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는 257마리 잡아 소각, 울산시는 공존 실험
조류보호협회 "산탄총 포획은 화풀이…공생 모색해야"

제주 우도에서 해마다 떼까마귀 수백 마리가 농작물에 피해를 준다는 이유로 포획되고 있어 공존의 해법을 찾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떼까마귀는 어떤 새이고, 사람들에게 얼마나 피해를 주길래 산탄총으로 쏴 태워죽여야 할 대상이 됐을까?
25일 제주시에 따르면 최근 '섬 속의 섬' 우도에서 떼까마귀 257마리를 포획해 소각 처리했다.

시는 10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떼까마귀가 우도에 머무르며 보리, 쪽파, 마늘 등 농작물에 피해를 주고 있어 포획에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 떼까마귀는 어떤 새
떼까마귀는 참새목 까마귀과의 겨울 철새다.

몸 전체가 검고, 부리는 가늘고 뾰족하며, 몸길이는 47㎝ 정도다.

떼까마귀는 몽골, 시베리아 등지에 살다 추위를 피해 매년 10월께 우리나라를 찾아 3∼4월에 다시 북쪽으로 간다.

떼까마귀는 텃새인 큰부리까마귀보다 몸집이 작고 군집성이 강해 무리생활하는 특성이 있다.

낮에는 논밭, 초지대 등을 찾아 씨앗이나 벌레 등을 찾아 먹이활동을 하고 해가 질 무렵 휴식에 적합한 장소로 모여든다.

떼까마귀는 사람을 공격하거나 AI(조류인플루엔자) 등 질병을 옮기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국가에서는 해충을 잡아먹어 농작물 생육에 도움이 된다며 환영받기도 한다.

떼까마귀에게 숲은 천적을 피해 휴식을 취할 최적의 장소이지만 이러한 장소를 찾기 어려우면 도심이 그 대안이 되기도 한다.

◇ 인간이 까마귀에 부여한 '공포와 혐오' 낙인
알프레도 히치콕 감독의 1963년 작 영화 '새(The Birds)'는 인간을 공격하는 까마귀들의 모습을 강렬하게 그려내 공포의 도구로 사용했다.

공포를 소재로 하는 영화나 드라마에선 유독 까마귀를 그 소재로 삼은 경우가 많다.

흔히 죽음 또는 흉한 일이 생길 것이라는 복선의 장치나 도구로 까마귀를 사용한다.

새까만 겉모습을 가진 까마귀가 동물의 사체를 먹고, 기괴한 울음소리를 내는 경우가 있어 그런 이미지가 생성됐을 것이다.

넷플릭스의 2019년 작인 드라마 시리즈 '바이킹스'에서도 까마귀는 음산함과 공포를 극대화하는 소재로 쓰였다.

기억력이 좋지 않은 사람에게 '까마귀 고기를 먹었냐'고 얘기하는 경우나 훈련이 안 된 병사들을 '오합지졸'이라 부르는 것, 글자를 읽지 못하는 이를 '까막눈'이라 부르는 것,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야 가지 마라'는 글귀가 담긴 시조도 까마귀에 대한 편견의 단면이다.

동서양의 몇몇 신화는 까마귀를 지혜롭고 현명하며 예지력에 효심까지 갖춘 새로 묘사하며 추앙하기도 했지만, 지금 우리 사회에서 까마귀는 혐오와 공포의 대상이자 '유해조수' 대접을 받고 있다.

◇ 떼까마귀는 어떤 피해 주나
수만 마리의 떼까마귀가 도심에 등장하게 되면 자연스레 배설물로 인한 민원이 발생하게 된다.

주차된 차량이나 주택가에 배설물이 떨어져 피해가 발생하기도 하고, 전봇대와 전신주에 모여 앉아 간혹 정전사태를 일으키기도 한다.

떼까마귀는 장기간에 걸쳐 무리 지어 농작물에 피해를 준다는 이유로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의해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 관리되고 있다.

제주시가 매년 우도에서 떼까마귀 포획에 나선 것은 이 시행규칙에 근거해서다.

실제 우도의 농가들은 매년 찾아오는 떼까마귀로 인한 농작물 피해를 호소해왔다.

