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 철거 후 하반기부터 개방…광화문∼북촌∼청와대 연결 지름길 등 조성
서울시가 '이건희 기증관'(가칭)이 들어서는 종로구 송현동 부지를 공사 전까지 시민들에게 개방한다.

서울시는 송현동 부지를 '쉼과 문화가 있는 열린공간'으로 조성해 올 하반기 광화문광장 재개장 시기에 맞춰 함께 개방한다고 29일 밝혔다.

이곳은 3만7천117㎡에 달하는 대규모 부지로 도심 한복판에 있지만 110년 넘게 높은 담장에 둘러싸여 들여다볼 수조차 없었다.

경복궁 옆이어서 조선 시대에는 왕족들이 살았으나 1910년 일제강점기 식민자본인 조선식산은행 사택이 들어섰고, 광복 후 1997년까지 주한미국대사관 직원 숙소로 쓰였다.

이후 소유권이 우리 정부에서 삼성생명으로, 다시 대한항공으로 넘어가며 20여 년간 방치되다 서울시가 2020년 6월 공원화를 발표한 뒤 우여곡절 끝에 다시 공공 부지로 돌아왔다.

이어 지난해 11월 '이건희 기증관' 건립 부지로 선정됐고, 2027년 완공·개관을 목표로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

서울시는 이건희 기증관 건립 공사가 본격화하기 전까지 이곳을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서울광장(1만3천207㎡)의 약 3배 면적인 이 부지를 녹지 광장으로 조성하면 도심에서 시민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이 대폭 늘어나게 된다.

녹지 광장에는 광화문∼북촌∼청와대로 이어지는 지름길(보행로)을 놓아 접근성을 높이고, 차량 통행이 잦은 율곡로와 감고당길 대신 이용할 수 있는 녹지보행로를 만든다.

또 그늘막, 벤치 등 도심에 부족한 휴게시설을 곳곳에 조성하고, 공연이나 전시 같은 다양한 이벤트를 열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할 계획이다.

오세훈 시장은 이날 담장 철거를 시작한 송현동 부지를 방문해 현장을 점검했다.

광복 후 미군 장교 숙소로 쓰일 때부터 77년간 사용됐고 지금은 굳게 닫혀있는 정문(철문)을 개방하고, 4m 높이의 담장을 낮추는 작업이다.

오 시장은 "110년 만에 시민 품으로 돌아올 송현동 부지가 '녹지생태도심'을 대표하는 공간이 될 것"이라며 "녹지가 턱없이 부족한 서울 도심에서 누구나 와서 쉬고 놀고 즐길 수 있는 소중한 열린 공간으로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청와대 개방, 광화문광장과의 시너지도 기대된다"며 "보존과 규제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서울 도심이 휴식과 여유, 활력이 넘치는 공간으로 재창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