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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도 크기지만 생각보다 많은 말벌집을 발견할 수 있어서 한 번 더 놀랐다.
말벌집은 아파트 뒷산은 물론 도로변 가로수에서도, 강릉 오죽헌 같은 관광지 내 정원수, 주택가 인근 나무에서도 찾으려고 하면 쉽게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사람과 아주 가까운 곳에서 발견됐다.
말벌집이 자주 눈에 띄게 되자 순식간에 몇 개를 카메라에 손쉽게 담을 수 있었다.
크기는 대부분 둥근 모양이거나 원통형이다.
그러나 멀리서 보면 나무에 원숭이가 앉아 있는 게 아닌가 할 정도로 크고 모양이 특이한 것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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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쳐진 형태인 말벌집은 바깥쪽은 외피로 덮여있다.
큰 말벌집은 보면 겁이 덜컥 난다.
독성이 강하고 공격성도 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말벌은 한해살이 곤충이어서 봄부터 시작된 벌집은 늦가을이 되면 새로운 여왕벌들이 독립하면서 버려지게 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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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벌만 동면하고 봄에 깨어나 새로 집을 만들기 때문에 요즘 발견된 말벌집을 보고 겁을 먹을 필요는 없다고 한다.
빈둥지가 새들의 먹이가 된다는 말을 들은 적은 있지만 눈으로 직접 확인하지는 못했다.
그런데 이런 집을 지은 말벌이 최근 전국에서 발생한 소위 '꿀벌 실종' 사태의 한 원인인 것으로 보도됐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관이 꿀벌 실종의 원인으로 말벌과 함께 해충과 이상기온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했다.
말벌류는 벌통 출입구에서 일벌을 포획해 막대한 피해를 준다고 한다.
현재 강릉에서는 산은 물론 공원이나 주택가, 도로변 등에서 어느 해보다 많은 말벌집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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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은 1만3천917군 가운데 6천 군(43%)이 피해를 봐 통상적인 피해 규모(10∼20%)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나 강릉시가 사실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마침내 강릉에서 꿀벌이 유독 많이 사라지고 강릉에 말벌집이 많은 이유의 작은 연결고리가 이어졌다.
올해는 예전처럼 주변에서 꿀벌이 맘 놓고 꿀을 찾아 비행하는 '윙윙' 거리는 달콤한 소리를 쉽게 들을 수 있을지 벌써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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