9월부터 파종하는 쪽파가 주된 피해 작물이다.

떼까마귀들이 10월 수확 후 밭에 남겨진 땅콩이나 벌레 등을 잡아먹기 위해 땅을 헤집는 과정에서 쪽파의 뿌리가 손상을 입는다는 것이다.

쪽파 재배 농민들은 매년 재파종 등으로 인한 손실이 크다며 떼까마귀 포획을 요구하고 있다.

빛의 반사를 이용한 방조 테이프나 스피커 등을 설치해봤지만 효과가 없었다는 것이 농민들 주장이다.

◇ 공존의 해법 찾기
환경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수원과 안산, 화성시에서 떼까마귀를 찍어 앱에 올리면 1장당 500원을 주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이 이벤트는 '도시생태계 건강성 증진 기술개발사업' 과제로 작년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떼까마귀 사진을 찍어 스마트폰 앱 '캐다'에 올리면 1장당 500원을 지급하는 이벤트다.

환경부는 시민들이 제공한 사진을 바탕으로 떼까마귀의 출현 시간과 장소 등의 데이터를 수집 분석해 떼까마귀의 이동 경로를 파악하고 출현 지점을 나타내는 지도를 제작하는 데 쓰고 있다.

따뜻한 우리나라에서 겨울을 나는 떼까마귀의 습성을 바꾸거나 퇴치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이라면 이들과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 보자는 취지다.

떼까마귀의 이동 경로와 습성 등을 알아내는 연구는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간대와 장소에 집중해 배설물을 청소하거나 도심으로 떼까마귀가 유입되는 일을 막기 위해 숲을 조성한다든지 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 발상의 전환…떼까마귀 관광상품 만든 울산시
매년 10만여 마리의 떼까마귀가 울산시 태화강 유역을 찾아 겨울을 난다.

떼까마귀 똥으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뿐만 아니라 조류 인플루엔자(AI) 확산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울산시는 2012년부터 태화강 주변 12만5천㎡ 땅에 철새들의 터전이 되는 삼호대숲을 조성했고, 떼까마귀 무리가 도심 대신 그곳을 선택하도록 유도했다.

자연스럽게 도심에서 발생하는 떼까마귀 피해는 감소했다.

최근 울산시는 겨울 철새인 떼까마귀가 텃새인 까마귀와 달리 먹이가 풍부하고 깨끗한 환경에서 월동한다는 특성을 강조하며 생태 환경 회복 전도사로 대접하고 있다.

그렇게 탄생하게 된 이벤트가 이달 16일부터 태화강 떼까마귀를 활용한 관광 프로그램인 '운수대똥' 이벤트다.

타 시도에서 방문하는 관광객에게 우비 등을 지원하고 태화강 국가정원을 산책하면서 떼까마귀 군무 체험을 하다가 떼까마귀 똥에 맞으면 지역 상권에서 사용 가능한 5만원 쿠폰을 주고, 떼까마귀 인증샷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면 2만원 쿠폰을 선물하는 이벤트다.

울산시는 시범적으로 운영하는 '운수대똥' 이벤트의 운영 성과를 평가하고 개선해 올 연말 떼까마귀가 다시 찾아올 때 본격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울산시는 이 밖에 떼까마귀 등 철새를 이용한 다양한 관광상품과 자원도 개발 중이며, 나아가 세계조류학대회도 유치하겠다는 계획이다.

강창완 한국조류보호협회 제주도지회장은 "우도 떼까마귀에 대한 제주시 차원의 포획과 사살은 사실상 농작물 피해를 막는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기보다는 농민들을 대신한 화풀이에 가깝다"며 "총으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울산의 사례처럼 공생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포획 과정에서 발사되는 산탄총의 납탄이 토양에 남게 되는데 장기적으로는 중금속에 의한 토양오염이 생태계 피해를 가져올 것으로 보이며, 우도에서 이미 10년가량 총포 포획이 이뤄졌기에 현재 토양오염 실태에 대한 조사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울러 떼까마귀로 인한 농작물 피해를 본 농가들이 농작물재해보험 등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