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든 넘어 대학 합격이라니 가슴 떨려요" 80대 여고생의 졸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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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 일성여중·고 492명 졸업…"어딜 가든 하늘 부를 때까지 공부하길"
"여든 넘어서 영어랑 한문 공부를 할 수 있을 줄 몰랐어요.
어린 시절부터 너무도 하고 싶던 공부를 원 없이 했죠. 모든 과목을 잘하고 싶었는데 마음처럼 쉽지는 않았지만 멋진 학창 시절을 위해 최선을 다했기에 뿌듯합니다.
"
올해 84세인 김용인 씨는 23일 서울 마포구 일성여자중·고등학교에서 열린 졸업식에서 활짝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김씨는 배움을 이어 가려 집 근처의 서영대 사회복지관에 지원해 합격했다고 한다.
그는 "파주에서 등하교하며 서강대 앞 버스정류장에서 대학생들이 오고 가는 모습을 보면 참 부러웠다.
이 나이에 대학 합격이라니 가슴이 떨린다"며 "건강이 허락하는 그 날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일성여중·고는 제때 학업을 마치지 못한 40∼80대 여성 만학도들이 중·고교 과정을 공부하는 2년제 학력 인정 평생학교다.
이날은 중학교 7개 반 256명, 고등학교 6개 반 236명이 졸업했다.
코로나19로 한동안은 온라인 수업을 들어야 했지만, 모두가 학업에 최선을 다한 덕에 고등학교 과정 졸업생 236명 전원이 대학에 합격해 16년 연속 대학 합격률 100%이라는 성과를 이어갔다고 학교 측은 설명했다.
서울 강서구에서 4년간 통학하며 중·고교를 졸업한 신은경(60) 씨도 숭의여대 사회복지학과 합격증을 받아들고 활짝 웃으며 졸업식에 참석했다.
형제 4명을 둔 신씨는 동생들을 돌보느라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학업을 접어야 했다.
신씨는 일성여고 전교 부회장을 맡고, 월간 종합문예지 '문학세계'에 시를 기고해 등단하는 등 누구보다 열심히 학교생활을 했다고 돌아봤다.
그는 "초졸 이력이 계속 부끄러웠는데 이제 기쁘다"며 "딸이 대학 등록금도 내주고, 조카도 노트북을 사 줬으니 대학 졸업 후 필요한 사람들에게 보탬을 줄 수 있도록 열심히 달려가겠다"고 말했다.
매일 아내의 등하교를 시켜 주며 4년간 결석 한번 없이 졸업하도록 도운 남편도 이날은 그간의 고생을 떨쳐내며 활짝 웃었다.
아내 강형숙(71) 씨를 경기 남양주 와부읍에서 마포 교정까지 실어나른 김덕만(73)씨는 이날 학교에서 공로상을 받았다.
대중교통을 타면 등교에만 2시간이 걸리는 아내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었다는 김씨는 "귀가해서도 저녁을 먹고 새벽까지 공부하는 모습이 무척 존경스러웠다"며 "앞으로는 서로 건강이 허락하는 한 많이 걸으며 노후를 즐겼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날 중·고교 졸업생 대표로 연단에 선 이은숙(68·고3) 씨는 "우리는 모두 어린 시절 학교에 다니지 못했다는 같은 아픔이 있기에 서로 마음을 열고 함께 성장할 수 있었다"며 "당당하고 교양있는 사회 구성원으로 제 몫을 다하겠다"며 울먹였다.
이선재 교장은 "어디를 가든지 하늘이 부를 때까지 공부하기를 바란다"며 "그렇게 하는 것이 삶을 풍요롭게 하는 길이고, 건강을 지키면서 노후가 행복할 방법"이라고 당부했다.
/연합뉴스

어린 시절부터 너무도 하고 싶던 공부를 원 없이 했죠. 모든 과목을 잘하고 싶었는데 마음처럼 쉽지는 않았지만 멋진 학창 시절을 위해 최선을 다했기에 뿌듯합니다.
"
올해 84세인 김용인 씨는 23일 서울 마포구 일성여자중·고등학교에서 열린 졸업식에서 활짝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김씨는 배움을 이어 가려 집 근처의 서영대 사회복지관에 지원해 합격했다고 한다.
그는 "파주에서 등하교하며 서강대 앞 버스정류장에서 대학생들이 오고 가는 모습을 보면 참 부러웠다.
이 나이에 대학 합격이라니 가슴이 떨린다"며 "건강이 허락하는 그 날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일성여중·고는 제때 학업을 마치지 못한 40∼80대 여성 만학도들이 중·고교 과정을 공부하는 2년제 학력 인정 평생학교다.
이날은 중학교 7개 반 256명, 고등학교 6개 반 236명이 졸업했다.
코로나19로 한동안은 온라인 수업을 들어야 했지만, 모두가 학업에 최선을 다한 덕에 고등학교 과정 졸업생 236명 전원이 대학에 합격해 16년 연속 대학 합격률 100%이라는 성과를 이어갔다고 학교 측은 설명했다.
서울 강서구에서 4년간 통학하며 중·고교를 졸업한 신은경(60) 씨도 숭의여대 사회복지학과 합격증을 받아들고 활짝 웃으며 졸업식에 참석했다.
형제 4명을 둔 신씨는 동생들을 돌보느라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학업을 접어야 했다.

그는 "초졸 이력이 계속 부끄러웠는데 이제 기쁘다"며 "딸이 대학 등록금도 내주고, 조카도 노트북을 사 줬으니 대학 졸업 후 필요한 사람들에게 보탬을 줄 수 있도록 열심히 달려가겠다"고 말했다.
매일 아내의 등하교를 시켜 주며 4년간 결석 한번 없이 졸업하도록 도운 남편도 이날은 그간의 고생을 떨쳐내며 활짝 웃었다.
아내 강형숙(71) 씨를 경기 남양주 와부읍에서 마포 교정까지 실어나른 김덕만(73)씨는 이날 학교에서 공로상을 받았다.
대중교통을 타면 등교에만 2시간이 걸리는 아내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었다는 김씨는 "귀가해서도 저녁을 먹고 새벽까지 공부하는 모습이 무척 존경스러웠다"며 "앞으로는 서로 건강이 허락하는 한 많이 걸으며 노후를 즐겼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날 중·고교 졸업생 대표로 연단에 선 이은숙(68·고3) 씨는 "우리는 모두 어린 시절 학교에 다니지 못했다는 같은 아픔이 있기에 서로 마음을 열고 함께 성장할 수 있었다"며 "당당하고 교양있는 사회 구성원으로 제 몫을 다하겠다"며 울먹였다.
이선재 교장은 "어디를 가든지 하늘이 부를 때까지 공부하기를 바란다"며 "그렇게 하는 것이 삶을 풍요롭게 하는 길이고, 건강을 지키면서 노후가 행복할 방법"이라고 당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