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문화유산 보존활동을 하는 비영리단체 'NTHP'(National Trust for Historic Preservation)는 19일(현지시간) 흑인 문화유산 보존을 위해 조성한 기금(AACHAF) 300만 달러(약 40억 원) 일부를 시카고 남부 소재 에멧 틸(1941-1955) 생가 복원에 지원하기로 했다고 시카고 언론과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NTHP는 "틸의 생가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역사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틸은 14세 때인 지난 1955년 8월 친척들이 사는 미시시피주 소도시에 놀러갔다가 영영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그는 사촌들과 함께 간 한 식료품점에서 백인 여성을 향해 휘파람을 불었다는 이유로 여성의 남편 일행에게 끌려간 지 사흘 만에 처참히 훼손된 시신으로 발견됐다.
틸의 어머니는 아들의 장례식에서 잔혹하게 폭행당한 아들의 모습을 공개했고, 보도 사진과 함께 사건이 알려지면서 당시 흑인 민권운동의 기폭제가 됐다.
이 사건에 대한 논란이 일자 미국 법무부는 사건 발생 63년 만인 2018년 초 재수사에 착수했고 미국 의회는 올초 '에멧 틸 안티 린칭 법안'으로 이름붙인 '반 린치 법안'을 가결해 지난 3월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했다.
이 법은 형사 처벌 권한이 없는 개인이나 단체가 특정인에게 임의로 가하는 사적 형벌(私刑) 즉 린치를 '인종차별 또는 편견에 근거한 범죄'로 규정하고 가해자를 최대 징역 30년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NTHP는 틸의 생가 외에도 노스캐롤라이나주 최초의 흑인 프리메이슨 집회장소, 오클라호마주 시골의 흑인 농부·노동자 자녀를 위한 학교, 흑인 사업가가 미시시피주에 세운 은행, 아서 애쉬(1943-1993)·앨시아 깁슨(1927-2003) 등 흑인 테니스 선수를 양성한 버지니아주의 집, 비밥 재즈 발상지로 간주되는 디트로이트 소재 '블루버드 모텔', 펜실베이니아주의 흑인 묘지 등을 복원하는데 흑인 문화유산 보존기금을 배분할 계획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시카고 시의회는 앞서 작년 1월, 틸의 생가를 시카고 시 공식 명소로 지정했다.
이 집은 1895년 빅토리아 건축양식으로 지은 215㎡ 규모의 2층집으로 틸은 이 건물 1층에 어머니와 함께 살았다.
지역사회단체 '블랙스 인 그린'(Blacks in Green)은 2020년 이 집을 18만 달러(약 2억4천만 원)에 매입해 박물관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시카고 남부 잭슨파크에 조성 중인 '오바마 센터' 개관 시점(2025년 예정)에 맞춰 복원된 틸의 생가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틸의 생가는 오바마 기념관 부지로부터 서쪽으로 약 3km 떨어져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