리로 처벌한 경찰, 검찰, 법원의 판단이 잘못됐다는 것이 오늘 결정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공식 논평을 통해 "헌법재판소 결정을 환영한다"며 "선거법 독소조항으로 이미 수많은 선량한 시민들이 '선거사범'이 된 만큼, 국회는 즉시 선거법 개정에 나서 유권자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헌법소원 청구인 중 한 명인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도 "유권자들의 참정권을 탄압하고 봉쇄했던 독소 조항들에 위헌 내지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권리 향상에 중대한 계기가 되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용산참사 유가족 이충연 씨는 "조금 아쉬움이 있지만, 저희의 정당한 싸움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해줬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용산참사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이었던 김석기 현 국민의힘 의원의 20대 총선 출마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가 2016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이후 그는 공직선거법 일부 조항이 위헌이라며 용산참사진상규명위, 천주교인권위원회, 참여연대 등과 함께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김덕진 천주교인권위원회 상임활동가는 "헌법재판소가 국회에 공직선거법 개정을 명한 만큼 국회는 남은 기간 신속하게 공직선거법을 개정해 다음 선거부터는 다시는 이런 부당한 일로 피해를 보고 전과자가 되는 시민들이 없게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