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강 양박' 마지막 출사표…"어젠다 끌고가는 야당 돼야"
"이재명 장점 '카리스마'라면…저는 '섬기는 리더십'으로 당 뒷받침"
더불어민주당 차기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박주민 의원은 11일 "민주당이 어느샌가 여론조사 정당이 됐다"며 "가치 중심 정당으로 자리를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당내 '97(90년대 학번·70년대생) 그룹'에 속한 인사로, 지난 8일 97그룹 대표 주자인 '양강 양박(강병원 강훈식 박용진 박주민 의원)' 가운데 마지막으로 당권 출사표를 던진 바 있다.

재선인 박 의원은 세월호 참사 때 피해자 가족협의회 법률대리인을 맡으며 '세월호 변호사'라는 별명을 얻었으며, 당내에선 진보·개혁 성향 의원으로 분류된다.

박 의원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최근의 민주당 모습을 보면 여론조사를 한 뒤에 특정 정책이 여론에 유리하면 추진하고, 불리하면 추진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왔다"며 "여론 상 어려움이 있더라도 민주당만의 가치를 관철하고 돌파해내야 하는 데 이런 점이 부족했다"고 돌아봤다.

이 과정을 거치며 국민들에게 민주당만의 장기적 비전이나 국정 청사진을 뚝심 있게 보여주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대선과 지방선거의 패배로 이어졌다는 게 박 의원의 진단이다.

박 의원은 "현재 민주당은 국회의 압도적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정당"이라며 "단순히 정부를 견제하고 반대하는 야당이 돼선 안 된다.

오히려 사회 어젠다를 민주당이 끌고 가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를 위해 박 의원은 민주연구원 등 당 싱크탱크, 정책위, 상임위 등의 정책역량을 강화하는 데 당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7∼8개 이상의 핵심 현안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연구모임을 만들어 민주당이 의제 형성을 주도하고, 국민들에게 뚜렷한 비전을 제시하는 정당으로서 신뢰를 되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당내에서 존폐 논란이 제기된 강경파 초선 의원 모임 '처럼회'에 대해서도 이런 의제그룹 가운데 하나로 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박 의원은 "처럼회는 계파로 보긴 힘들다.

처럼회 소속 의원들은 검찰개혁을 추구하는 의원들인데, 거기서 검찰개혁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건 비판할 일도 아니며 오히려 당연한 일이지 않나"라며 "복지, 노동, 환경 등 다른 분야에도 비슷한 의원 모임이 만들어지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게 좋지 않나"라고 했다.

다른 97그룹 주자들이 처럼회에 대해 대부분 비판적 시각을 드러낸 것과는 다소 결이 다른 입장이다.

당내에서 또 다른 화두가 된 '팬덤정치'에 대해서도 "그 분들(강성 당원들)도 그렇게 정치인과 소통하고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그분들에게 '문자를 보내지 말라'고 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소통의 채널을 더 만들어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언급했다.

박지현 전 공동비대위원장에 대해서는 "청년 정치참여, 성적인 불평등 문제 등에 대해 좋은 말씀을 많이 해준 분"이라며 "우리가 소중하게 챙겨야 한다.

새 지도부가 꾸려진다면 박 전 위원장도 당내에 들어와 활동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일각에서 '이재명 상임고문과 지지층이 겹치지 않나'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박 의원은 "이 고문과 저는 생각의 방향은 비슷할 수 있지만 추구하는 리더십의 성격이 다르다"며 "이 고문이 카리스마를 보이며 이슈를 확 끌고 가는 스타일이라면, 저는 '섬기는 리더십'을 통해 당을 뒷받침하고 동료 의원들과 낮은 자세로 함께하는 타입이다.

지금은 이런 리더십도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번에 출마선언을 하기 전 이 고문과 별도로 만나 의견을 나눴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이번 전대가 '이재명 대 97그룹' 대결 구도로 펼쳐지는 상황에서 97그룹 주자들 간 단일화가 가능하냐는 질문에는 "이제 막 출마했는데 단일화 얘긴 좀 이른 것 같다"며 선을 그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