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는 연산 기능을 갖춘 차세대 메모리반도체 기술 ‘PIM(processing-in-memory)’을 개발했다고 16일 밝혔다. PIM은 메모리반도체에 연산 기능을 더해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처리 분야에서 데이터 이동 정체 문제를 풀어낼 수 있는 차세대 기술로 꼽힌다.

하이닉스, '연산속도 16배' 차세대 메모리반도체 개발
그동안 메모리반도체는 데이터 저장을 전담하고, 연산 기능은 비메모리반도체인 중앙처리장치(CPU)나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담당하는 것으로 인식돼왔다.

하지만 AI와 빅데이터 기술이 발달하면서 메모리반도체의 처리 속도가 반도체 기업의 경쟁력 평가 기준 중 하나로 떠올랐다. 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해결책은 연산 기능을 메모리반도체에 추가하는 것이다. PIM 기술을 적용한 메모리반도체는 데이터 이동 없이도 메모리반도체 자체적인 연산 작업이 이뤄져 데이터 처리 능력이 향상된다.

SK하이닉스는 PIM을 적용한 첫 제품으로 ‘GDDR6-AiM’ 샘플을 개발했다. GDDR(Graphics DDR)은 국제반도체표준화기구(JEDEC)에서 규정한 그래픽 D램의 표준 규격 명칭이다. 초당 16Gbps(기가비트) 속도로 데이터를 처리하는 GDDR6 메모리반도체에 연산 기능이 더해진 제품이다. 일반 D램 대신 이 제품을 CPU·GPU와 함께 탑재하면 연산 속도가 최대 16배까지 빨라진다. 또 GDDR6의 기존 동작 전압인 1.35V보다 낮은 1.25V에서 구동하며, 에너지 소모는 80%가량 줄어든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앞으로 GDDR6-AiM은 머신러닝, 고성능 컴퓨팅, 빅데이터의 연산과 저장 등에 활용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이달 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반도체 분야 세계 최고 권위 학회인 ‘2022 ISSCC(국제 고체 회로 학술회의)’에서 PIM 개발 성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향후 이 기술이 진화하면 스마트폰 등 정보통신기술(ICT) 기기에서 메모리반도체가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메모리 센트릭 컴퓨팅’도 가능해질 것으로 회사는 기대하고 있다.

한편 SK하이닉스는 최근 SK텔레콤에서 분사한 AI 반도체 기업인 사피온과 협력해 GDDR6-AiM과 AI 반도체를 결합한 기술도 선보일 계획이다. 안현 SK하이닉스 부사장은 “자체 연산 기능을 갖춘 PIM 기반의 GDDR6-AiM을 활용해 새로운 메모리 솔루션 생태계를 구축할 것”이라며 “사업모델과 기술개발 방향성을 지속적으로 진화하겠다”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