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변해도 소외받는 사람 항상 있어…미약하지만 나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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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년 노동운동을 하고 지금은 계명대에서 여성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배현주(51) 씨는 "그런 사람들과 같이 있는 것이 전태일 정신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노동절인 1일 전태일재단에 따르면 배씨를 비롯해 생계 문제로 학업에 어려움을 겪거나 나눔·연대의 정신을 실천한 25명이 올해 초 재단으로부터 장학금 총 4천100만원을 지원받았다.
장학금 200만원을 학비로 쓴 배씨는 "노동자 중에서도 가장 낮고 어려운 곳에 있는 사람들, 노조의 손조차 미치기 어려운 곳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있고 싶다"며 "노동자가 아니더라도 이주민, 난민, 성 소수자 등에 (관심이) 확장되면서 여성학을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20대 중반에 대구 섬유공장에서 제직공으로 일한 그는 현재 여성 노동자들의 처우가 50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태일 열사가 있었던 평화시장에서도 재단사나 윗급들은 남성이었고 가장 밑에 있는 '시다'는 여성이었다"며 "직종만 바뀌었을 뿐 돌봄, 가사 등 여성의 노동은 여전히 낮은 노동으로 취급되며 저임금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태일 평전을 읽을 때 사람에 대한 따뜻한 마음이 느껴졌고 여공들을 끝까지 지키려 했던 마음이 많이 와닿았었다"며 "저도 여성학을 공부하며 얻은 것들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20여년 직장생활을 마치고 배달 라이더 생활을 하는 조모(55) 씨는 장학금 100만원을 받아 주택관리사보 자격증 학원비에 보탰다.
배달노동자 노조 라이더유니온의 초창기 멤버인 그는 배달노동자가 산재 보상을 제대로 보장받을 수 있도록 국회의원실에 직접 법 개정을 요구하는 등 플랫폼 노동자의 처우 개선에 힘써왔다.
과거 고등학교를 중퇴한 뒤 공장 생활을 했던 조씨는 "옛날보다 지금이 더 악독하다"며 "예전에는 노동강도가 셌지만 인간성이 철철 넘쳤는데 요즘 플랫폼 노동은 같은 라이더들끼리 무한경쟁을 붙인다"고 말했다.
그는 "(전태일 정신은) 나보다 조금이라도 부족하고 힘없는 사람들 편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라는 것이 아닌가 싶다"며 "그렇게 사는 것이 쉽지 않지만 노력만 해도 조금씩 사회가 바뀌어나갈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넉넉지 않은 형편 속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하는 김서율(29) 씨에게도 장학금 200만원이 큰 도움이 됐다.
김씨는 과거 건강 문제와 생업 등을 이유로 학업을 중단하고 사회 운동에 참여했다가 최근 한국방송통신대에 편입해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그는 "진로 탐색을 하고 사회 운동에 공헌하는 방향으로 장학금을 유용하게 사용하고 싶다"며 "앞으로 노동, 장애 등 사회 전반에 걸친 의제와 관련해 활동을 모색하는 단체를 구성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전태일도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 있었지만 자신보다 더 억압받고 배를 곯아야 했던 여공들에게 풀빵을 사주고 자신은 먼 거리를 걸어 다니는 나눔과 연대의 정신을 보여줬다"며 "저도 경제적으로 넉넉한 상황이 아니지만 어딘가에 제 미약한 도움이나마 필요한 분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16년 장학사업을 시작한 전태일재단은 지난해 11월 전태일·이소선 장학재단을 설립해 본격적으로 장학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