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분들께 조금이나마 보답을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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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북구 수유동에서 1983년부터 이비인후과 의원을 운영해 온 김모(73) 원장.
해마다 불우이웃을 돕기 위한 강북구의 모금 행사가 시작되면 김 원장은 강북구 복지정책과를 방문해 조용히 성금을 놓고 간다고 한다.
올겨울에도 어김없이 1천만원을 기부했다.
김 원장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병원 사정이 힘들어졌지만, 이웃들 덕분에 병원을 운영할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30년 넘게 강북구에 매년 1천만원씩 불우이웃 성금을 전달해온 김 원장은 이웃을 향한 배려와 봉사 정신을 아버지에게서 배웠다고 한다.
김 원장의 부친은 1948년부터 국정교과서 편찬위원으로 활동하며 1980년대 초까지 약 30여 년간 초등학교 교과서 삽화를 그린 고(故) 김태형 화백이다.
드라마 '오징어게임'으로 유명해진 '철수와 영이' 삽화도 김 화백의 작품이다.
'철수와 영희'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처음 삽화가 교과서에 실릴 당시에는 '철수와 영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에는 국민교육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국민훈장 동백장이 추서됐다.
2016년에는 서울시청 시민청 갤러리에서 김 화백 탄생 100주년 기념전시회가 열리기도 했다.
"정겹고 훈훈한 그림들을 통해 당시 국민들과 그 시절 교육을 받으신 분들의 마음에 따뜻함과 위안을 드렸던 선친의 뜻을 이어 저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기부를 지속하고 싶습니다.
"
김 원장이 아버지의 뜻을 이어 건강이 허락하는 한 기부를 이어가겠다고 하면서도 자신의 이름과 선행이 알려지는 것은 극구 원치 않았다고 강북구는 전했다.
박겸수 강북구청장은 "최근 코로나로 더욱 어려워진 여건 속에서도 변함없는 사랑을 실천해 주고 계신 김 원장, 그리고 부친께도 감사드린다"며 "이렇게 모인 정성들이 어려운 이웃들에 고스란히 잘 전달돼 희망의 싹이 될 수 있도록 소중히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강북구는 이번 겨울 '희망온돌 따뜻한 겨울나기'를 통해 모금한 약 9억6천만원의 성금을 취약 계층을 위해 사용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