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사업 민간업자들에게 특혜를 준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을 언급하면서 사업 성공을 장담한 정황이 정영학 회계사의 녹음파일에서 공개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준철 부장판사)는 2일 유씨와 정 회계사, 남욱 변호사,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 정민용 변호사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에 대한 공판을 열어 정 회계사가 녹음한 파일을 재생했다.
먼저 재생한 파일은 2013년 4월 17일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 사이의 통화 내용으로, 남 변호사가 유씨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전달한 것이다.
당시는 유씨가 성남시설관리공단 기획본부장을 지내며 대장동 개발사업을 추진할 때다.
녹음파일에서 남 변호사는 "네가 원하는 대로 해줄 테니까 어떤 방법이든지 형하고 협의하자, 이렇게 얘기하더라"고 말한다.
검찰의 설명에 따르면 이는 유씨의 말을 대화 상대인 정 회계사에게 옮긴 것이다.
남 변호사는 또 유씨가 "협의해서 좋은 쪽으로 하면 될 것 아니냐, 형을 믿어라", "1공단 수용할 거다", "시장님한테 하면 되니까 걱정하지 말라", "적당히 시장님을 설득하겠다"고 말했다고 정 회계사에게 전한다.
당시 성남시장은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였다.
경기 성남 수정구 신흥동에 위치한 제1공단은 당초 대장동과 결합개발이 추진됐으나 2016년 사업 분리가 결정됐다.
검찰은 1공단 분리 개발 결정이 화천대유 측 의도대로 흘러갔다며 특혜 정황 중 하나로 보고 있다.
비슷한 시기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의 또 다른 녹음 파일도 공개됐다.
이 파일에서 남 변호사는 "기억나는 대로 워딩해주겠다"며 "(유씨가) 어떻게 하면 너도 돈벌이를 하고 시장님 대선을 위해 도움이 될지 상의해서 조율하자, 죽을 때까지 너하고 나 한 몸 아니냐, 너도 나 죽으면 같이 죽는 것 아니냐, 형이 알아서 할 건데 걱정하지 말라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대화가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였는지는 해석의 여지가 있다.
검찰은 또 2013년 3월 9일 정 회계사와 김만배씨의 통화를 녹음한 파일도 재생했다.
파일에서 정 회계사와 김씨는 성남시의회 강한구 의원을 언급한다.
김씨는 "한구 형은 누가 전달해야 하나"라고 말했다가 뒤이어 "한구 형 부분도 형(김씨) 선에서 처리하겠다"고 말한다.
이에 정 회계사는 "그게 맞는 것 같다"며 "10억, 20억 가져가서 거기서 정리하셔야 한다"고 답한다.
정 회계사는 이어 "대신에 나중에 그쪽에서 생기는 문제에 대해서 책임은 지셔야 한다"고 덧붙인다.
검찰은 "이 파일이 녹음된 시기는 2013년 3월 9일인데, (통화에서 언급된) 강 의원은 2012년까지만 해도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에 유보적이었다가 2013년 2월 찬성 의견을 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또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이익을 약속한 사람들에게 잘라줘야 하고 강 의원에게 로비하는 것은 김씨가 맡겠다고 언급한 것이 녹음파일에서 확인된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두 사람은 통화에서 여러 차례 '의장님'을 언급했다.
이는 최윤길(구속) 당시 성남시의회 의장을 뜻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씨가 먼저 "의장님과 통화해 보셨습니까"라고 묻자, 김씨는 "안 왔다"며 "거기도 한번 가봐야겠다"고 대답한다.
김씨는 이어 "앞으로 점점 의장이 세질 것"이라며 "대장동 키는 의장님이 완전히 쥐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정 회계사의 녹음파일은 2012∼2014년과 2019∼2020년 김씨, 남 변호사 등과 주고받은 대화와 통화를 녹음한 것으로 이번 사건의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