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탈시설 강요는 안 돼"…토론 정례화 제안도

앞서 두 사람은 지난달 13일 같은 프로그램에서 장애인 권리 예산을 요구하는 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둘러싸고 격론을 벌였다.
이날 토론에서는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예산 편성이 충분한지와 장애인 탈시설이 선택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강요에 의한 것인지가 주요 쟁점이었다.
먼저 박 대표는 역대 정부가 공약한 만큼의 장애인 이동권 보장 예산을 편성하지 않아 권리 보장이 지연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대표는 "예산 없이 권리 없다"며 "(장애인 이동권 보장 문제는) 차별을 없애 기본적인 시민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예산이 약속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동권 보장 공약은) 문재인 정부도, 박근혜 전 대통령도, 이명박 전 대통령도 했다"며 "그런데도 저희가 21년 동안 (이동권 보장을) 외쳤다는 건 지금까지 나라를 운영해온 거대 양당에 (약속을 불이행한) 책임이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반적인 장애인 복지 예산이 부족하다면서 "(예산 부족 문제는) 끊임없이 장애인계 전체가 요구한 사항이며 제 개인의 주장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자유를 35번 언급했다고 한다.
장애인의 이동할 권리가 바로 이동의 자유에 속한다"며 "자유의 측면에서 권리가 확대되고 실질적으로 문제가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장애인에게 직접적으로 지원하는 예산에 국한해서 얘기할 때 굉장히 부족하다고 판단한다"면서도 한정된 예산을 운용할 때 우선순위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맞받았다.
그는 "결국 (예산은) 주머니에 있는 만큼 끄는 것"이라며 "국민 정서상 장애인 복지에 더 많은 재원을 투입해도 되겠다는 인식이 생길 때 (예산 운용의 폭이) 넓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저상버스 확대, 특별교통수단 광역화, 철도 (고상화) 가운데 어떤 게 우선순위가 높은 게 좋은가"라며 "언젠가는 (모든 사업을) 다 하는 상황이 오겠지만 우선순위를 둬야 최소 5∼6년 사이 하나라도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고부담 저복지와 저부담 고복지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국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으로 장애인 복지 예산을 맞추려면 조세부담률을 높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시설은 자기 결정권이 온전히 실현되지 못하는 곳"이라며 "(대구시 조사에 따르면) 시설에 입소하고 싶지 않지만 왔다는 사람이 83%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탈시설의 경우) 장애인 당사자가 어떻게 안전하게 잘살 수 있는가가 문제"라며 "장애인 당사자가 감옥에 들어갔다고 얘기하는 집단적 수용방식의 시설이 옳은가"라고 물었다.
반면 이 대표는 "본인의 선택에 따라 탈시설 하는 것은 찬성한다"면서도 "(장애인 수용) 시설 총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본인들이 탈시설을 강요받는다고 인식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의사표시가 어렵거나 중증 장애로 (시설) 밖으로 나갔을 때 정상적 생활이 어려운 분에 대한 탈시설은 강요에 해당할 수 있다"며 "(탈시설 강요는) 책임을 방기하는 선택을 유도할 수 있기에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토론은 약 1시간 20분 동안 진행됐다.
이 대표는 사회자의 토론 정례화 제안에 "아예 프로그램을 하나 편성하자"며 화답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