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 1실 숙소, 팀별 식사 등 방역 최선…확진자 대비책 마련도
123명 학생 3박 4일 현장체험 성료…타 학교 문의도 잇따라
코로나 첫 제주도 수학여행 부산 해동고, 확진자 '0' 비결은?
오미크론 변이 유행이 여전한 가운데 올해 부산에서 처음 체류형 수학여행을 떠나 한 명의 확진자도 나오지 않은 해동고등학교의 비결은 뭘까?
지난 4일 수학여행 시작은 불안했다.

출발 전날 신속항원검사에서 정독실 2학년생 10명이 양성반응을 보인 것이다.

학교 측은 지난해 말 3학년 졸업여행 전날 학생 2명이 확진돼 여행을 취소한 기억을 떠올렸다.

하지만 해동고는 해당 학생만 수학여행에 불참시키고 접촉이 없었던 나머지 123명은 계획대로 3박 4일 제주도 현장체험학습을 떠나도록 했다.

학교 측은 애초 사람이 많이 모이는 관광지 투어가 아닌 제주도 역사·문화, 한라산 생태, 신화·민속 등을 테마로 한 역사체험형 소그룹 여행 계획을 짰다.

교감 인솔하에 지도교사 2명에 30여명씩 4개팀으로 나눠 전세버스를 타고 이동하도록 했다.

사전에 교육용 책자를 학생에게 배포해 여행지 공부도 미리 하도록 했다.

코로나 첫 제주도 수학여행 부산 해동고, 확진자 '0' 비결은?
주요 방문지는 추사 유배지, 알뜨르 비행장, 4·3평화공원, 한라산 영실∼어리목 구간, 비자림, 교래 자연휴양림 등이었다.

특히 학교 측은 숙소 방역에 신경을 많이 썼다.

기존 수학여행에서는 보통 7∼8인이 한방을 썼지만, 이번에는 대인 접촉을 줄이려고 3인 1실로 변경했다.

숙소에서 매일 발열 체크를 하고 식사도 팀별 최소 단위로 진행했다.

일과 후 학생들의 방 무단 변경, 이탈 여부 등도 철저히 단속했다.

여행 도중 확진자 발생에 대비한 '플랜B'도 세웠다.

코로나 증상을 보이는 학생이나 교사가 발생하면 격리할 여분의 방 3개를 사전에 마련해뒀다.

증상자의 자가진단키트 검사 결과 양성이 나오면 현지 병원에서 신속항원검사를 하고 확진 판정을 받으면 일주일간 제주도에서 따로 격리할 체류 비용까지 책정했다.

학생이 확진되면 교사 1명도 같이 머무르며 학교 온라인 수업을 하는 시나리오도 짰다.

해동고가 가장 신경 쓴 부분 중 하나는 학부모 설득이었다.

코로나 첫 제주도 수학여행 부산 해동고, 확진자 '0' 비결은?
사전에 구체적인 여행 계획, 확진자 현지 격리를 포함한 방역 조치 등을 상세히 담은 가정통신문을 두 차례 보냈다.

방역을 고려한 숙박 조건 변경으로 학생 1명당 따로 부담해야 할 경비가 16만원 가량 됐지만, 학부모 전원이 자녀의 수학여행 참가에 동의했다.

이수길 해동고 교장은 12일 "여행 전 여행사나 숙박업소로부터 여행 확정 여부를 묻는 확인 전화를 수 차례 받았다"며 "그만큼 코로나 상황에서 수학여행을 취소한 학교가 많은 상황인데 확진자 수송용 예비 차량을 지원받는 등 여행사로부터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교장은 이어 "2학년생의 2차 접종률이 92%에 이르고 수학여행 후 개교기념일과 주말에 이어 이틀간 온라인 수업을 하면 감염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예상했고 실제 확진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며 "지역 상권과 학교 모두 상생하는 계기가 됐고 다른 학교의 문의 전화도 많이 온다"고 말했다.

최근 부산교육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에서 수학여행을 다녀온 학교가 3곳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초·중·고교 639곳 중 37%인 236개교가 체류형 수학여행을 계획 중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