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 인천시 부평구에 따르면 최근 인천시 부평구 원적산공원 배드민턴장에 설치된 투명 외벽에 새들이 충돌해 죽고 있다는 민원이 접수됐다.
민원인은 "하루에 (배드민턴장에서) 본 새들의 충돌 흔적만 10개가 넘는다"며 "사람이 이용하는 공원이기 전에 새들이 숲에 살고 있으니 충돌 사고를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원적산공원은 원적산(해발 211m)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21만5천㎡ 규모로 조성된 자연 속 체육공원이다.
실제로 공원 내 배드민턴장에는 철골 구조물과 함께 투명한 재질의 외벽이 설치돼 방풍막 역할을 하고 있었다.
숲으로 둘러싸인 배드민턴장 주변에서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외벽 윗부분에는 조류 충돌 흔적이 군데군데 남아있었다.
이곳 배드민턴장 외벽은 2017년 새롭게 설치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그동안 조류 보호를 위한 별도 조치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박주희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은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도록 조성된 공원에 새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시설이 있는 것"이라며 "실태 조사 후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은 2019년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17차례에 걸쳐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모 아파트 일대 투명 방음벽을 모니터링했다.
그 결과 멧비둘기와 직박구리 등 조류 133마리가 방음벽에 충돌해 폐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모니터링 1회당 평균 7∼8마리가 사체로 발견된 셈이다.
인천녹색연합 부설기구 '생태교육센터 이랑'은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 모 아파트와 서구 모 초교 일대 등 투명 방음벽 설치 구역에서도 충돌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인천시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가 접수한 조류 관련 구조 요청 건수 413건 중 146건(35%)이 충돌 사고 관련 신고였다.
대부분 새는 투명 시설물과 충돌할 때 비행 속도를 줄이지 못한 채 고스란히 충격을 받아 폐사 가능성이 큰 편이다.
앞서 환경부는 건축물과 투명 방음벽 통계, 폐사체 발견율 등을 분석해 국내에서 연간 800만마리에 달하는 조류가 충돌 사고로 죽는다고 추정했다.
환경부는 새들이 높이 5㎝·폭 10㎝ 공간에서는 비행을 시도하지 않는 점을 이용해 충돌 방지용 스티커 등을 붙이도록 권장하고 있다.
인천시는 최근 조류 충돌 저감 방안을 담은 지침을 각 군·구에 전달했으나, 피해 예방을 위한 실태 조사나 자체 사업은 미미한 수준이다.
국립생태원 관계자는 "조류 충돌 예방에 대한 관심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지만, 체계적인 대응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라며 "충돌로부터 야생 조류를 보호하기 위한 강제력 있는 법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