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전면도입 예정·고교 참여율 이미 80%…尹정부 "보완 점검"
교육감 당선인 '지속 추진'부터 '유예'까지…고교 교사 23% "도입 반대"
갈길 먼 고교학점제…새 정부도 교육감 당선인들도 "보완해야"
새 정부가 출범하고 6·1지방선거에서 진보 교육감 전성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향후 고등학교 교육과 대입의 판을 바꿀 고교학점제의 향방에도 관심이 쏠린다.

고교학점제는 학생이 직접 과목을 고르고 일정 성취수준에 도달하면 학점을 받아 졸업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학생 선택권 보장과 다양하고 진로에 맞는 교육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여겨지며 학교 참여율도 상당한 수준으로 올라왔다.

그러나 현장 준비가 부족해 시기상조이며 입시제도가 바뀌지 않는 한 취지를 살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5일 교육계에 따르면 세부적인 수정·보완이 있더라도 고교학점제는 큰 틀에서는 계속 추진돼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지난달 제시한 국정과제에서 "고교학점제 추진 점검 및 보완 방안을 마련하고 개별학교에서 개설이 어려운 과목을 개방 운영하는 (가칭)온라인고교 신설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국정과제 이행계획에도 올해 하반기 고교학점제 점검 태스크포스(TF) 운영 및 보완방안 마련, 2023년 성취평가제·미이수제 내실화 방안 마련, 온라인고교 신설을 위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과 시범운영 등 계획이 담겨 있다.

고교학점제는 교육감 선거 기간에도 후보들의 토론회에 현안 질문으로 지속해서 등장했다.

정책 틀은 정부가 세우더라도 현장에서 학교와 이를 협의하며 시행에 옮기는 것은 교육청의 몫인 만큼 교육감의 입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17개 시도 교육감 당선인의 입장은 '지속 추진'부터 '유예'까지 제각각 다르다.

다만, 보수 성향의 당선인이라고 해서 무조건 반대하기보다는 유예하거나 속도를 조절해 보완해야 한다는 입장이 많고, 진보 성향의 당선인들도 계속 추진하되 부족한 점은 보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3선에 성공한 진보 성향의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달 23일 토론회에서 "다양한 교육과정을 개설해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맞는 과목을 선택하는 것으로, 단지 여건과 환경이 불비하다.

보완책을 만들어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선거에서 승리한 보수 성향의 하윤수 부산시교육감 당선인은 지난달 16일 토론회에서 "입시 제도를 개선하지 않고서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하는 것은 무리"라고 '유예' 입장을 밝히면서도 "하지 말자는 게 아니라 점진적으로 해 나가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3선에 성공한 중도·보수 성향의 설동호 대전시 교육감은 "고교학점제 운영을 적극 지원하고 제도를 개선해 정책 효과를 높이겠다"는 내용을 선거 공약에 담았다.

일반 고등학교의 참여율은 80%를 넘어섰다.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로 지정된 일반계 고교는 작년 기준 939곳(55.9%)에서 올해 1천413곳(83.9%)로 늘어난다.

교육부가 지난해 8월 발표한 단계적 이행계획에 따르면 이 비율은 내년 95%, 2024년 100%까지 올라 2025년부터 전 고교에 전면적으로 적용된다.

그러나 현장 안착까지는 갈 길이 멀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지난달 발표한 교원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고등학교 교사 1천716명 중 고교학점제 도입을 반대한다는 응답은 23.3%로 2025년 전면 도입해야 한다는 응답 14.1%에 크게 앞섰다.

교육 현실과 괴리가 크므로 잠정 유예해야 한다는 응답은 35%로 가장 높았다.

교사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취지는 좋더라도 학교에서 교사 수급, 교실 공간 확보 등 현실적 여건이 이 제도를 뒷받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지난해 7월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 교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3과목 이상을 담당하는 교사가 있는 학교가 91.3%에 달했고, 교사의 희망과 달리 전공과 관련 없는 과목을 담당하는 경우가 있는 학교도 34.7%나 됐다.

고교 교육을 대입과 떼어낼 수 없는 것이 국내 교육의 현실이므로 고교학점제의 안착에 관건은 평가 방식이다.

지난해 11월 발표된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주요사항에 따르면 '고교학점제 기반의 맞춤형 교육과정을 구현한다'는 취지로 성취평가제(절대평가) 적용 범위를 확대한다.

고교학점제가 전면 적용되는 2025학년도 입학생부터 공통과목은 성취평가제와 석차 등급제가 병행 운영된다.

수능은 2028학년도 대입부터 적용될 개편안이 2024년에 발표되는 일정이 잡혀 있다.

7월 출범하는 국가교육위원회에서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가 초기 고교학점제와 함께 수능 절대평가화, 고교 성취평가제, 대입 전형 단순화를 의욕적으로 추진했으나 대부분 무위에 그쳤고, 이후에는 오히려 입시 불공정 논란 속에 정시 확대로 돌아섰던 점을 보면 앞으로도 대입 개편은 쉽지 않은 길이 될 전망이다.

또한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일반고 전환이 새 정부 출범으로 제동이 걸렸는데, 이대로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되면 자사고 등의 내신 부담을 덜어 오히려 교육 불평등을 심화하게 된다는 지적도 계속된다.

교육계 관계자는 "고교학점제의 취지를 살리려면 교육과정 개정과 대입제도 개편이 함께 가야 하는데 이제까지 추진 과정에 이것이 맞아 떨어지지 않았다"며 "결국 교육개혁이 필요한데 입시가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우리나라 교육 현실에서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