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내용해석이 어려운 경우가 너무 많다. 다음 사례를 살펴보자.
현재의 우리 부동산거래계약관행은 대금 전액을 한꺼번에 지급하기 보다는 대금을 여러차례 나누어서 지급하다보니 계약금약정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부동산거래금액이 워낙 거액이다보니 거래금액의 약 1/10 정도인 계약금도 수천만원을 넘는 거래가 적지 않다. 그렇다보니 계약 체결 현장에 계약금 전부가 준비되지 못해 계약서상에 계약금으로 기재된 금액의 일부만을 실제 수수하고 나머지 계약금은 가까운 며칠 내로 지급하기로 약속되는 경우도 상당하다. 이런 경우에 물론 계약이행이 약속처럼 문제없이 진행되면 별다른 문제가 없겠지만, 계약서상에 약정된 계약금에 미치지 못하는 일부 계약금만이 수수된 상태에서 계약을 해약하게 되거나 계약위반이 이루어지게 되면 분쟁이 매우 복잡해질 수 있다. 계약을 해제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에 기준이 되는 계약금을, 실제로 수수된 금액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실제로 수수되지는 못했더라도 약속된 계약금 전부를 기준으로 할 것인지가 논란이 된다. 실제로도 학설, 판례상으로 아직 정립된 이론이 없어 구체적인 사례에서 어떻게 결론이 될지 매우 해석이 애매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계약을 체결할 때는 분쟁가능성을 미리 염두에 두고서 계약금처리에 관해 당사자간에 구체적인 합의를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예를들어, 매매대금 10억원에 계약금 1억원을 정했는데, 계약당일 1천만원만 수수되고 나머지 9천만원을 사흘 후에 지급하기로한 계약이라면, ‘ --계약금이 전부 지급되지 못한 상태에서, 해약을 원하거나 계약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해약이나 위약금의 기준은 1천만원이 아니라 1억원으로 한다’거나 아니면 ‘--나머지 계약금 9천만원을 지급하기로 한 (언제) 이전에 해약의 의사표시를 하는 경우에는 계약금1천만원을 기준으로 해약처리하고, 그 이후의 해약이나 계약위반에 대해서는 계약금 1억원을 기준으로 한다’는 식의 표현을 계약서상에 구체적으로 기재한다면 분쟁가능성이 훨씬 적어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표현이 있는 계약서를 거의 본 적이 없다. <그나마 최근에 필자가 상담한 케이스에서 매매계약서 특약사항에 기재된 ‘ 실제 1천만원이 수수되었지만, 해약할 때는 1억원을 지급한다’는 문구가 눈에 띄었는데, 문제는 표현이 정확치 못해서 “해약할 때”로만 계약서에 표현되다보니 해약하는 경우가 아니라 계약위반으로 계약을 해제하고 손해배상예정(위약금)조로 계약금을 몰수하는 경우에는 어떤 기준으로 정해야하는지가 애매할 수 있는 문제점이 있었다>.
다른 사례를 들어보자. 부동산을 매매하면서 원래는 매도인이 부담할 양도소득세를 매수인이 부담하기로 약속되는 경우가 간혹 있다. 공동주택개발사업과 같이 해당 부동산매입이 꼭 필요한 경우가 대표적인데, 예를들어 매매대금 10억원을 정해 받고도 10억원에 해당하는 양도소득세조로 3억원을 별도로 수수하는 식이다. 그런데 이렇게 별도로 받은 3억원이 어떤 이유로든 세무당국에 적발이 되면 세무당국으로서는 부동산 매도에 대한 실제 대가는 10억원이 아니라 13억원이라고 판단하고 13억원에 대한 양도소득세 예를들어 5억원을 부과하게 된다. 결국 예상치 못했던 2억원이 추가부담하면서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2억원을 추가지급하라는 주장을 하게 되고, 분쟁이 발생한다. 이런 경우 역시 두 사람간의 합의내용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와 관련해서 해석이 애매해서 분쟁이 복잡해진다. 이런 분쟁을 고려한다면, 계약서상에 ‘이 건 부동산거래와 관련해서 부과되는 양도소득세는 10억원에 대한 과세이건 13억원에 대한 과세이건 그 금액 여하를 불문하고 모두 매수인이 부담한다’는 식의 약정을 하면, 해석이 간명해 질 수 있다.
법적인 의미에서 잘 된 계약서 문구는, 표현이 수려하기 보다는 향후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잘 염두에 두고 애매한 해석이 없도록 정확하고 자세하게 표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렇게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서 계약서 문구작성 하나하나에 들이는 노고,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지 않을까 한다.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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