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에게 남긴 이야기 '틱낫한 지구별 모든 생명에게' 출간

영적 스승이자 종교 지도자였던 틱낫한 스님이 향년 96세를 일기로 열반한 지 석 달이 지났다.

세계적 평화 운동가이자 시인이기도 했던 스님은 지구촌에 뭉클한 감명과 묵직한 가르침을 남겼다.

1926년 베트남에서 태어난 스님은 열여섯 나이에 승려가 됐고, 1961년 미국으로 건너가 비교종교학을 공부한 뒤 '참여 불교'를 주창하며 사회 운동에 앞장섰다.

베트남 전쟁 발발 후엔 전 세계를 돌며 반전평화운동을 전개하다가 본국으로부터 귀국 금지 조치를 당하자 1973년 프랑스로 망명했다.

세월이 한참 흐른 2018년 베트남 정부의 허용에 따라 영구 귀국했다.

스님이 주창한 '마음다함(mindfulness)' 수련법은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것으로, 이를 통한 평화와 명상의 가르침은 전 세계에 커다란 울림을 주었다.

깨달음이란 무엇일까? 명상을 통해 우리가 얻고자 하는 건 또 무엇일까? 스님은 진정한 깨달음이란 우리의 육체가 아름다운 지구의 일부임에 눈을 뜨는 것이며 더불어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가 겪고 있는 고통에 눈을 뜨는 것이라고 설파했다.

신간 '틱낫한 지구별 모든 생명에게'는 80년 동안 선불교의 승려로 진정한 마음의 평화와 의미 있는 삶에 대해 들려줬던 스님이 인류에게 남긴 마지막 이야기다.

그 어느 때보다 상처 입고 고통을 받고 있는 인류와 지구별에 대한 사랑과 깨달음, 마음수련의 메시지가 켜켜이 담겨 있다.

경이로운 행성 지구별 여행을 마치고 떠나기 전 유언처럼 남긴 메시지이기도 하다.

스님에 따르면, 개인과 세계는 결코 분리된 게 아니다.

명상 또한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닌 고통받는 모든 생명을 위한 것이다.

먼저 나 자신의 고통이 줄어야 다른 이들에게 손을 내밀 수 있고, 자신부터 일깨워야만 다른 이들에게도 깨달음의 기회를 줄 수 있다.

인간과 지구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안타깝게도 오늘날 인류는 기후 변화와 불평등 심화 등으로 큰 위기에 놓였다.

지구로부터 너무 많은 것을 빼앗으며 해악과 파괴를 일삼았고, 이는 지금과 같은 갈등과 위기를 낳았다.

스님은 위태로운 상황과 갈등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지구가 인류에게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응답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명상과 마음다함의 자세로 평온한 마음을 유지한 가운데 스스로 이 순간에 존재함을 느끼고 마음에서 들려오는 생명의 소리를 들을 때 비로소 우리는 아름답고 경이로운 지구의 일부임을 깨달으며 불안과 두려움, 고통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을 직시하고 우리 마음 속에 있는 이해와 연민, 유대의 씨앗이 꽃을 피울 수 있도록 가꿔나갈 때 주변 사물의 진정한 본질을 바라볼 수 있고 우리가 처한 문제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

단지 한 사람의 부처만으로는 세상을 변화시킬 수 없다.

상처받은 지구를 치유하기 위해선 한 사람의 깨달음을 넘어 집단적 깨달음이 필요하며, 그러기 위해선 한 사람 한 사람이 부처가 돼야 한다고 스님은 강조한다.

"명상이란 현실의 핵심을 깊이 살피고,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없는 것들을 보기 위한 것입니다.

바라봄이 있으면 반드시 행동이 뒤따라야 합니다.

"
스님은 명상과 마음다함을 통해 평온한 마음 상태를 유지하고 현재의 상황을 깊이 살필 수 있다며, 자신과 세상을 명확히 바라보는 통찰력을 기반으로 우리는 상황을 변화시키고 모든 생명이 존중받을 수 있는 문화를 재건하기 위한, 가장 적절하고 효과적인 행동을 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이번 유고작은 '아름다운 우리 행성을 위해 놓아야 할 것, 채워야 할 것', '지구별을 치유하는 다섯 가지 수행의 길',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나갈 공동체를 위하여' 등 모두 3부로 구성됐다.

틱낫한 스님의 오랜 제자이자 평생 협력자였던 찬콩 스님과 BBC 기자 출신으로 틱낫한 스님에게 계를 받았던 진헌 스님이 함께 엮었다.

정윤희 옮김. 센시오. 352쪽. 1만7천800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