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자, 소유자 살고 있는 경매물건 눈여겨봐야

경매에 관심이 있는 투자자들은 ‘권리분석’이란 용어를 자주 접하게 된다. 생소하게 들리는 용어지만 권리분석을 모르고 경매 부동산에 투자하는 건 매우 위험천만한 일이다. 경매에서 권리분석이란 부동산에 얽혀있는 여러 가지 법적 이해관계를 풀어 나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권리관계가 까다롭거나 인수해야 할 권리가 있다면 아무리 값싸게 낙찰 받았다 하더라도 세입자의 돈을 물어주거나 인수해야 할 권리 때문에 대형 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이 큰 것이 경매물건이다.

부동산의 권리관계 파악이란 이렇듯 법적인 사실관계를 깨끗하게 풀어 새로운 권리자가 그 권리를 이어받는 절차인 셈이다. 만약 하나라도 소홀히 하거나 가볍게 지나친다면 권리관계가 엉망으로 얽혀 명도소송 같은 법적인 다툼을 해야 하거나 세입자에게 거액의 전세금을 물어줘야 한다.

그러나 다행히도 경매로 나오는 물건 중 권리관계 파악이 손쉬워 낙찰 후에도 권리이전을 받기 쉽거나 부동산을 인도받기 쉬운 우량한 물건들이 있다. 10건 중 6건 정도는 낙찰 후 길어봤자 몇 개월 만에 부동산을 넘겨받을 수 있다. 이런 물건을 고르면 굳이 어렵게 낙찰 받고도 속을 썩을 일이 없고 빠른 입주로 인해 초보자도 손쉽게 낙찰 받을 수 있다.

소액임차인이면 명도문제 없어 첫째, ‘채무자 또는 소유자가 거주’하고 있다면 일단 안전한 물건이라도 봐도 좋다. 주택 경매에서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이 세입자 문제이다. 세입자가 한 두 세대 정도 살고 있으면 아무래도 이사비를 챙겨야 한다. 체납관리비와 각종 공과금을 낙찰자가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싸게 낙찰 받았다는 점 때문에 세입자들의 고충과 고민을 들어줘야 한다. 또 이사 날짜를 잡아 내보내야 하기 때문에 추가비용이 만만치 않다.
그러나 세입자 없이 직접 채무자가 살고 있다면 그런 수고를 덜어주어 여러모로 편하다. 세입자와 달리 약간의 위로금만 줘도 손쉽게 명도를 해결할 수 있다.

둘째, 세입자가 여럿 거주하더라도 배당받는 세입자들이라면 별 문제없는 경매물건이다. 즉 세입자들이 후순위 임차인(가장 먼저 설정된 권리, 즉 말소기준권리보다 늦게 전입신고를 마친 대항력 없는 세입자)이면서, 전입신고를 했고, 최우선 변제 소액임차인이라면, 또 그 소액임차인이 법원에 배당요구를 했다면, 일정 부분의 보증금을 매각대금에서 받아 나가게 된다. 이럴 경우 배당과 명도의 ‘칼자루’는 낙찰자한테 있다. 즉 배당금을 법원에서 받으려면 새로운 주인(낙찰자)한테 ‘명도확인서’와 ‘인감증명서’를 받아 법원에 제출해야 배당금이 나온다. 법원으로부터 배당금을 받으려면 이 두 장의 서류가 필수조건으로 따라 붙는다. 따라서 세입자가 속을 썩일 가능성이 매우 낮다. 이 서류들은 언제 해줘야 할까? 당연히 세입자가 명도, 즉 이사를 가는 날 해줘야 한다. 몇 달 전 서울 북부법원에서 경매에 부쳐진 단독주택을 낙찰받은 사람에게 조언해준 적이 있다. 서울 중랑구 상봉동의 대지 30평, 건평 43평짜리 2층 주택이 감정가(1억3505만원)에서 2회 유찰해 8643만원까지 떨어졌다. 3명이 입찰경쟁을 벌였다. 그리고 그 사람이 9400만원에 간신히 낙찰 받았다. 등기부등본 상 개인이 저당권 2억 원을 설정했다가 채무금을 갚지 않자 경매에 부친 사건이었다. 이 주택에는 세 명의 세입자들이 거주하고 있었는데 모두 최우선변제(4000만원 중 1600만원)를 받는 소액임차인들이었다. 입찰 전이나 후나 신경을 거의 쓸 일이 없는, 권리 상 물건 상, 문제가 없는 경매물건이었다. 그런데 낙찰 받은 그 사람에게 문제가 생겼다. 나는 명도확인서 같은 서류는 이사 후에 세입자에게 내주어야 한다고 그에게 신신당부를 했었다. 하지만 그는 “세입자 한 명이 찾아와 약속한 날짜에 집을 비워줄 테니 명도확인서를 써달라고 해서, 배당에 필요한 서류를 급하게 넘겨주었다”고 말했다. 그는 세입자가 어려운 입장을 생각해 명도확인서를 미리 써주었던 것이다. 사정이 딱한 듯 보여 어쩔 수 없었다고 그는 말했다. 그런데, 먼저 서류를 챙긴 이 세입자는 법원에서 배당금을 수령한 다음에, 다른 세입자들과는 달리, 이사 날짜를 계속 미루며 별도의 이사비를 요구했다. 그 세입자는 계속 애를 먹이며 자기주장만 내세웠다. 어쩔 수 없이 그 낙찰을 받은 사람은 200만원의 이사비를 내주고 명도를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다. 사람을 너무 믿지 말아야 “사람은 신뢰의 대상이 아니고 사랑의 대상이다”고 했던가? 경매투자자들이 꼭 염두에 두어야 할 말이다. 너무 사람을 믿지 말아야 한다. 특히 경매에 부쳐진 집에 사는 세입자나 주인의 경우 막무가내식 요구를 통해 낙찰자를 괴롭히기도 한다. 이런 사람들로부터 속지 않으려면 ‘칼자루(명도확인서와 인감증명서)’를 필요할 때 휘둘러야 한다. 배당받는 세입자가 있는 주택이라면 반드시 이 철칙을 지켜야 한다. 그러나 간혹 이사를 서두르는 세입자 중 이사 갈 곳이 확정된 상태라면 전·월세 계약서를 확인해 본 후 그 곳의 집주인과 연락을 해봐야 한다. 진짜 그 날짜에 입주할 것인가를 확실하게 알아본 다음에, 서류를 챙겨줘도 된다. 셋째, ‘선순위 세입자가 경매를 부친 채권자’라면 일단 안전하다. 전세보증금을 받지 못한 전세입자가 ‘전세보증금 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해 강제경매를 부친 경우이다. 이런 매물이 경매에 부쳐져 낙찰된 경우 세입자는 매각대금에서 전액 배당을 받고 집을 비워주게 된다. 대체로 세입자가 없는 경우가 많고, 별도로 이사비를 줘가며 명도를 할 필요가 없어 초보자도 안전하게 낙찰 받을 수 있다. 다만 너무 낮은 값에 낙찰됐다면 세입자의 보증금 전액을 반환할 수 있어야 한다. 즉 나머지 세입자가 못 받은 금액만큼 낙찰자가 부담해야 하는 수가 발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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