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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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삼성전자 임원을 비공식적으로 만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한은 관계자는 30일 "공식적인 만남은 아니다"며 "총재가 개인적으로 아는 삼성전자 임원을 만나 차를 마시면서 반도체 업황에 관해 물어봤다고 한다"고 전했습니다.

한은은 비공식적인 만남이라고 설명했지만, 한은 수장이 민간기업 관계자를 만난 건 이례적입니다. 이 총재가 삼성전자에 만남을 제안한 것은 반도체 사이클의 변화가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직접 파악하기 위해서였다고 전해집니다.

통상 4~5년 주기로, 2년간 이어진 반도체 수퍼 사이클(장기 호황)은 최근 들어 짧아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반도체는 기술 발전에 따라 수요가 폭발할 때 수퍼 사이클에 접어듭니다. 이번 수퍼 사이클은 지난해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확대로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아직 2년도 안 된 지금 반도체 수퍼 사이클은 끝나가고 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이에 따라 작년까지만 해도 '10만전자'를 넘보던 삼성전자 주가는 최근 6만원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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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는 한국의 수출 품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주요 상품입니다. 지난해 반도체 수출은 1287억달러로, 전년 대비 28.4% 확대됐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수요가 줄어들어 수퍼 사이클이 끝난다면, 한국 수출은 타격을 입을 것입니다. 수출이 둔화하면 성장률, 환율, 한국의 신인도 등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반도체 수퍼 사이클이 언제 끝나고,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는 일이 통화정책 운용에도 필요하다는 판단을 이 총재가 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삼성전자 측은 "반도체 경기 사이클이 짧아져도 한국의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며 "B2B(기업 간) 거래가 많아서 실제 시장에 알려진 것보다 매출의 진폭이 크지 않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총재는 지난달 취임 후 외부와의 소통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 총재는 취임사에서 한은 직원들에게도 "외부와의 소통의 울타리를 넘어서자"며 "정부를 비롯한 관련 기관의 전문가와도 더 많이 소통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 총재가 직원들에게 독려하고 있는 소통의 노력을 스스로 보여주고 있는 셈입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