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계약에서 임차인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는 단연 임대차기간 종료 후 안전하게 보증금을 반환받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주의는 너무나 소홀한 것이 현실이다. 해당 임대차 목적물의 등기부등본을 발급받아 등기부에 표기된 선순위저당, 압류, 가등기 등을 확인한 다음 임대차목적물의 시세와 임대차보증금을 비교하는 것 이외에 더 이상 추가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식의 태도는 지극히 위험할 수 있다. 신분증을 위조한 가짜 임대인 등 안전한 임대차계약을 위협하는 복병은 한두가지가 아닐 수 있다. 이런 위험들 중 절대 간과할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조세채권” 문제이다. 조세채권은 “조세채권우선의 원칙”에 따라, 전혀 공시되지도 않으면서 임대차보증금채권 보다 배당에서 선순위를 가질 수 있어, 안전한 임대차보증금반환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조세채권으로 인한 세입자 피해에 관해 최근에도 언론보도가 있었고, 이를 계기로 과거 필자가 발표한 칼럼을 다시 보게 되었는데, 정확히 10년 전인 2006년에 작성된 글이었다. 통상 오래전에 작성한 글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수정해야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는데, 조세채권 문제에 관한 과거 칼럼은 10년이 지난 지금에서도 거의 수정할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칼럼내용이 완벽해서가 아니라 지난 10년 동안 임대차계약체결에 임하는 우리의 의식이나 계약문화에 별다른 진전이 없었기 때문이다.

<안전한 임대차계약의 복병, 조세채권>이라는 제목으로 10년 전 발표된 칼럼내용을 그대로 인용한다.



2004년 1월에 서울 마포구에 소재하는 아파트전세를 물색하던 유 모씨는 마음에 드는 아파트 하나를 발견했다. 권리분석 결과, 아파트 시세는 2억 4천만원 정도인데 비해, 선순위 근저당권은 5천만원에 불과하여, 임대차보증금 1억6천만원을 주고 들어갈 경우, 향후 임대인의 사정으로 해당 아파트가 경매되더라도 아파트의 경우에는 시세와 근접한 가격에 낙찰될 수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임대차보증금 전액을 회수하는데는 큰 어려움이 없겠다는 판단을 하게 되어 계약을 체결했다.

임대차기간이 끝날 무렵, 임대인의 부도로 인해 그 아파트는 공매절차로 넘어가게 되었는데, 최초 감정가는 당시 시세와 비슷한 2억2천만원으로 정해졌다. 임차인 유모 씨는 이사하기가 번거로워 아파트를 공매받기로 결정한 후, 감정가와 비슷한 2억2천여만원을 쓰고 아파트를 낙찰받았다. 그러나, 등기부상에 표시된 선순위 근저당권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은 차순위자인 자신에게 배당될 수 있을 것이라는 유모씨의 예상과 달리, 임대인이 체납한 부가가치세, 취득세 등 여러 가지 세금 3천만원이 유모씨의 임대차보증금보다 배당(교부)에서 우선순위를 가지게 되어 결국 유모씨는 상당한 손해를 볼 수 밖에 없었다. 즉, 낙찰대금 2억2천여만원에서, 공매진행비용 수백만원, 세금 3천만원, 근저당권 5천만원 합계 8천여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1억4천만원 정도만이 배당되어, 결국 보증금 1억6천만원 중에서 2천만원 가량을 손해보게 된 것이다.

세금은 조세채권우선의 원칙에 따라 경공매과정에서 다른 채권보다 우선해서 배당이 이루어지게 된다. 즉, 조세채권은 해당 경공매 물건에 압류여부를 불문하고, 조세채권이 발생한 법정기일이 임대차계약에서의 확정일자 보다 앞서게 되면 배당순위에서 임대차보증금보다 앞서게 된다. 더구나, 조세채권 중에서 경공매 진행 중인 당해 부동산 그 자체에 대해서 부과되는 조세인 상속세, 증여세, 취득세, 등록세 등은 “당해세”라고 하여, 그 법정기일 이전에 설정된 저당권이나 확정일자있는 임대차보증금채권보다 우선한다. 결국, 임차인으로서는 공시되지 않은 조세채권으로 인해 불의의 손해를 보게 될 우려가 항시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임대차계약체결 과정에서 임차인으로서는 어떤 방법을 통해 조세채권에 대한 확인이 가능할 수 있을까? 임대인의 협조가 없다면 임차인 혼자 힘으로 임대인의 조세체납 여부를 확인할 방법은 없다. 임대인의 조세체납 여부는 임대차계약 이후가 아니라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기 이전에 사전에 확인되어져야 할 필요가 있는데, 임대차계약체결을 고려 중인 사실만으로는 이해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려워서 정보공개청구 등 현재의 제도하에서는 조세체납과 관련된 정보를 임차인이 독자적으로 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임대차계약체결과정에서 임대인에게 조세체납여부를 스스로 확인해 달라고 하기도 현재의 거래관행상 쉽지않다.

따라서, 굳이 선순위 조세채권으로 인한 불의의 피해를 입지 않고자 한다면, 임대차보증금을 확보하기에 가급적 충분히 여부있는 담보력을 가지는 임대차목적물을 선택하거나, 아니면 임대차보증금을 변제하기에 자력이 충분한 상대방을 임대인으로 선택하는 정도가 최선의 방법이 아닌가 한다.

공시되지 않은 조세에 우선변제의 효력을 인정하고 있어 임차인과 같은 불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급적 이해관계인에 대한 요건을 완화하여 과세상황에 대해 최소한 열람만이라도 할 수 있는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조세체납자의 프라이버시권도 중요하지만 조세체납자와 법률관계를 가지게 되는 선의의 피해자의 재산권보호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결국, 임대인의 조세체납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임대인을 통해 국세(지방세)완납증명원을 발급받아 확인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데, 임대인에게 이를 당당히 요구하는 관행이나 문화는 아직 요원한데다가, 급격한 월세전환에 따라 전세물건 구하기가 어려워지면서 조세채권확인의 필요성이 큰 보증금 규모가 큰 임대차계약일수록 오히려 세입자가 더 위축되는 현상까지 있는 실정이다. 납세를 독려하고 안전한 임대차계약문화를 정착하는 차원에서 일정규모 이상의 임대차보증금이 수수되는 임대차계약체결시에 국세(지방세)완납증명원을 필수적으로 계약서에 첨부하도록 제도화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고 본다. -이상-


※ 칼럼에서 인용된 판결의 전문은 최광석 변호사의 홈페이지인 www.lawtis.com 에서 참고하세요.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