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19일 강도·폭행·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20년 9월 술집에서 60대 여성을 폭행하고 소란을 피워 영업을 방해한 혐의, 지난해 2월 길에서 다른 60대 여성을 때리고 현금 1만7천원이 든 가방을 빼앗은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A씨가 실형을 산 지 3년이 지나지 않아 누범기간이었다는 점을 감안해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위치추적 전자장치 10년 부착 명령을 내렸다.
A씨는 형량이 너무 무겁다며 곧장 대법원의 판단을 구하는 '비약적 상고'를 제기했다.
비약적 상고는 1심 판결에 특정 사유가 있을 때 항소심(2심)을 뛰어넘어 바로 대법원에 상고하는 절차를 말한다.
1심 판결이 법령 적용을 잘못했거나, 판결 후 형의 폐지·변경·사면이 있으면 할 수 있다.
다만 형사 소송의 상대방이 항소하면 비약적 상고는 효력을 잃고 2심이 열리게 된다.
형사소송법은 이런 경우 항소가 취하되거나 항소 기각 결정이 나오면 비약적 상고의 효력이 부활한다고 규정한다.
이번 사건에서 검사는 A씨가 비약적 상고를 하자 이튿날 항소를 제기했다.
비약적 상고가 무위로 돌아간 상황에서 사건을 접수한 2심 재판부는 A씨가 따로 항소장을 내지 않았으므로 검찰의 항소만 존재한다고 판단하고, A씨의 양형 부당 주장을 심리하지 않은 채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종전 대법원 판례는 A씨 사례처럼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와 검사의 항소가 경합한 경우 비약적 상고에는 항소 효력이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날 A씨 사건을 다룬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종전 판례를 뒤집고 A씨의 상고에 항소 효력이 있다는 판단을 내놨다.
다수 의견 대법관들은 피고인이 비약적 상고를 제기했다면 검사의 항소 제기로 대법원에 곧바로 가지 못하더라도 1심 판결의 효력을 다투려는 의사가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했다.
이들 대법관은 "비약적 상고의 효력이 상실될 때 항소 효력까지도 부정된다면 피고인의 헌법상 기본권인 재판청구권이 지나치게 침해된다"고 지적했다.
안철상·노태악·민유숙 대법관은 그러나 이 같은 다수 대법관의 판결로 소송 절차상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고, 비약적 상고와 항소 각각에서 피고인의 의사가 구분돼야 한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대법원 관계자는 "대법원이 종래의 판례를 변경함으로써 비약적 상고를 제기한 피고인의 상소심 재판을 받을 권리가 보장되고, 하급심 판결의 위법 사유를 시정할 수 있는 소송 당사자의 절차적 권리가 보다 확대됐다"고 판결 의의를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