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최종안으로 생각해 발언한 것…대통령에 보고도 이뤄져" 해명 여당, 21일 정부보고 확인…野 "대통령도 모르는 설익은 발표가 국기문란"
고용노동부가 지난 23일 '노동시장 개혁 추진 방향'을 발표한 지 하루만에 "보고를 못 받았다"는 윤석열 대통령 발언이 나오면서 대통령실과 정부, 여당 간에 엇박자가 난 듯한 모습이 연출됐다.
혼선이 가중되자 용산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관련 보고를 받았으며 다만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정부 최종안으로 오인해 그처럼 말한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야당은 "대통령도 모르는 설익은 정책발표"라며 '국기문란'이라는 말까지 써가며 맹공했다.
윤 대통령은 24일 출근길 도어스테핑(약식 회견)에서 노동부 발표에 포함된 '주 52시간제 유연화' 관련 질문에 "어제 보고를 받지 못한 게 아침 언론에 나와 확인해보니, 노동부에서 발표한 게 아니고 부총리가 노동부에다가 민간연구회라든가 이런 분들의 조언을 받아서 '노동시장의 유연성에 대해 좀 검토해보라'고 이야기해 본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직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발표된 것은 아니다"라고도 했다.
장관이 새 정부의 정책 방향을 대대적으로 발표한 지 하루 만에 대통령이 보고를 받지 못했다고 하고, 또 공식 입장은 아니라며 그 의미를 축소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 때문에 핵심 정책을 두고 대통령실과 정부 간 정책 발표 과정에서 혼선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정책 발표에 앞서 대통령 보고가 누락된 것 아니냐는 의문 등이 제기됐다.
대통령 발언을 접한 노동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브리핑 자료를 대통령실과 공유했다"고만 밝혔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이날 국회에서 "노동시간 유연화도 노사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할 수 없게끔 설계가 돼 있어서 보고를 받은 건 있다"며 지난 21일 노동부로부터 보고를 받았다는 사실을 밝히며 논란은 더 커졌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 패싱'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이에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언론에 난 정부 발표를 '최종안'으로 생각해 발언한 것이라며 보고도 절차에 따라 이뤄졌다고 해명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아침 신문을 보고 정부의 최종 결정이 이뤄진 것으로 생각해 그런 보고를 못 받았다고 생각한 것이지, 관련 보고를 못 받았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도 노동부 발표 내용이 국정과제와 지난 16일 공개된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에 모두 포함됐었다며 "노동부가 시민사회수석에게 보고한 내용이고 수석도 이를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확인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기본적으로 다 알고 계신 내용이다.
노동시간 유연화는 이미 대통령 머릿속에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대통령실 설명대로 '방향' 정도만 제시한 노동부 발표 보도를 두고 최종안으로 착각한 건지에 대한 명쾌한 답은 내놓지 않았다.
노동계 하투(夏鬪)를 염두에 두고 대통령이 한발 물러선 것 아니냐는 시선도 일각에서 나왔으나, 대통령실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조금 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이 방향대로 갈 것"이라고 반박했다.
야당은 윤 대통령의 전날 발언을 인용해 "대통령도 모르는 설익은 정책발표야말로 국기문란일 것"이라며 '되치기'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주52시간제 개편이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면 국민 불안만 가중한 고용노동부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윤 대통령도 모르는 설익은 정책 발표야말로 국기문란"이라고 비난했다.
윤 대통령이 전날 경찰의 치안감 인사 번복 논란과 관련, "아주 중대한 국기문란, 아니면 어이없는, 공무원으로서 할 수 없는 과오"라고 강도높게 질타한 것을 겨냥한 발언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