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정상규 부장판사)는 10일 납세자연맹 김선택 회장이 대통령 비서실장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 소송을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공개 대상이 될 정보의 범위가 아직 구체적으로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재판부가 법정에서 "일부 개인정보 부분은 공개할 이익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한 것에 비춰볼 때 특수활동비 관련 정보 대부분이 공개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납세자연맹은 당초 청와대에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특수활동비 지급 일자·금액·사유·수령자·방법 등을 공개하라고 청구했다.
이 밖에 영부인 김정숙 여사의 의전 비용과 관련한 정부의 예산 편성 금액과 지출, 2018년 1월 30일 청와대 워크숍에서 제공한 도시락 가격 등을 정보 공개하라는 게 이번 소송의 취지다.
이 가운데 특수활동비는 대부분 개인정보와 크게 관련이 없는 만큼 대부분 공개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판결은 같은 법원 행정2부(이정민 부장판사)가 대검찰청의 특수활동비·특정업무경비·업무추진비 집행 내용을 공개하라고 판결한 지 한 달 만에 나왔다.
행정2부는 지난달 11일 시민단체 '세금 도둑 잡아라' 하승수 공동대표가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특수활동비 등의 지출 내용을 대검은 전부, 서울중앙지검은 일부를 공개하라는 것이 판결 취지였다.
특수활동비는 기밀 유지가 필요한 정보와 사건 수사·정보수집과 이에 준하는 국정 수행에 직접 소요된 경비로, 청와대·국회·국가정보원·검찰 등에 할당돼 있다.
그러나 특수활동비 사용에 별도의 증빙이 필요하지 않은 데다 사용 내용이 공개되지 않아 불투명하게 운영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고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재직 중 국가정보원장으로부터 특수활동비 수십억 원을 받은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2020년 검찰총장이었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겨냥해 각급 검찰청의 부서별 특활비 지급·배정 현황을 조사하도록 지시한 바 있다.
검찰의 특수활동비를 공개하라고 판결한 재판부는 "수사 과정에서 소요되는 경비를 공개한다고 곧바로 구체적인 수사 활동의 기밀이 유출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비공개 결정의 요건을 엄격하게 판단했다.
다만 이번 판결이 상급심에서도 그대로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특수활동비가 정보공개 대상인지를 둘러싼 판결은 전례가 없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상급심에서 다른 결론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특수활동비를 공개하라는 취지의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청와대는 판결 내용을 검토해 항소 여부를 정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