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일본에서는 국내 기업이 만든 기저귀 센서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국내서는 관련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복지용품 카테고리에 등록조차 못하는 촌극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해외서는 합법인 사업이 국내서는 규제에 가로막혀 반쪽짜리 사업만 가능하기도 합니다.
정부가 '제2의 벤처붐'을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벤처기업들은 설 땅이 많지 않다는 지적입니다.
먼저 유오성 기자입니다.
<기자>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기저귀입니다.
여느 기저귀와 다를 것 없이 평범해 보이지만 여기에는 이물질을 감지하는 센서가 부착돼 있습니다.
요양병원 등에서는 보통 2시간에 한 번씩 환자의 기저귀를 교체하지만, 이 센서를 이용하면 필요시에만 기저귀 교체가 가능해 간병인 부담은 덜고 불필요한 자원 낭비도 막을 수 있습니다.
이 센서를 개발한 모닛은 CES 혁신상을 받을 정도로 혁신성을 인정받은 스타트업이지만 국내서는 찬밥신세입니다.
정부는 의료기기 수급자들의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노인장기요양 복지용구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 제품은 해당 항목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등록이 반려되면서 실사용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입니다.
[박도형 / 모닛 대표 : 우리나라같은 경우는 제품을 요양복지용품으로 등록할 때 이 제품 (항목이)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거절 답변을 받았습니다. 일본같은 경우는 올해 4월부터 디지털 헬스케어를 이용한 노인 기저귀 케어 시스템이 일본 보험에 편입되어서 일본에 먼저 출시 선택하게 됐습니다. 국내같은 경우 100% 소비자의 부담으로만 이어지기 때문에 처음 도입이 쉽지만은 않은 그런 상황입니다.]
해외서는 합법이지만 국내서는 불법 취급을 받아 사업 확장에 차질을 빚는 곳도 있습니다.
화물차 정비 플랫폼을 운영하는 코코넛사일로는 국내 운수사업법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일반 자가용과 달리 수리나 정비 예약에 어려움을 겪는 화물차 차주들의 불편을 해소하겠다고 나섰지만 화물차 유상 임대를 막는 운수사업법이 걸림돌로 작용했습니다.
업계에서는 미국의 경우 이 사업이 제한적인 범위에서 합법적으로 운영되고 있고 이에 따라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만큼 국내 도입이 늦어지는 것이 안타깝다는 입장입니다.
[김승용 / 코코넛사일로 대표 : 미국 일부 주는 적재량이 적은 차량은 유상임대를 허용하는 식으로 운영되고 있고 캄보디아나 베트남은 아직까지 법제화가 되질 않아서 유상임대를 제한하지 않습니다. 국내는 지난 50년간 쌓인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에 강한 명문들 때문에 제약이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최근 샴푸로 머리를 감기만 해도 염색이 되는 기술로 주목을 받은 모다모다도 비슷한 사례입니다.
식약처는 이 샴푸 원료 1, 2, 4 THB를 잠재 유전 독성물질로 보고 사용금지를 추진중이지만 이 원료는 미국과 일본, 호주 등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올해 CES서 혁신상을 받은 국내 기술과 제품은 139개로 역대 최다 수준.
우리 기업들은 기술과 아이디어 경쟁력을 통해 글로벌 무대를 휘젓고 있지만 정작 이를 지원할 제도적 뒷받침은 미비해 보입니다.
한국경제TV 유오성입니다.
유오성 기자·김수진 기자 osyou@wowtv.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