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각 지방법원 입찰법정에서 진행되는 경매대상에는 부동산 외에 자동차도 있다는 것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아마도 법원경매에 관심이 있어 경매물건정보를 살펴봤거나 입찰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 외에는 자동차가 부동산과 마찬가지로 같은 날 같은 시간에 같은 법원에서 동시에 입찰이 실시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법원경매의 주된 대상은 부동산이지만 부동산처럼 등기 또는 등록의 대상이 되는 수목을 비롯하여 자동차, 중기, 선박, 항공기 등도 그 대상이 됨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자동차가 법원경매시장에 나오기까지의 과정 역시도 부동산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다만 부동산만큼 법원경매물량이 많지는 않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부동산의 매입루트를 매매, 분양, 경매, 공매로 봤을 때 그 나열한 순서가 곧 물량 규모라고 볼 수 있는 반면 자동차는 신차매매, 중고차매매, 중고차민간경매, 법원경매, 공매 순서로 시장규모를 이루고 있다고 이해하면 된다.

사실 부동산이나 자동차나 같은 날 같은 법원에서 동시에 경매가 진행된다고 하지만 자동차는 부동산과는 또 다른 차원의 새로운 영역으로 볼 수 있다. 우선 자동차는 부동산과 달리 가동성(또는 구동성)을 요하는 소비재이고, 기술적 시스템과 관리가 수반되는 첨단 산업의 집약체이며, 구동을 위한 특별한 능력 내지 자격을 요하는 재화인 탓이다.

특히 부동산은 보유하고 있는 동안 수요공급의 논리, 개발호재, 정책적 이유, 재개발, 재건축 등에 의해 자산가치가 지속적으로 상승할 수 있는 매력적인 상품인 반면 자동차는 특별한 차량을 제외하고는 보유기간이 길어질수록 감가상각으로 인해 오히려 가격이 저감되는 상품이라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한마디로 부동산은 수명이 다해도 재생가치가 뛰어나지만 자동차는 수명이 다하면 고철덩어리밖에 안 된다는 얘기다.

각설하고 상기했듯 자동차의 매입루트는 신차매매, 중고차매매, 중고차민간경매, 법원경매, 공매 등 다양하다. 그중에서 법원경매를 통해 자동차를 취득했을 경우에 어떤 장점이 있을까?

우선 법원경매의 특성상 시세보다 저렴하게 취득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법원경매 자동차는 중고차라는 특성상 연식, 주행거리, 보관상태, 사고유무가 이미 감정평가액에 반영돼 평가됐기 때문에 신차대비 평균적으로 70-80% 수준에서 경매가 시작되는데다 부동산과 같은 복잡한 권리구조는 아니더라도 자동차에 대한 제반 하자를 매수인이 떠안아야 하는 특성상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기본적으로 1회 이상 유찰되기 때문에 신차가격 대비 반값에 취득할 수 있는 상품이 수두룩하다.

둘째, 허위매물이 없다는 점이다. 부동산의 경우 중개사이트에 올라온 매물 중 허위매물이 상당수 섞여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중고자동차매매사이트에 기재된 매물에 허위매물, 속칭 미끼상품이 상당수 존재한다. 필자도 언젠가 전에 타고 다녔던 수입차가 부득이 폐차수준에 이르러 같은 차종을 중고차사이트를 통해 알아본 후 딜러와 통화해서 해당상품을 보러 먼 길을 달려갔으나 그 장소에 해당 차종은 없고 다른 지역의 다른 차종을 보여주겠다고 해서 황당한 적이 있다. 그러나 법원경매 자동차는 허위매물이라는 것이 없고 모든 자동차가 진성매물이므로 현장조사를 나가거나 입찰에 임할 때 허위매물로 인한 헛걸음을 할 우려가 전혀 없다.

셋째, 가공되지 않은 있는 상태 그대로를 보여준다. 중고차매매의 경우 사고 난 차량은 수리(부품교환, 판금, 도색 등)한 후 수리비용에 일정한 영업이익(관리비용 포함)을 계산해서 판매하기 때문에 사고차량임에도 불구하고 판매가가 적잖이 높아지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법원경매 자동차는 사고이력이 있는 경우 사고 난 상태 그대로 보관돼 있기 때문에 취득 후 수리비를 예상하고, 연식, 주행거리, 사고유무, 차량상태 등을 따져서 감가한 후 입찰가를 써내면 된다. 차량에 대한 사고유무는 1차적으로 현장답사를 통해 확인하고, 2차적으로는 보험개발원에서 제공하는 중고차사고이력정보서비스를 이용하면 된다.

넷째, 취득절차가 부동산보다 더 간단하다. 부동산의 경우 낙찰 후에도 소유자, 임차인, 유치권자 등 점유자를 대상으로 인도 또는 명도라는 과정이 필요하지만 자동차는 그럴 필요가 없다. 낙찰 후 2주라는 기간이 지나야 매각대금을 납부할 수 있는 것은 부동산과 같지만 자동차는 대금납부 즉시 소유권이전등록을 법원에 촉탁하고 낙찰받은 자동차 보관장소에 가서 자동차를 인도받으면 된다.

다섯째, 자동차는 채권자가 지정한 보관장소가 전국적으로 수백개가 산재해 있기 때문에 한번의 답사로 여러 건의 자동차를 확인할 수 있다. 경매자동차가 보관된 장소에는 경매기일이 잡혀 있는 자동차부터 앞으로 경매시장에 나올 물량까지 적게는 수십대에서 많게는 수백대까지 보관되어 있다. 따라서 현장답사에 앞서 법원경매정보사이트를 통해 인근 지역 또는 같은 장소에 보관된 경매자동차 리스트를 작성해가는 것도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이다.


끝으로, 부동산의 관리비에 해당하는 자동차보관료를 차량보관소에 납부할 필요도 없다. 부동산의 경우 체납관리비가 있으면 낙찰가에 더해 체납관리비 중 공용부분에 해당하는 일정액을 부담해야 하지만 자동차는 보관료가 매각대금에 포함돼 있다. 매수인이 매각대금을 납부하면 차량보관소에서 압류 후 보관시점부터 매수인이 차량을 인도받은 날까지 보관료를 계산해 법원에 청구하면 법원에서는 배당기일에 보관료를 우선적으로 배당해주는 식이다. 따라서 매수인은 부동산에서와 같이 체납관리비 때문에 골머리를 앓을 필요가 없다.

㈜이웰에셋 이영진 대표 (☎ 02-2055-2323)
경매초보자를 위한 입문서 <손에 잡히는 경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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