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이탈 우려에 '이준석과 구원' 불안요인…尹대통령과 통화 둘러싼 잡음도
단일화 접기엔 '초박빙 승부'…김은혜·국힘 최종 선택에 관심
6·1 지방선거 최대 승부처 꼽히는 경기지사 선거에서 박빙의 구도가 이어지면서 국민의힘이 무소속 강용석 후보와의 단일화라는 난제에 맞닥뜨렸다.

중도층 이탈 우려 등을 고려하면 단일화에 나서기 어렵다는 게 당내 분위기지만, 한 표가 아쉬운 접전 판세를 감안하면 단일화 카드를 완전히 버리기도 쉽지만은 않다는 점이 국민의힘과 김은혜 후보가 처한 딜레마다.

이번 단일화 이슈는 강 후보가 지난 15일 "자유 우파 세력의 정치적 미래를 위해 경기지사 선거에서의 지지율을 확인하겠다"며 김 후보에게 단일화를 공개적으로 요청한 게 발단이 됐다.

강 후보는 3차례에 걸쳐 양자 토론을 진행한 후 당적을 빼고 후보 이름만을 넣어 단일화 여론조사를 하자고 제안했다.

당내 분위기는 현재로서는 신중론에 무게가 쏠린다.

강 후보의 경우 그동안 가로세로연구소를 통해 민감한 이슈들을 자주 건드려온 만큼 여권 후보로서의 '안정감'과는 거리가 먼 것이 사실이다.

강 후보의 이념성향 역시 중도층 표심을 끌어안는 데 어려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국민의힘 측의 시각이다.

당 관계자 역시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극우성향인 강 후보와) 단일화를 하게 되면 중도층 이탈을 부추길 수 있다"며 "더불어민주당 김동연 후보도 '가세연과 공존하겠다는 것이냐'는 식으로 공격해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여기에 강 후보가 이준석 대표의 '성 상납 의혹'을 가로세로연구소를 통해 제기하는 등 양측의 구원(舊怨)이 얽혀있다는 점도 단일화에 부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강 후보는 지난해 12월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를 통해 이 대표의 성 상납 의혹을 제기하고, 이 대표는 올해 4월 강 후보의 복당을 불허하는 등 두 사람 사이에는 악연이 있다.

김은혜 후보 본인도 전날 CBS라디오 '한판승부'에 출연해 "강 후보와 이준석 대표의 구원에 대해 의심할 분은 아무도 없다"며 단일화에 부정적 인식을 보였다.

지도부 사이에서도 부정적 기류가 엿보인다.

이준석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누구에게도 경기지사 후보 단일화 관련 얘기를 들은 바 없으며 단일화라는 용어 자체가 부적절하다"며 "여당 입장에서 대통령에게 선거 개입 의혹을 제기하는 세력과의 단일화는 검토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전날 비례의원들과 김 후보 지원전략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강 후보를 입당시키면 자진 사퇴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으나 이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 상당수는 강 후보 입당에 부정적"이라며 당내 기류를 참석자들에게 전했다.

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막판 혼전 양상이 벌어질 경우에는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도 일부 있지만, 자력으로 (경기지사 선거를) 승리할 수 있다는 게 기본적인 입장"이라고 말했다.

강 후보가 최근 윤석열 대통령과 '통화' 문제로 잡음을 일으켰다는 점도 국민의힘 측으로서는 부담이다.

윤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23기 동기인 강 후보는 앞서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자주 통화하는 사이라면서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이던 지난주 통화를 했다"며 "윤 대통령이 '왜 김동연을 공격해야지 김은혜를 공격하느냐'라고 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강 후보와 통화에서 '선거 개입' 발언을 했다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했다.

대통령 대변인실은 전날 취재진에게 "대통령은 강용석 변호사와 통화한 사실이 없다.

보도에 참고하길 바란다"는 짤막한 공지를 남겼다.

공지대로라면 윤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 이후에 강 후보와 통화한 적이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런 상황에서 단일화가 이뤄질 경우 민주당 측에서 "윤 대통령의 메시지가 단일화에 영향을 줬다"는 공세가 더 거세질 수 있다.

이처럼 지금까지의 분위기로만 보면 단일화 가능성이 낮아보이지만, 그렇다고 가능성을 아예 닫기도 어렵다는 게 국민의힘의 고민 지점이다.

무엇보다 경기지사 선거가 예측불허의 접전으로 펼쳐지면서 국민의힘으로서는 최대한 세를 끌어모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리서치앤리서치가 동아일보 의뢰로 지난 14∼15일 경기도 만 18세 이상 남녀 809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는 37.2%, 민주당 김동연 후보는 34.7% 지지율을 기록하며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서 ±3.4%포인트) 내 접전을 벌였다.

같은 조사에서 강 후보는 3.9% 지지율을 보인 만큼 산술적으로는 김은혜 후보가 강 후보의 표를 그대로 흡수한다면 김동연 후보에게 안정적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정치권 일각에서는 마지막에 가면 김 후보나 국민의힘이 결국 단일화를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겠느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다만 단일화의 경우 표가 단순히 합쳐지지 않고, 여론에 따라 시너지 효과도, 역풍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당분간 국민의힘의 고민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