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쁜 색깔의 꽃과 아름다운 모습의 새가 어우러진 모습은 우리 선조들이 가장 즐겼던 미의 대상이었다.
화조도는 그림이나 자수로 완성됐다.
그래서 전통 자수 병풍에는 꽃과 새가 한자리에 어울려 묘사된 화조도가 다른 주제에 비해 훨씬 많다고 한다.
조선 시대 김홍도는 다양한 소재로 화조화를 그렸다.

순결과 절개의 상징으로, 또는 매서운 추위에도 꿋꿋이 피는 특성 때문에 고상한 품격에 비유하기도 한다.
매화는 화조도에 가장 많이 등장한다.
매화가 피기 시작하면 참새는 물론 못생긴 것으로 널리 알려진 직박구리 등이 기다렸다는 듯 매화를 가장 즐겨 찾는다.
매향에 취한 듯 주변의 인기척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딱새와 박새도 매화에 앉아 짝을 찾는 노래를 애달프게 부른다.

매화가 지면 꽃이 훨씬 더 풍성한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매화는 새들의 마음도 흔들어 놓는다.
역시 참새와 직박구리가 매화를 찾는 단골이다.
참새는 꽃술의 꿀을 빨아 먹기도 하지만 아예 꽃을 따 뒷부분의 꿀을 빨아 먹고 꽃을 버려 나무 밑에 떨어져 수놓은 매화가 봄의 낭만을 불러오기도 한다.

봄을 맞아 고택의 기와 밑에 집을 짓고 짝을 찾기 바쁜 참새도 하얀 목련꽃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붉은머리오목눈이(일명 뱁새)는 샛노란 꽃이 핀 개나리에 앉아 쉬며 화조도를 완성한다.
뜨거운 여름이 되면 강릉 경포습지에 연꽃이 활짝 핀다.
해 뜨기 전부터 여름 전령사 개개비가 연꽃에 앉아 구애하는 노래로 요란스럽다.
개개비 수컷이 연꽃 봉오리를 옮겨 다니며 암컷을 유혹하는 세레나데를 부른다.

연꽃밭 성악가로도 불리는 개개비의 노래가 연꽃 구경을 나온 사람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연잎 아래 둥지를 짓고 짝을 찾아 구애를 청하는 소리가 애절할 정도다.
연꽃에는 물총새가 앉기도 한다.
연꽃 위에 앉아 있다가 주변 물속으로 다이빙해 물고기를 잡아먹기도 하고 잠시 쉬기도 한다.
가을 해바라기는 방울새 차지다.

꽃과 새는 선조들이 좋아하는 그림의 소재였다.
포털에서 화조도를 검색하면 수많은 그림과 자수가 나온다.
지금 밖으로 나가 요즘 한창 핀 벚나무를 유심히 살펴보면 참새나 직박구리가 열심히 나무를 옮겨 다니며 꽃의 꿀을 따 먹는 모습, 실제의 화조도를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