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재수사 방법까지 검사가 지시할 수는 없어…안이했지만 범죄 아냐"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 한 경찰서에서 근무하던 경찰관 A씨는 지난해 2월께 공소권 없음 처리했던 교통사고에 대한 검찰의 재수사 요청을 받자, 피해자 진술을 추가로 듣지 않은 채 '당시 (사고) 충격은 경미했다'는 등 내용의 피해자 언급을 담은 재수사 결과서를 작성해 검찰에 보냈다.
검찰은 그러나 이 문서가 거짓이라고 판단해 A씨를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혐의로 기소했다.
검사의 재수사 요청 후에 피해자를 불러 조사한 적 없다는 취지에서다.
1심 법원 역시 공소사실을 유죄로 보고 벌금 500만원형을 내렸다.
이에 A씨는 "검찰의 재수사 요청 전에 이미 들었던 피해자 진술을 토대로 쓴 문서"라고 주장하며 항소했다.
관련 수사자료를 면밀히 살핀 대전지법 형사항소4부(구창모 부장판사)는 원심을 파기하고 A씨 손을 들어줬다.
유·무죄를 가른 핵심 근거는 2020년 2월 4일 개정된 형사소송법 제245조의 5와 8 등 이른바 '수사권 조정' 조항이다.
재판부는 우선 '적어도 수사에 관해서는 경찰에 상당한 정도의 재량을 보장해야 하고, 이는 재수사라 하여 달라질 이유가 없다'는 개정 형사소송법 입법 취지를 전제로 두고 이 사건을 판단했다.
재수사 요청을 받은 경찰관이 어떤 방식으로 재조사할 것인지, 예컨대 소환할 것인지 전화를 할 것인지 등은 전적으로 경찰관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뜻이다.
재판부는 "재수사 요청 이전의 수사 과정에서 이미 조사를 했으나 이것이 기록에 반영돼 있지 않았던 것이라면, 그 부분을 추가로 기록에 포함하면 충분하다"며 "관련 수사 준칙에 관한 규정에도 (검사가) 재수사 방법 자체를 지시할 수 있다고까지는 정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굳이 당사자를 다시 조사하지 않고 예전에 들었던 진술을 보고서에 반영하는 게 허위 공문서 작성에 해당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재판부는 "피고인 상황인식이나 보고가 다소 안이한 처신이 될 수는 있다"며 "그렇다고 해서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볼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