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라인 타다 대인사고 시 중과실 처리…일각선 '처벌과중' 우려
인라인스케이트 등을 인도에서 타다 사람을 다치게 할 경우 12대 중과실 교통사고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법규가 최근 시행됐다.

이를 두고 일반 형법으로도 규율할 수 있는 사고를 과중하게 처벌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온다.

30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지난 20일부터 개정된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이 시행됨에 따라 12세 미만 어린이가 아닌 사람이 도로에서 인라인이나 롤러스케이트 등을 타다 사람을 다치게 하면 교통사고로 처리하라고 전국 경찰서에 지시했다.

개정된 시행규칙은 교통사고 발생 시 해당 기구나 장치의 너비가 1m 이하인 것은 보행자로, 1m를 초과한 것은 차로 간주해 처리하도록 했다.

또 놀이기구의 경우 13세 이상인 사람이 도로에서 킥보드, 롤러스케이트, 인라인스케이트, 스케이트보드, 그 밖에 이와 비슷한 놀이기구를 타고 이동하던 중 교통사고가 나면 너비와 관계없이 차로 보고 교통사고로 처리하게 명시했다.

어린이가 아닌 중학생이 학원에 가기 위해 인라인 등을 타고 인도나 건널목에서 부주의로 사람을 다치게 하면 12대 중과실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인라인을 타던 사람의 행위는 신호 위반이나 중앙선침범, 음주·무면허 운전 등과 비슷한 범죄군으로 분류된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아도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 처분이 내려질 수 있다.

이런 점으로 인해 새 시행규칙이 과도한 형벌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가 경찰 내부에서도 제기된다.

'교통조사계 베테랑'으로 불리는 충남경찰청 이장선 경감(전 경찰인재개발원 교수)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의 입법 취지는 자동차나 오토바이 등을 운전하다 발생하는 교통사고에 대한 신속한 피해보상과 전과자 양산 등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개정 규칙에 대해서는 "차의 범위를 지나치게 확대하고 그로 인해 일반 형법으로 처리될 수 있는 사건들을 특별법으로 처리하게 되면서 특별법 확대에 따른 부작용이 커짐에 우려된다"고 견해를 밝혔다.

이 전 교수는 "교통사고가 되기 위해서는 업무라는 행위가 있어야 하는데 취미, 놀이, 운동을 업무로 보고 교통사고라는 특별법을 적용해 형사 처벌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도로에서의 안전과 교통사고에 대한 책임은 명확히 구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