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디지털화 영향…전통 메이커들, 애플·구글에 의존
"스크린 먹통에 볼륨 갑자기 커져"…차량 소프트웨어 소송 늘어
미국 캘리포니아에 사는 개리 길핀은 스바루 차량을 리스한 지 6개월이 지났을 때 대시보드의 화면이 먹통이 된 것을 발견했다.

차를 딜러에게 가져간 그는 문제가 금방 해결될 줄 알았지만 차를 돌려받는데 꼬박 1개월이 걸렸다.

화를 내고 말았을 수도 있지만, 그는 소송을 택했다.

최근 몇 년 사이 애플 카플레이나 구글 안드로이드오토 소프트웨어(SW)를 탑재한 차량이 늘어난 가운데 소프트웨어 오류(버그)로 길핀처럼 소송에 나선 소비자들이 많다고 뉴욕타임스(NYT)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변호사들의 설득에 수천명이 집단소송에 참여했다.

화면이 멈추거나 깜박거리고 스피커 볼륨이 갑자기 높아졌다는 등 소비자들은 다양한 불만을 제기했다.

이 같은 오류는 카플레이나 안드로이드오토 작동 방식에 문제가 생긴 경우가 많다.

이들 소프트웨어는 운전자가 스마트폰을 차량과 연결해 내비게이션을 사용하거나 음악을 들을 수 있게 해준다.

소프트웨어 버그가 단순한 불편함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원고들은 차량 디스플레이의 작동 이상이 운전자 주의를 방해하고 잠재적으로 안전을 위협한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자동차 메이커들이 소송 합의로 지급한 금액은 많지 않다.

스바루는 2020년 길핀 등 소비자들과의 소송에서 변호사 수임료를 포함해 800만달러(약 96억원)를 지급하고 보증기간도 2년 연장해 줬다.

혼다와 자회사 아큐라는 지난해 12월 비슷한 집단소송에서 보증 기간 연장을 포함해 3천만달러(약 359억원)에 합의했다.

이런 집단소송의 전례는 포드다.

포드는 '마이포드 터치 시스템'에 결함이 있다고 주장한 소비자들에게 2019년 1천700만달러(약 203억원)를 지급하는 데 합의했다.

소프트웨어 버그 소송으로 전통적인 자동차 업체들은 자체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테슬라와 달리 애플과 구글에 의존하는 문제가 부각됐다.

자동차에 운전자 지원 시스템과 다른 디지털 기술이 점점 더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자동차 산업에서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영향력은 계속 커질 것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자동차 업체들은 디지털 기술의 속도에 발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자동차 업체들이 신차를 개발하는 데는 4년가량 걸리지만, 애플은 매년 새 아이폰을 출시하며 운영체제(OS)는 더 자주 내놓는다.

애플 기기와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는 웹사이트 '맥리포트'를 운영하는 세핫 커트는 "업데이트 때마다 카플레이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불만이 접수된다"면서 자동차 제작사와 애플 모두의 잘못을 지적했다.

소송은 지금까지는 애플이나 구글이 아닌 자동차 제작사들만 대상으로 했다.

이 문제는 전통 자동차 제작사만으로 국한되지는 않는다.

실리콘밸리에서 태동했으며 소프트웨어에서 디트로이트의 거대 업체들보다 훨씬 앞선 테슬라는 지난해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의 압력을 받고 터치스크린에 문제가 있는 10만대 넘는 모델S와 모델X 차량을 리콜했다.

/연합뉴스