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페페 캐릭터를 탄생시킨 작가 맷 퓨리는 2017년 관 속에 누워있는 페페를 그리며 사망선고를 내렸다.
페페를 혐오의 상징으로 전유한 극우주의에 대한 항의 표시였다.
미국 문화연구자 앤절라 네이글은 최근 국내에 번역·출간된 '인싸를 죽여라'(원제 'Kill all Normies')에서 온라인 극우주의와 주류 정치가 어떻게 하나의 세력으로 묶였는지 설명을 시도한다.
오바마·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국의 정치지형이 주된 분석 대상이지만, 온라인 극우주의가 발호하는 양상과 지향점은 한국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저자에 따르면 온라인 특정집단에서 표출되던 혐오 정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을 계기로 인터넷을 잠식하고 현실 정치세력 대안우파(alt-right)와 결합했다.
백인우월주의와 반페미니즘을 주장하는 이들은 개구리 페페 같은 밈을 내세워 반도덕적 행위를 합리화했다.
극우 매체 '브레이트바트' 창립자이자 트럼프의 책사였던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대안우파의 대표적 인물이다.
페미니즘과 인종주의를 둘러싸고 온라인 문화전쟁에 뛰어든 청년 극우주의자들은 "대안우파의 가장 바깥 궤도"를 구성하지만, 대안우파와 청년집단을 연결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좌파 입장에서 저자는 이들이 "쓸모 있는 바보"로 대안우파에 이용당했다고 본다.

그러나 이는 우연이었을 뿐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반문화는 말 그대로 형식일 뿐 내용은 무엇으로도 채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치적 올바름과 페미니즘이 주류로 부상하고 있는 문화적 지형을 보면 반문화가 극우에 잠식된 이같은 뒤바뀜은 논리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남초 커뮤니티의 극우들은 주류의 감성에서 벗어나지 않은 '평범한 사람'(normie)을 경멸한다.
이들은 여성들이 사회적 위계질서의 최하층에 있는 남성 '베타 메일'(beta male)을 어떻게 이용하거나 무시하는지 논하는 데 열을 올린다.
여성혐오로 무장한 '인셀'(incel·비자발적 독신자)들은 구애를 포기한 채 때로는 총기 난사 같은 극단적 행동으로 나아간다.
한국에서는 지난해 남성들 사이에서 유행한 '설거지론'이 이같은 경향을 대변한다.
책을 번역한 김내훈 씨는 "총기난사만 없을 뿐 현재 도처에서 목격할 수 있는 혐오와 범죄와 퇴행은 이 책에 나열된 망동들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며 "이 책은 그 문제를 이해하고 대응하는 데 매우 유익한 참고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적었다.
오월의 봄. 252쪽. 1만6천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