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수입의 관문…생산, 저장, 공급, 소비 거점 역할
정부, 그린수소 등 첨단기술 개발…항만 수소충전·발전
항만에서 컨테이너 화물을 옮기는 지게차, 야드 트랙터 등 하역장비는 대부분 화석연료인 경유를 사용한다.

컨테이너 물동량이 증가함에 따라 항만의 하역 장비로 인한 대기오염물질 배출도 심화할 수밖에 없다.

부산항만공사는 부산항 야드 트랙터 684대 가운데 지난해까지 66%인 451대를 경유에서 액화천연가스(LNG) 연료로 전환했다.

하지만 LNG는 경유보다 미세먼지와 유해 가스량이 상대적으로 적을 뿐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친환경'이라고 볼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각국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수소항만'에 눈을 돌리고 있다.

수소항만은 수소 생산, 수입, 저장, 공급, 소비·활용 등이 가능한 수소 에너지 생태계를 갖춘 항만을 말한다.

항만은 '수소기지'로서 유용한 점이 많다.

수소 유통의 관문 역할을 하는 항만은 화석연료 기반의 하역 장비를 수소 모빌리티로 전환할 수 있으며, 인근 배후산업단지와도 연계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가 된다.

항만은 이미 LNG 공급망이 설치되어 있어 LNG에서 수소로 개질하는 기술을 활용해 '블루수소'를 생산하는데 효율적이다.

블루수소 생산과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해외 저장소로 반출하는 입지로도 항만이 용이하다.

해상풍력에서 생산된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만든 청정수소(그린수소)를 저장하는 곳도 항만이 우선적으로 검토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 무엇보다 수소항만이 필요한 이유는 '수소 부족국가'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수소 수요는 높지만 그린수소 생산단가가 높은 국가에 해당한다.

따라서 중동과 북아프리카, 호주 등 그린수소 생산단가가 낮은 외국에서 수소를 수입해야 한다는 점에서 수소항만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2050년 국내 수소 수요는 연간 2천790만t 규모이며 이중 해외 수소가 2천290만t으로 절대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수소경제 정책과 연계해 항만 내 수소에너지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단계적 사업(2028년∼2040년)을 추진한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해양수산부는 2026년까지 286억원을 들여 소형 수소 추진 선박을 건조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LNG·암모니아 혼합연료와 액화수소를 선박에 공급하는 벙커링 기술을 고도화한다.

2024년까지 147억원을 들여 수소연료전지 기반 육상전원공급장치(AMP)를 개발하고 2025년까지 부산, 인천, 광양, 울산 항만배후단지에 수소충전소를 시범적으로 구축한다.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경유 기반 하역 장비를 2025년까지 저공해 시스템으로 바꾸고 2026년부터는 전기·수소연료로 전환한다.

LNG 수입·수소생산(L2G), 해외수소 수입·저장(G2G), 수전해 시설(P2G), 해상 전력망 연결 등을 담당하는 수소 전용 터미널이 필요한 항만 입지를 선정하는 작업도 진행한다.

수소연료·자동화 항만, LNG 인수기지와 연계한 탄소중립 항만 등을 특화해 공공과 민간 협력사업으로 추진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에 따라 부산항 신항에는 수소 추진 선박과 화물차 등에 수소 연료를 공급하는 체계를 구축한다.

울산항은 블루수소를 생산하거나 해외 그린수소를 수입한 후 내륙으로 공급하는 '수소 허브 항만'을 조성한다.

부산산업과학혁신원은 23일 수소항만 조성사업과 관련 "유럽과 미국, 일본, 뉴질랜드 등은 이미 다양한 방식으로 수소항만 실증사업을 벌이고 있다"며 "국내 최대 항만인 부산항도 인근 지역, 다양한 기업 등과 협력해 기술개발, 실증, 인프라 구축에 나서는 등 수소항만 생태계 조성에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