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선보인 대하사극…"광인이자 영웅 이방원 양면성 잘 묘사"
32부작으로 빠른 전개…민씨 등 역사속 여성 능동적으로 표현
'태종 이방원' 시청률 11.5% 종영…동물학대 논란 '옥에 티'
5년 만에 부활한 KBS 대하사극 '태종 이방원'이 11%대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2일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전날 오후 9시 40분 방송된 KBS 1TV 대하사극 '태종 이방원' 최종회 시청률은 11.5%를 기록했다.

자체 최고 시청률 11.7%(28회)에는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다.

'태종 이방원'은 KBS가 2016년 '장영실' 이후 선보이는 대하사극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7회 낙마 장면 촬영에서 강제로 쓰러트린 말이 일주일 뒤 죽으면서 동물을 학대하는 촬영 방식으로 논란을 빚었다.

해당 장면은 이성계의 낙마 신으로, 말의 발목에 와이어를 묶어 강제로 쓰러트리는 식으로 촬영이 진행된 영상이 공개되면서 공분을 샀다.

논란이 커지자 KBS는 5주간(1월 22∼2월 20일) 드라마 방영을 중단했다.

또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동물 촬영 방송제작 가이드라인을 신설했다.

가이드라인에는 신체적으로 위험에 처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는 동물 출연 장면을 줄이고 컴퓨터그래픽(CG)을 활용한다는 내용과 전기충격기 사용 금지 등 동물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가 담겼다.

'태종 이방원' 시청률 11.5% 종영…동물학대 논란 '옥에 티'
11%대를 유지하던 시청률은 방영 재개 직후 8%대까지 떨어졌지만, 이방원이 마침내 용상에 오르는 이야기가 그려진 22회에 다시 10%대를 회복했다.

'태종 이방원'은 고려라는 구질서를 무너뜨리고 조선이라는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던 여말선초(麗末鮮初) 시기를 이방원의 시선으로 담아냈다.

최근 사극이 판타지 요소를 집어넣은 '퓨전 사극'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태종 이방원'은 오랜만에 선보인 정통 사극으로 관심을 모았다.

또 기존에 카리스마가 넘치는 캐릭터로 그려졌던 이방원의 모습을 다각도로 비추면서 이방원을 다뤄온 기존 사극들과 차별화했다.

이방원 역을 맡은 주상욱은 아버지 이성계를 내쫓고 형제들을 죽이는 과정에서 단순히 용상에 눈이 먼 군주가 아니라 인간적으로 괴로워하는 감정 연기로 복잡한 심리를 잘 전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방원은 왕이 되기로 마음먹으며 "피범벅이 돼 으르렁거리는 괴물이 될 거다"라는 대사를 내뱉는 등 철혈군주로 변해가는 자신의 모습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이방원 캐릭터는 광기 어린 인물로 그려지기도 하고 영웅화돼 그려지기도 하는데, 이번 드라마에서는 그런 양면성이 잘 드러났다"며 "'형제의 난'이라고 드라이하게 말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개연성을 잘 담아야 하는데, 이런 부분이 잘 표현됐다"고 평가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 역시 "이전에 ('용의 눈물'에서 이방원을 연기한) 유동근은 영웅적인 면모가 강했는데, 이번에는 (이방원의) 다양한 면을 종합적으로 그리려고 노력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태종 이방원' 시청률 11.5% 종영…동물학대 논란 '옥에 티'
또 '태종 이방원'은 32부작으로 기획돼 기존의 KBS 대하사극보다 짧은 분량으로 제작돼 압축된 전개를 보여줬다.

빠른 전개 양상에 익숙한 요즘 시청자들의 입맛을 충족시켰다는 평가와 격동의 시기를 주요 사건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지나가다 보니 상대적으로 이야기에 깊이감이 없었다는 평가가 엇갈렸다.

기존 KBS 대하사극 '용의 눈물'(1996∼1998)은 159부작, '태조 왕건'(2000∼2002)은 200부작, '불멸의 이순신'(2004∼2005) 104부작, '대왕세종'(2008)은 86부작이었다.

'장영실'(2016)의 경우 24부작으로 제작됐지만, 이 드라마는 건국 이야기가 아닌 특정 인물의 이야기라 다른 대하사극과는 차이가 있다.

KBS는 '태종 이방원'을 잇는 대하사극으로 '고려거란전쟁'을 기획하고 있는데, 이 드라마 역시 32부작으로 제작할 예정이다.

빠른 전개 속에서 돋보였던 것은 이방원의 아내 원경왕후 민씨(박희진 분), 이방원의 계모 신덕왕후 강씨(예지원) 등 여성 캐릭터다.

특히 민씨는 이방원과 팽팽하게 대립하는 동등한 위치의 인물로 그려졌다.

민씨는 이방원과 갈등 중 "내가 왕이요"라고 말하는 이방원에게 "그 왕을 만든 건 접니다"라고 되받아치며 강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정덕현 평론가는 "여성 역할이 두드러졌는데 여기에는 여성이 능동적인 캐릭터로 등장하는 것을 요구하는 시대적인 시선이 담겨있다"며 "실제 역사 속 인물들도 보통 인물이 아니었던 부분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재근 평론가 역시 "그동안 이방원의 강력한 콘셉트가 드라마의 주요 내용이었다면, 이번에는 부인의 역할까지 자세하게 그리면서 지금까지와 다른 전개를 그리려고 노력한 것 같다"고 말했다.

'태종 이방원' 시청률 11.5% 종영…동물학대 논란 '옥에 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