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필자가 부동산전문변호사이기 때문에 부동산투자에도 남다른 안목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필자는 부동산투자를 거의 하지 않는다. 나이 40을 앞둔 최근에 첫 집을 장만했을 정도이다. 원칙주의자인 필자의 개인적인 사고방식으로는 부동산투자로 돈을 버는 것은 근로나 사업을 통한 보수보다는 왠지 불로소득에 가깝다고 느끼고 있고, 그렇지 않아도 사회지도층의 부동산투기가 사회적인 이슈가 되는 상황에서 부동산투자를 통한 부의 축적은 다른 사람에 모범이 되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유일하게 관심있는 분야는 부동산 경공매분야라고 할 수 있다. 부동산경공매는 다른 부동산투자에 비해서 법적인 분석이 중요하기 때문에, 잘 모르는 사람들로서는 위험요소라고 생각되는 것들도 전문가적인 시각에서 법적으로 잘 분석해보면 위험이 아닐 수 있는 것들이 많다. 또한, 구체적 위험정도 역시 다른 사람들 보다는 분석이 훨씬 정확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이 분야를 전공하는 필자에게 우위가 있기 때문이다.
필자의 개인적인 부동산투자관까지 언급한 것은 바로 부동산투자에서 위험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다. 사실 우리나라 부동산투자에서 위험관리문제는 수익성이나 환금성 등 투자의 다른 고려요소들보다 비중이 낮은 것이 현실이다. 수익성 등 돈 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관심이 많은 반면, 돈을 잃을 수 있는 위험성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은 것이 일반적이다. 위험성을 고려하지 못한채 고수익만을 쫓는 위험한 부동산투자는 전체적으로 볼 때 수익률도 현저히 낮다는 것이 현장에서 느끼는 필자의 생각이다.
다음은 부동산투자에 있어 위험관리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사례들이다.
첫 번째 사례는, 의류제조 및 유통을 하는 모회사로부터 의뢰인 소유의 서울 청담동 건물을 임차하겠다는 제안을 받고 자문을 의뢰한 내용과 관련된 이야기이다. 의뢰인 소유의 그 건물은 월임료가 무려 4천만원 정도에 달하는 큰 건물이었는데, 특이한 점은 회사측에서 의뢰인인 건물주에게 회사 소속의 의류판매대리점을 운영하는 조건을 내걸었다는 것이다. 즉, 건물을 임대하면서 임차인인 회사의 대리점을 하는 이중관계를 제의하였던 것이었다. 회사측 이야기로는, 건물주는 점포운영에 전혀 관여하지 않고 실제로는 회사직원이 대리점을 운영하면서 서류상으로만 건물주가 대리점주를 맡아주게 되면, 임대료 4천만원과 별도로 대리점운영을 통해 발생한 이익까지 건물주에게 돌아갈 수 있어, 단순히 임대를 하는 것보다도 많은 수익이 건물주에게 돌아간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제안을 받은 이 의뢰인은, 회사측이 제안한 법률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 필자에게 자문을 의뢰했다.
이에 대해 필자는, 회사측의 제안을 거부하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의뢰인에게 자문했다. 요지에 있는 이 의뢰인의 건물은 이 회사가 아니더라도 회사측이 제안한 금액 정도로 임대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했는데, 회사측이 임대의 전제로 제안한 내용은 의뢰인으로 하여금 향후 여러 가지 복잡한 법률문제에 휘말리게 할 수 있는 소지가 컸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대리점과 의류회사간의 분쟁을 여러건 처리해 본 적이 있는 의뢰인의 경험상, 매장 내에서의 도난, 분실 등 재고관리, 반품 문제 등 대리점주가 겪게 되는 법률적인 어려움이 커서 회사측에 비해 대리점주가 여러 가지 면에서 법률적으로 불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즉, 임대인과 임차인과의 관계에서는 의뢰인이 회사측과 적어도 약자는 아닐 수 있지만, 대리점주의 입장에서는 회사에 비해 여러 가지 면에서 약자의 지위에 처해질 소지가 농후했기 때문이다. 이런 구조에서는 금전적인 손해의 위험이 더 커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이 의뢰인의 경우에는, 의뢰인이 직접 대리점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측 직원들이 파견나와서 대리점을 운영하는 구조이어서 실제로는 회사측이 해당 대리점점포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위험이 더욱 커질 수 있다. 이러한 판단하에, 수익을 조금 더 높이기 위해서 확정적인 임대료 마저 줄어들 수 있는 경우라면 굳이 모험을 할 필요가 없지 않겠느냐라는 취지로 조언하였다.
