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LPG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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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림(27)은 필드 위의 '흥부자'다. 샷이 잘 돼도 웃고, 벙커로 빠져도 웃는다. 퍼트가 들어가면 환호를 보내는 갤러리들에게 '배꼽인사'를 올리며 화답한다.

1일 경기 포천 일동레이크GC(파72)에서 막을 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메이저 대회 크리스F&C KLPGA 챔피언십(총상금 12억원)에서 김아림의 흥이 다시 한번 빛났다. 12번홀(파4)에서 13m 버디퍼트를 성공시킨 김아림은 퍼트를 번쩍 들어올리며 포효했다. 2위와의 격차를 3타차로 벌리며 우승에 쐐기를 박은 순간이다. 김아림의 세러모니에 갤러리들은 대회장이 떠나갈 듯한 함성으로 열기를 더했다.

김아림은 이번 대회 내내 멋진 액션으로 갤러리들을 즐겁게 했다. 1라운드를 마치고 기자들을 만난 김아림은 "날씨도 좋고 한국에 와서 팬들도 만났는데 신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환하게 웃었다. 대회 기간 내내 팬들의 사인과 사진촬영에 즐겁게 응하며 최고의 팬서비스를 보였다.
김아림이 1일 경기 포천 일동레이크 GC에서 열린 '크리스 F&C 제44회 KLPGA 챔피언십' 최종라운드 2번홀에서 버디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KLPGA 제공
김아림이 1일 경기 포천 일동레이크 GC에서 열린 '크리스 F&C 제44회 KLPGA 챔피언십' 최종라운드 2번홀에서 버디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KLPGA 제공
이날 우승이 확정된 뒤 김아림은 흥의 비결을 "골프를 정말 좋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실 제가 늘 웃는 것 같지만 샷 결과에 따라 웃음이 조금씩 다르다. 웃고있지만 눈에서 레이저가 나올때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나쁜 샷을 치거나 경기 결과가 나빠도 금세 털어버린다. 마음에 담아두지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비결은 "골프를 정말 좋아하기 때문"이다. 김아림은 "골프를 치는 것이 정말 즐겁고 행복하다. 골프를 못치면 속상하지만 못쳤다고 해서, 뜻대로 안풀린다고 해서 힘들진 않다"며 다시 한번 환하게 웃었다.

이같은 긍정적인 마인드는 김아림이 미국 무대에서 한층 더 성장하는 토양이 됐다. 김아림은 2020년 12월 US여자오픈 우승으로 LPGA투어 카드를 따내 2021년부터 LPGA에서 활동하고 있다. US여자오픈 이후 우승은 없지만 "내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믿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일관성 있는 플레이를 하는게 목표였다. 장타도 자신있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한계가 있다고 느꼈다. 어떻게 하면 다양한 걸 갖고 상황에 맞게 할 수 있을까 많이 레슨 받고 공부했다"고 했다.

미국 무대에서 만나는 쟁쟁한 경쟁자들도 자신의 자양분으로 삼았다. 동갑내기 고진영과 김효주의 플레이도 열심히 관찰하고 배울 점을 찾아낸다고 한다. 그는 "고진영을 보면서도 영감을 얻는다. 인터뷰 영상도 하나도 빼놓지 않고 본다. 김효주의 경기 장면을 보면서 어떻게 하면 스코어를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 지를 배운다"고 말했다. 이어 "장신의 넬리 코다, 제니퍼 컵초 등을 보며 다양한 구질을 구사하는 점 등을 배우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이제 김아림은 미국으로 돌아간다. 그는 "오늘 우승으로 제가 가고 있는 방향이 맞다는 확신과 자신감을 얻었다"며 "올해 최대한 많은 대회에 참가해 미국 코스에 대한 정보를 확보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래야 내년, 내후년 더 나은 선수가 될 수 있다는 믿음에서다.

한국에서 가장 우승하고 싶었다는 KLPGA 챔피언십 타이틀을 따낸 그는 이제 US여자오픈 타이틀 재탈환을 노린다. 그는 "US오픈은 정말 다르다. 제가 잘해야 하고, 가장 잘 할 수 있는 코스 세팅"이라고 말했다. 2020년 US여자오픈 우승자인 김아림은 지난해 커트탈락의 아픔을 맞봤다. "작년에는 크게 한 대 맞았어요. 올해 상금도 크게 올랐으니 꼭 다시 우승하고 싶습니다."

포천=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