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의 흑역사·사랑의 현상학
▲ 나의 아름답고 추한 몸에게 = 김소민 지음.
몸은 이따금 혐오의 근거가 된다.

사람들은 젊고 아름답고 날씬한 몸을 원한다.

늙고 병든 몸은 대부분 환영받지 못한다.

일간지 기자 출신인 저자는 인간에게 '아무 몸'으로 살아갈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아름다움의 열망에 휘둘리면 자기혐오만 커지고 자기 인생에서 관객의 자리로 밀려나게 된다"고 강조한다.

몸을 관리의 대상으로 보지 않으면 한결 행복해진다는 것이다.

저자는 신체적 특성 때문에 추방당하거나 차별당하는 사례도 소개한다.

예컨대 백인 혼혈은 주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지만, 동남아시아 혼혈은 대개 다큐멘터리에 등장한다.

사람은 혼자가 아닌 여럿이 살아가는 존재라는 따뜻한 메시지도 전한다.

저자는 "아무리 부정하려 해도 우리는 모두 안다.

우리는 취약하고, 취약함으로 서로를 알아본다"고 위로의 말을 건넨다.

한겨레출판. 292쪽. 1만5천500원.
▲ 패션의 흑역사 = 앨리슨 매슈스 데이비드 지음. 이상미 옮김.
한두 세기 전만 해도 유럽 남성들 사이에는 꽉 끼는 부츠와 무거운 모자가 유행했다.

물론 몸에는 좋지 않았다.

캐나다에서 의류를 연구하는 저자는 역사적으로 사람을 해친 패션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직물을 통해 미생물과 해충이 전염되기도 했고, 사람에게 좋지 않은 수은과 비소를 활용한 모자나 옷이 생산되기도 했다.

플라스틱 빗과 인조 실크는 동물 보호에 기여했지만, 환경에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읽다 보면 지금 우리가 입고 있는 옷은 과연 몸에 좋은 것인지 의문을 품게 된다.

독자 이해를 돕는 사진이 많이 수록됐다.

탐나는책. 352쪽. 1만9천800원.
▲ 사랑의 현상학 = 헤르만 슈미츠 지음. 하선규 옮김.
서양 철학은 '이성'에 큰 관심을 보여왔지만, '사랑'에는 상대적으로 무관심했다.

사랑을 독일 철학자가 다양한 주제로 고찰했다.

저자는 사랑을 이해하려면 영혼이나 이성이 아닌 신체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신체를 감싸는 힘인 '감정', 감각적 인간을 둘러싼 '상황', 소통의 출발점인 '인상'을 통해 사랑을 논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사랑의 빛나는 순간들은 신성하다"며 "사랑은 시간과 죽음보다 강하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사랑은 품에 안긴 아이를 보는 엄마, 서로를 응시하는 젊은 연인들에게서 확인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린비. 496쪽. 2만9천800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