두 번째 사례는, 커피전문점 프랜차이즈를 한다는 회사로부터 의뢰인 소유의 서울 대치동 점포를 임차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분쟁과 관련된 자문이야기이다. 이 회사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향후 상당한 매출이 예상된다는 회사의 제안을 받아들여 시세의 절반 정도인 월 300만원을 확정차임으로 하고, 나머지 차임은 월 매출액의 7%로 하기로 약정했는데, 정확한 매출액확인을 위해 임차인 매장을 임대인이 언제든지 방문하여 매출액을 수시로 확인할 수 있고, 임차인은 영수증, 매출대장 등 필요한 서류를 제공해야한다는 특약조항까지 계약서상에 삽입했다고 했다.
그런데 막상 임대차가 개시되자 임차인의 호언장담과는 달리 매출액이 신통치 않아 확정임대료 300만원 정도의 금액만이 입금되었고, 더구나 매출액확인을 위해 매장을 방문하여 자료요구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임차인으로부터 이런 저런 이유로 거부당하였다고 하였다. 결국, 이 의뢰인은 임대차계약을 해지하고 임차인을 명도하기 위해서 필자에게 상담을 의뢰하였다.
이 의뢰인 역시 위험관리를 잘못한 경우로서, 매출액에 비례한 임대료를 약정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매출액 검증이 필수적인데 극히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면 임차인인 업주의 매출액을 제3자인 임대인이 정확하게 파악하기란 어렵다. 더구나, 매출액을 검증하는 차원에서 위와같은 “임대인의 업장방문 및 임차인 협조의무”과 같은 특약을 마련하더라도 법적인 분쟁이 발생할 경우에는 해결이 쉽지 않다. 임차인이 이러한 의무를 위반했는지가 논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임차인이 이 약속을 위반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협조했고 또 협조 하려고 했는데 임대인이 영업을 방해할 정도로 과도한 요구를 하여 과도한 요구에 대해서만 거절한 것 뿐이라고 임차인이 변명할 수 있는 소지가 있고, 재판에서도 쉽게 진실을 가리기가 어려울 수 있다.
또한, 매출액누락을 막기 위해서는 임차인의 계약위반에 따른 제재조항이 충분히 뒷받침되어질 필요가 있다. ‘임차인이 매출액을 누락했을 경우 누락한 매출액의 몇배를 위약금으로 지급한다’와 같은 매출액누락에 따른 불이익을 계약서상에 충분히 규정해두지 않고, 위 의뢰인과 같이 확인을 위한 절차만을 규정한다면 매출누락에 따른 유혹을 임차인이 느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매출액확인이 어렵고 과도한 비용이나 노고가 든다면, 다소 미흡하더라도 일반적인 경우와 같은 확정적인 임대료방식으로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안전한 방법일 수 있는 것이다. 더구나, 지금과 같은 불경기하에서는 임차인이 전망하는 매출액달성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결국 이 의뢰인은, 임대료가 줄어들 수 있는 위험의 관리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바람에, 직접적인 임대료손해는 물론 매출액확인과정에서 임차인과 다툼을 하고 급기야는 명도소송에까지 이르게 되는 등 유무형의 손해를 입게 되었던 것이었다.
세 번째로는, 부동산투자에서의 위험관리를 본능적으로 잘 하시는 어느 건물주의 이야기이다. 이 분은 유독 서울 서초구에만 여러 채의 상가건물을 가지고 있는데, 필자 개인적으로 본받고 싶은 부동산투자철학을 가지고 있는 분이다. 이 분의 투자철학은 간단하다. 60 평생 살면서 주로 서초구에서 거주해와서 서초구 내의 해당 건물의 구체적인 수익성은 물론, 지금까지의 건물히스토리, 주변 상권의 변동, 앞으로의 건물주변의 개발계획 등 세세한 부분까지 꿰고 있어 절대로 손해보지 않고 거래할 자신이 있기 때문에 서초구 부동산에만 손을 댄다는 것이다. 잘 알지 못하는 다른 지역의 부동산이 비록 수익성이 더 높을 수는 있지만 반면에 알지 못하는 위험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지역의 부동산은 꺼린다고 했다. 서초구 부동산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보다도 자신이 있고 많이 아는 만큼 다른 사람의 감언이설에 넘어가지 않는 본인만의 기준이 분명히 서 있는 분이다. ‘최 변호사. 잘 알아서 하겠지만, 우르르 몰려가는 충청도 땅 같은 것은 절대 사지 마’라는 좋은 말씀도 아끼지 않고 잘 해주신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부동산투자는 큰 돈이 들어가고, 그래서 한 번 투자하면 다시 투자를 결정할 수 있는 시기는 최소한 몇 년이 걸릴 수 있으며, 더구나 만약 실패하면 인생의 진로마저 변경해야 할 수도 있는 중요한 결정이다. 따라서 부동산투자를 함에 있어서는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위험을 사전에 충분히 고려한 다음 투자여부를 진중하게 결정할 필요가 있다.필자의 글과 생각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투자위험을 밝혀주는데 등불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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